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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이슈 뮤지컬과 오페라

    “인새이 와 이래 힘드노?” 경북 사투리와 오페라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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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범석 희곡상 배삼식 作 ‘화전가’ 국립오페라단 창작 초연으로 무대에

    10월 25·26일 예술의전당서 공연

    “빌(별) 것도 없는 인새(인생)이/와 이래 힘드노?”

    6·25 전쟁 불과 두 달 전인 1950년 4월 경북 어느 양반 마을. 김씨 할머니의 환갑을 맞아서 일가 여인 아홉 명이 한자리에 모인다. “내가 무슨 멘(面)으로 환갑상을 받겠나”라는 김씨의 겸양에 환갑잔치는 화전(花煎)놀이로 바뀐다. 지난 2014년 차범석 희곡상 수상자인 배삼식의 연극 ‘화전가’ 도입부 장면이다. 전쟁으로 치닫는 극한적 이념 대립 속에서도 꽃잎을 따서 전을 부쳐 먹는 여성들의 봄놀이가 대비를 이루면서도 공존한다.

    조선일보

    오페라 ‘화전가’에 출연하는 소프라노 최혜경(왼쪽부터), 윤상아, 메조소프라노 임은경. /국립오페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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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엔 ‘화전가’가 연극에서 오페라로 옷을 갈아입는다. 10월 25~26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리는 국립오페라단(단장 최상호)의 오페라 ‘화전가’ 초연 무대다. 최상호 단장은 17일 제작 발표회에서 “소통 단절과 세대 갈등 속에서도 공동체 회복의 의미를 담고 있어서 향후 ‘K오페라’의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고 고른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작곡가 최우정 서울대 교수와 연출·안무가 정영두의 ‘삼인방’이 오페라 ‘화전가’ 초연을 위해 의기투합했다. ‘배삼식(극작)·최우정(작곡)·정영두(안무 연출)’는 지난 2017년 음악극 ‘적로’와 2019년 오페라 ‘1945’ 등을 공동 작업한 한국 문화계의 ‘단짝들’이다. 최 교수는 “극단적 상황에서도 드라마가 외면적으로 폭발하는 것이 아니라 등장인물들의 내면에서 펼쳐지는 것이야말로 배삼식 작품의 묘한 매력”이라고 했다. 연출가 정영두씨는 “이번 무대 배경과 진출입로에서도 한복과 수묵화의 곡선 이미지를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화전놀이를 떠나는 아홉 여인이라는 설정상, 남성 등장인물은 한 명도 나오지 않는 ‘여성극’이라는 점도 이 오페라의 특징이다. ‘김씨 할머니’ 역을 맡은 메조소프라노 이아경씨 등 여성 성악가 9명이 주요 배역을 맡는다.

    또 성악가들이 노래하는 아리아는 표준말로 부르지만, 선율 없는 등장인물의 대화는 경북 사투리를 쓰도록 했다. 최 교수는 “경북 사투리는 고저장단이 분명하다는 음악적 장점이 있지만, 모음이 길게 늘어지기보다는 툭툭 끊어지기 때문에 작곡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면서 “유튜브로 안동 사투리 경연 대회 우승자들의 발음까지 보면서 참고했다”고 말했다. 지휘를 맡는 송안훈 독일 오스나브뤼크 시립극장 지휘자는 “3~4개월 전부터 악보를 공부하고 있는데 경북 사투리가 음악적으로 표현되어 있다는 점이 신기하면서도 충격적이었다”고 했다. 메조소프라노 이아경씨도 “선율 없는 대화 부분을 전달하기 위해서 출연진이 사투리 공부도 함께 할 예정”이라며 웃었다.

    [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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