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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9 (금)

    이슈 특검의 시작과 끝

    13명 구속한 김건희 특검, 9명 혐의엔 ‘김건희’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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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접 연관 없는데… 별건 수사 논란

    조선일보

    김건희 여사의 의혹들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 대한 '통일교 집단 입당' 의혹과 관련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당사에 도착한 특검팀이 영장을 들고 당사에 진입하기 위해 승강기에 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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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중기 특검팀이 18일 김건희 여사와 권성동(구속) 국민의힘 의원에게 금품을 전달한 혐의를 받는 한학자 통일교 총재와 정원주 전 통일교 비서실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두 사람에 대한 구속영장 실질 심사는 2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한 총재와 정씨는 2022년 1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과 공모해 대선 준비 등에 쓰라며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에게 1억원을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검은 당시 윤씨가 5000만원씩 담긴 종이 상자 두 개를 찍은 사진을 확보했는데, 상자 한 개에 ‘王(왕)’ 자가 적혀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별개로 한 총재로부터 2022년 2~3월쯤 권 의원에게 세뱃돈 명목으로 현금 100만원을 준 적이 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고 한다.

    한 총재는 2022년 4~7월 윤 전 본부장과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통일교 현안 청탁과 함께 그라프 목걸이 등 8000만원대 금품을 김 여사에게 전달한 혐의도 받는다. 한 총재가 2023년 3월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 개입하려고 교인들을 당원으로 가입시켰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특검은 이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이날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인근에 있는 당원 명부 데이터베이스 관리 업체를 압수 수색했다. 국민의힘 측 반발로 7시간 30분가량 대치가 이어졌지만 특검은 강제 집행에 나섰다.

    특검은 이날 ‘서울~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 특혜 의혹’과 관련해 김 여사 일가 땅이 있는 강상면으로 종점을 변경하는 안을 만들었던 설계 용역 업체 관계자들이 수사에 대비해 ‘진술 연습’을 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특검 관계자는 “용역 업체 임원이 선임한 대형 로펌이 조사를 앞둔 용역 업체 실무자들을 불러 진술 연습을 한 정황을 확인했다”고 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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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중기 특검은 최근 피의자들에 대해 잇따라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7월 2일 출범한 뒤로 지금까지 13명을 구속했다. 김건희 여사와 건진법사 전성배씨 등 핵심 피의자들을 구속하면서 3특검 가운데 가장 많은 수사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구속자의 70%가량(9명)이 김 여사와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는 범죄 혐의로 구속됐다. 법조계 일각에선 “혐의를 확인해 나가는 과정이겠지만, 먼지 떨이식, 별건(別件) 수사 등 논란을 부를 수 있다”고 말한다. 한 법조인은 “과거 검찰의 나쁜 수사 관행을 특검이 답습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했다.

    조선일보

    그래픽=양인성


    전날 구속된 국토교통부 서기관 김모씨는 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의 주요 피의자다. 하지만 특검은 김씨가 개인적으로 용역 업체에서 받은 뇌물을 찾아내 구속했다. ‘IMS모빌리티 특혜성 투자 의혹’과 관련해서도 특검은 지난달 29일 김 여사 측근으로 불렸던 김예성씨를 횡령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했다. 이때도 김 여사 관련성은 구속영장에 담기지 않았다.

    특검은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으로 수사를 받는 삼부토건의 이일준 회장 등 전현직 경영진 3명을 주가조작 혐의로 구속했다. 하지만 이 사건과 김 여사 간의 연관성은 아직 규명하지 못했다. 삼부토건 주가 상승과 관련한 메시지를 보내 이 사건 수사를 촉발한 이종호씨를 구속할 때 특검이 적용한 혐의도 별건인 변호사법 위반이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때 김 여사 계좌를 관리했던 이씨가 과거 사건 공범의 수사 무마 대가로 금품을 받은 혐의였다.

    지난 16일 구속된 권성동 의원 혐의도 김 여사와는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 권 의원이 통일교 측에서 1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이다.

    특검이 지나치게 수사 대상을 확장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특검은 2023년 7월 불거졌던 김승희 전 대통령실 의전비서관의 ‘자녀 학폭 무마 의혹’을 내사 중이다. 특검은 김 여사가 영향력을 행사해 김 전 비서관 딸의 학폭 사건 처벌 수위를 낮춘 것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특검은 김 여사가 2023년 8월 여름휴가 때 해군 함정에서 선상 파티를 벌였다는 의혹, 작년 9월 서울 종묘 망묘루에서 외부인들과 차담회를 했다는 의혹도 수사 중이다.

    특검법은 김 여사가 지위 및 대통령실 자원을 이용해 사적 이익을 추구한 사건,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범죄 행위 등을 수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특검 수사가 곁가지로 흐른다는 지적도 나온다. 차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특검은 짧은 시간에 제한적인 인력으로 운용되기 때문에 김 여사 관련 핵심 사안을 밝히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유희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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