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연관 없는데… 별건 수사 논란
김건희 여사의 의혹들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 대한 '통일교 집단 입당' 의혹과 관련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당사에 도착한 특검팀이 영장을 들고 당사에 진입하기 위해 승강기에 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민중기 특검팀이 18일 김건희 여사와 권성동(구속) 국민의힘 의원에게 금품을 전달한 혐의를 받는 한학자 통일교 총재와 정원주 전 통일교 비서실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두 사람에 대한 구속영장 실질 심사는 2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한 총재와 정씨는 2022년 1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과 공모해 대선 준비 등에 쓰라며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에게 1억원을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검은 당시 윤씨가 5000만원씩 담긴 종이 상자 두 개를 찍은 사진을 확보했는데, 상자 한 개에 ‘王(왕)’ 자가 적혀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별개로 한 총재로부터 2022년 2~3월쯤 권 의원에게 세뱃돈 명목으로 현금 100만원을 준 적이 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고 한다.
한 총재는 2022년 4~7월 윤 전 본부장과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통일교 현안 청탁과 함께 그라프 목걸이 등 8000만원대 금품을 김 여사에게 전달한 혐의도 받는다. 한 총재가 2023년 3월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 개입하려고 교인들을 당원으로 가입시켰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특검은 이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이날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인근에 있는 당원 명부 데이터베이스 관리 업체를 압수 수색했다. 국민의힘 측 반발로 7시간 30분가량 대치가 이어졌지만 특검은 강제 집행에 나섰다.
특검은 이날 ‘서울~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 특혜 의혹’과 관련해 김 여사 일가 땅이 있는 강상면으로 종점을 변경하는 안을 만들었던 설계 용역 업체 관계자들이 수사에 대비해 ‘진술 연습’을 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특검 관계자는 “용역 업체 임원이 선임한 대형 로펌이 조사를 앞둔 용역 업체 실무자들을 불러 진술 연습을 한 정황을 확인했다”고 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민중기 특검은 최근 피의자들에 대해 잇따라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7월 2일 출범한 뒤로 지금까지 13명을 구속했다. 김건희 여사와 건진법사 전성배씨 등 핵심 피의자들을 구속하면서 3특검 가운데 가장 많은 수사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구속자의 70%가량(9명)이 김 여사와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는 범죄 혐의로 구속됐다. 법조계 일각에선 “혐의를 확인해 나가는 과정이겠지만, 먼지 떨이식, 별건(別件) 수사 등 논란을 부를 수 있다”고 말한다. 한 법조인은 “과거 검찰의 나쁜 수사 관행을 특검이 답습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래픽=양인성 |
전날 구속된 국토교통부 서기관 김모씨는 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의 주요 피의자다. 하지만 특검은 김씨가 개인적으로 용역 업체에서 받은 뇌물을 찾아내 구속했다. ‘IMS모빌리티 특혜성 투자 의혹’과 관련해서도 특검은 지난달 29일 김 여사 측근으로 불렸던 김예성씨를 횡령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했다. 이때도 김 여사 관련성은 구속영장에 담기지 않았다.
특검은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으로 수사를 받는 삼부토건의 이일준 회장 등 전현직 경영진 3명을 주가조작 혐의로 구속했다. 하지만 이 사건과 김 여사 간의 연관성은 아직 규명하지 못했다. 삼부토건 주가 상승과 관련한 메시지를 보내 이 사건 수사를 촉발한 이종호씨를 구속할 때 특검이 적용한 혐의도 별건인 변호사법 위반이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때 김 여사 계좌를 관리했던 이씨가 과거 사건 공범의 수사 무마 대가로 금품을 받은 혐의였다.
지난 16일 구속된 권성동 의원 혐의도 김 여사와는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 권 의원이 통일교 측에서 1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이다.
특검이 지나치게 수사 대상을 확장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특검은 2023년 7월 불거졌던 김승희 전 대통령실 의전비서관의 ‘자녀 학폭 무마 의혹’을 내사 중이다. 특검은 김 여사가 영향력을 행사해 김 전 비서관 딸의 학폭 사건 처벌 수위를 낮춘 것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특검은 김 여사가 2023년 8월 여름휴가 때 해군 함정에서 선상 파티를 벌였다는 의혹, 작년 9월 서울 종묘 망묘루에서 외부인들과 차담회를 했다는 의혹도 수사 중이다.
특검법은 김 여사가 지위 및 대통령실 자원을 이용해 사적 이익을 추구한 사건,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범죄 행위 등을 수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특검 수사가 곁가지로 흐른다는 지적도 나온다. 차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특검은 짧은 시간에 제한적인 인력으로 운용되기 때문에 김 여사 관련 핵심 사안을 밝히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유희곤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