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英·加 인정에도 美 반대가 결정적
가자전쟁 장기화로 두 국가 해법 난망
▶‘두 국가 해법’ 기대…현실은 요원=이날 유엔에서는 프랑스와 사우디아라비아 주최로 팔레스타인 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두 국가 해법’ 이행을 주제로 한 국제회의가 열렸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때가 왔다”며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공식 인정한다고 밝혔다. 그는 “전쟁과 파괴의 악순환을 끊을 해법이 있다. 이는 상대의 정당성과 인간성, 존엄성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파이살 빈 파르한 알사우드 외무장관도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를 대신해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을 위해 역사적 결정을 내린 각국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역시 즉각 환영의 뜻을 표했다.
프랑스와 영국 등이 팔레스타인 승인 대열에 합류하면서, 1993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평화적 공존의 로드맵을 담아 체결한 ‘오슬로 협정’도 소환됐다. 오슬로 협정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립하고,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 지구에서 단계적으로 자치권을 이양한다는 것이 골자다. 당시 협정 서명 주역들은 노벨평화상을 받으며 기대감을 키웠지만, 1995년 이츠하크 라빈 이스라엘 총리가 극우파에 암살되고, 팔레스타인 내부에서도 강경파가 득세하면서 협정은 표류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 동참 행렬에 대해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분쟁의 해결책인 두 국가 해법의 가능성을 되살리려는 의도”라면서도, “가자 전쟁이 2년 차에 접어들고 이스라엘이 서안 정착촌을 빠르게 확장하며 인도주의 위기가 악화되면서 그 전망은 오히려 멀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이스라엘의 가지지구 군사작전은 이 지역을 황폐하게 만들었다”며 “두 국가 해법은 어느 때보다 멀어졌다”고 짚었다.
신문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협상은 지난 10년간 침체상태에 빠졌다”며 “2023년 10월 하마스의 이스라엘 남부 공격으로 네타냐후 총리를 비롯한 많은 이스라엘 지도자들은 이제 팔레스타인 독립을 허용할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에 즉각 반발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전날 내각 회의에서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은 이스라엘의 존재를 위협하고 테러리즘에 보상을 주는 것”이라고 비난하며, 요르단강 서안 합병 선언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대니 다논 유엔주재 이스라엘 대사도 이번 결정을 “편향적”이라고 규정하며 “이것은 외교가 아니라 연극”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 역시 팔레스타인 국가 승인에 반대하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각국에 보낸 외교 전문에서 팔레스타인 국가 승인을 반대한다고 경고했으며,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고무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팔레스타인, 유엔서 발언권 있으나 투표권은 없어…‘참관국’ 지위=한편 하마스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 앞으로 보낸 서한에서 자신들이 억류 중인 인질 절반을 석방하는 조건으로 60일간의 휴전을 보장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가자 전쟁 종식과 남은 인질 석방을 위한 협상 기간 동안 휴전이 연장돼야 한다는 요구도 함께 제시했다.
국제위기그룹(ICG) 리처드 고완 유엔 담당은 “이번 조치는 팔레스타인에 대한 외교적 해법 가능성이 여전히 살아있음을 보여주지만, 갈 길이 멀다는 점도 분명하다”고 평가했다.
현재 팔레스타인은 교황청과 마찬가지로 유엔에서 ‘비회원 옵저버 국가’ 자격으로 활동하고 있다. 2011년 팔레스타인이 정회원국 지위를 신청했으나 안보리의 지지를 얻지 못해 무산됐고, 2012년 총회 표결을 통해 옵저버 국가로 지위가 격상됐다. 이에 따라 결의안 투표권은 없지만 토론 참여와 안건 제출은 가능하다.
지난해 5월 유엔 총회는 팔레스타인의 권한을 일부 확대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에 팔레스타인은 총회 토론에 완전 참여하고 위원회 대표를 선출할 수 있지만, 여전히 투표권은 없다. 정회원국 승격은 안보리를 거쳐야 하며, 상임이사국인 미국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이 높아 전망은 불투명하다. 정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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