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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5 (금)

    이슈 '오징어 게임' 전세계 돌풍

    ‘오징어 게임’ 작곡가 新作 들고 카네기홀 가는 서울시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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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생충’ 작곡가 정재일 신곡 ‘지옥’ 내일 한국 초연 후 내달 美서 연주

    조선일보

    연합뉴스서울시향 음악 감독인 야프 판 즈베던(왼쪽)이 23일 ‘오징어 게임’과 ‘기생충’의 작곡가 정재일의 신곡 초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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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보자마자 정재일을 ‘표적(target)’으로 점찍었죠.”(지휘자 야프 판 즈베던)

    “저 같은 조무래기가 과연 낄 수 있을까 싶었죠.”(작곡가 정재일)

    드라마 ‘오징어 게임’과 영화 ‘기생충’의 작곡가 정재일(43)과 서울시향(음악 감독 판 즈베던)이 손잡았다. 정재일에게 신곡 ‘지옥(Inferno)’을 위촉해서 오는 25~26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세계 초연하는 것이다.

    서울시향은 한국에서 이 곡을 먼저 선보인 뒤 다음 달 27일 미국 뉴욕 카네기홀을 비롯한 북미 공연에서도 라흐마니노프·브람스 등의 곡에 앞서 정재일의 신작을 첫 곡으로 연주할 예정이다. 정재일은 23일 서울 인사동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위대한 작곡가인 브람스와 같은 음악회에서 연주하다니 망했다 싶었다”며 웃었다.

    이들의 협업은 뉴욕 필하모닉 출신의 지휘자인 판 즈베던 서울시향 음악 감독의 제안으로 성사됐다. 판 즈베던은 지난 2023년 “정재일처럼 재능 있고 환상적인 한국 젊은 작곡가들의 신곡을 연주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정재일은 23일 간담회에서 “처음엔 거절하려고 했지만 ‘거장이 나를 어떻게 알았을까’ 하는 궁금증에 만나 뵈었다”고 했다.

    하지만 2023년 4월 첫 만남에서 판 즈베던의 말 한마디가 정재일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했다.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위험이다”라는 말이었다. 이날 간담회에서도 판 즈베던은 “우리 시대의 오케스트라는 과거의 고전부터 지금의 동시대 음악까지 다양한 음악을 연주하는 ‘카멜레온’이 되어야 한다. 그 좋은 사례가 정재일”이라고 말했다.

    정재일은 불과 17세에 가수 이적(보컬)·정원영(건반)·한상원(기타) 등이 결성한 그룹 ‘긱스’의 베이스 주자로 데뷔했다. 당시부터 가요계에서 ‘무서운 신동’ 소리를 들으며 화제를 모았다. 기타·베이스·건반·드럼 같은 기본적 악기(?)는 물론이고 인도 악기 시타르와 톱을 다리에 고정하고 활로 켜서 연주하는 ‘톱 악기’까지 못 다루는 악기가 없는 만능 연주자이기도 하다. 지난해 타계한 김민기 전 학전 대표 등과 만난 이후로 영화·드라마 등 전천후 작곡가로 거듭났다. 그는 “군대 갈 때에도 브람스 교향곡 악보를 숨겨서 갖고 들어갔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그에게도 오케스트라를 위한 작곡은 만만치 않은 도전 과제였다. 그는 “음악원에서 (작곡을) 공부하지도 않았고 영화·드라마 같은 영상이나 무용을 위한 음악 작업을 했기 때문에 이야기를 찾기까지 과정이 오래 걸렸다”고 말했다. 그때 이탈리아 작가 이탈로 칼비노(1923~1985)의 소설 ‘보이지 않는 도시들’이 떠올랐다고 했다. 정재일은 “여행가 마르코 폴로가 황제 쿠빌라이 칸에게 전하는 이야기 형식인 소설의 마지막 장에서 ‘지옥은 미래에 존재하는 어떤 장소가 아니라 이미 이 곳에 있다’는 말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했다.

    이번 ‘지옥’은 전체 4악장의 18분 안팎의 관현악 작품. 정재일은 서울시향 단원들과 첫 연습을 마친 뒤에도 “선생님(단원) 100여 명 앞에서 채점받는 초등생이 된 기분이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정재일의 걱정을 듣고 있던 판 즈베던은 다시 이렇게 격려했다. “정재일은 자랑스러워할 만한 작곡가이며 두세 번째 작품도 기대하고 있다.”

    [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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