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원더풀 라이프(Wonderful Lif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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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의 서(Book of the Dead)’는 고대 이집트인의 사후 세계 안내서입니다. 책에서 심판관들은 사후 세계에 도착한 망자가 어떤 여정을 계속할 수 있을지 판정했는데요,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의 작가 레오 버스카글리아는 이 내용을 새롭게 재현해 철학적 질문을 창작했습니다. “고대 이집트인은 죽어서 두 질문을 받았습니다. ‘삶에서 기쁨을 찾았나요(Did you find joy)? 누군가에게 기쁨을 가져다주었나요(Did you bring joy)?’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원더풀 라이프(Wonderful Life·사진)’는 무대가 림보입니다. 천국과 지옥 사이 중간 지대에 도착한 망자가 받는 질문은 이것. “저세상에 가져가고 싶은 딱 하나의 소중한 추억이 있습니까?” 림보 직원들은 망자가 선택한 추억을 재현해줍니다. 끝내 선택하지 못하는 망자는 림보 직원처럼 저세상으로 못 떠나고 남아야 합니다. ‘추억이란 마음으로 찍은 사진(A memory is a photograph taken by the heart)’이지요. 망자들이 기억 속 옛 사진첩에서 애써 고르려는 건 그리움과 어릴 적 순수가 잘 간직된 추억입니다. 직원들은 망자의 평면적 기억을 입체적으로 재현해 영화로 만듭니다. 그걸 보고 기억을 생생하게 되살리는 망자는 그제야 가슴에 추억을 안고 저세상으로 떠나고요.
림보 직원 모치즈키는 70대 망자 이치로를 맡아 그의 추억을 재현해줍니다. 그러다가 이치로보다 세상을 먼저 떠난 아내에게는 어떤 추억이 가장 소중했는지 알게 됩니다. 전장으로 떠나는 청년 약혼자와 그녀가 데이트하는 장면입니다. 50여 년 전 전사(戰死)하고도 림보를 못 떠나는 모치즈키가 처음 깨닫습니다. 자기 삶에도 기쁨이 있었고, 자기 삶이 누군가에게 기쁨을 가져다주었다는 것을. 동료들이 그의 추억을 영화로 만듭니다. 무대는 가장 소중했던 추억을 선택하기까지 동료들과 함께 거닌 림보의 정원. 소품은 20대 때 그가 한 여인과 나란히 앉았던 벤치. 그의 추억 두 개가 하나의 화면에 담깁니다.
[이미도 작가·외화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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