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2.26 (목)

    [사설] 전국 법원장들 “국민에 돌이키기 어려운 중대한 피해”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선일보

    박영재 법원행정처장을 비롯한 법관들이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에서 열린 전국법원장회의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민주당이 국회 본회의 강행 처리를 예고한 ‘사법 3법’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전국법원장회의가 25일 열렸다. 사법 3법은 법리 왜곡을 이유로 판·검사를 처벌할 수 있는 법 왜곡죄 신설법, 법원 확정 판결에 대해 헌법소원을 허용하는 재판소원 도입법, 대법관을 14명에서 26명으로 늘리는 대법관 증원법이다. 법원장들은 회의 뒤 “법안들이 충분한 공론화와 부작용에 대한 숙의 없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된 상황에 대해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민주당의 입법 폭주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다.

    법원장들은 민주당 법안에 대해 “국민 피해가 우려되고 돌이키기 어려운 중대한 부작용을 발생시킬 수 있다”고 했다. 입장 표명을 자제하는 사법부 분위기를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수위로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이다. 실제 법 왜곡죄만 해도 법리 왜곡 여부를 판단할 기준이 모호해 처벌 범위가 지나치게 확대될 수 있다. 민주당이 이날 위헌 소지를 최소화한다며 원안을 일부 수정해 본회의에 상정했지만 문제는 여전하다. 정권이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판·검사를 처벌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다분하다.

    재판소원제로 사실상 4심제가 되면 재판 당사자들은 ‘소송 지옥’에 빠질 수 있다. 대법관을 12명 더 늘리면 중견 판사 100여 명을 재판연구관으로 대법원에 파견해야 해 가뜩이나 심각한 하급심 판결 지연이 더 심각해질 수 있다. 하지만 이제껏 이런 문제에 대한 보완책은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법원장들이 “국민 피해와 사회적 손실이 우려된다”고 한 것도 이 때문이다.

    더구나 민주당은 이런 졸속 법안을 정략적 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은 작년 5월 대법원이 이재명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이후 이 법안들을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사법부를 압박하기 위한 의도라고 볼 수밖에 없다. 실제 대법관을 26명으로 늘릴 경우 이 대통령은 임기 중 대법관 22명을 임명하게 돼 사법부를 장악할 수 있게 된다. 재판소원 도입도 이 대통령 재판 결과를 뒤집을 장치를 마련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떨치기 어렵다. 법 왜곡죄도 정권 입맛에 맞는 수사와 재판을 하라는 압박이 될 수 있다. 하나같이 이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를 없애기 위해 사법부를 통제하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사법 제도 개편은 나라의 근간을 바꾸는 것이자 국민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일이다. 특정 정권이 이렇게 정략으로 졸속 추진해선 안 된다. 사법 체계가 망가지고 국민 피해가 커질 경우 훗날 그 책임을 어떻게 질 것인가. 민주당이 진정 사법 개혁을 원한다면 지금이라도 폭주를 멈추고 법조계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뒤 여야가 합의 처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조선일보]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