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 특검은 김장환 목사 등 개신교계 인사들이 채 상병의 부대장이던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과실치사 혐의자에서 빼기 위한 구명 로비의 창구였다는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개신교계 인사들이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임 전 사단장을 위해 대통령실 등에 구명 로비를 벌였다고 해병 특검은 의심하고 있다. 이와 관련 김 목사는 지난 7월 18일 참고인 신분으로 압수 수색을 당했고, 최근 해병 특검으로부터 참고인 조사를 3차례 요청 받기도 했다.
하지만 김 목사 측은 “구명 로비를 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해병 특검 수사에 반발하고 있다. 특히 김 목사 측근이자 함께 해병 특검 수사 대상에 오른 한기붕 전 극동방송 이사장은 전날 해병 특검 수사팀 담당자가 MBC에 수사 자료인 김 목사의 통신 내역을 제공하거나, SBS에 허위 사실을 알려줘 이를 보도하게 해 김 목사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정보통신망법상 명예 훼손, 공무상 비밀누설 등)로 이명현 특검 등 5명을 서울중앙지검에 고소·고발했다.
이명현 특별검사가 지난 7월 1일 대전 국립현충원 채상병 묘역을 참배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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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해병 특검은 한 전 사장의 고소·고발 이튿날인 이날 서울 서초동 해병 특검 사무실에서 열린 언론 브리핑에서 김 목사 측의 주장을 적극 반박하고 나온 것이다. 해병 특검의 정민영 특검보는 “해병 특검은 김 목사의 통신 내역을 외부에 유출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 밝힌다”며 “수사 과정에서 어떤 위법 소지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 절차를 철저히 준수했다. 불법·표적 수사라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정 특검보는 “해병 특검은 2023년 7월 31일 윤 전 대통령 주재 국가안보실 회의 전후로 김 목사가 주요 공직자들과 지속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은 사실, 국방부가 채 상병 사건을 재검토하던 시기에 김 목사가 윤 전 대통령을 직접 만나고 임 전 사단장과 통화하는 등 구명 로비 의혹에 관여한 정황을 확인했다”고 했다. 김 목사 측의 고소·고발 조치 등을 반박하는 과정에서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김 목사의 혐의 사실을 일부 공개한 것이다. 김 목사의 통화 내역은 MBC 등을 통해 보도된 적이 있지만, 김 목사와 윤 전 대통령이 당시에 대면했다는 사실은 이날 해병 특검 브리핑에서 처음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기자들의 추가 질문이 이어지자 정 특검보는 “그 이상 구체적으로 말씀드리지 않겠다”며 “그동안 해병 특검은 그럴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서 이런 것들(수사 내용)을 언론에 알리지 않아 왔는데, 저희로선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들로 고소·고발을 했길래 (김 목사를) 소환 조사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드리는 차원에서 말씀드린 것”이라고 했다.
해병특검의 정민영 특검보.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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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등에 대한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김 목사와 윤 전 대통령은 2023년 8월 14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만났다고 한다. 그날엔 김 목사가 광복 78주년을 맞아 극동방송이 경북 포항에서 주최한 행사에 참석한 뒤 만찬을 하기로 돼 있었는데, 대통령실 측의 연락을 받고 윤 전 대통령을 만나러 급히 귀경했다는 것이다.
김 목사 측 관계자는 본지에 “윤 전 대통령이 김 목사를 만난 자리에서 ‘전쟁으로 인해 고통받는 우크라이나 아동들을 위한 성금 모금 사업에 개신교계도 힘써달라’는 취지의 부탁을 했던 것으로 안다”며 “구명 로비는커녕 대통령실 측이 먼저 요청해서 만들어진 자리”라고 말했다. 실제로 김 목사가 이사장으로 있는 극동방송은 2023년 10월 10일 드미트로 포노마렌코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를 초청해 100만 달러를 전달하는 등 총 32억3000만원의 성금을 모금해 우크라이나 현지에 기부했다. 한 법조인은 “해병 특검이 김 목사에게 참고인 조사 출석을 압박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혐의 사실을 공개한 것은 아닌지 생각된다”고 했다.
[이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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