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에버랜드 인근에서 심야에 드리프트를 하고 있는 차량. 경기남부경찰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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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1시부터 엔진소리가 귓전을 찢습니다. 창문 닫고 자는 건 기본이고, 아이들도 자주 깹니다."
지난 24일 밤 경기 용인시 기흥구 포은대로 인근 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민 A씨는 격앙된 어조로 불편을 호소했다. 창문 밖에서 고성능 스포츠카부터 소음기 튜닝이 적용된 국산 차량 등이 굉음을 내며 도로를 주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부 차량은 도로 한쪽에 정차한 뒤 급가속과 급제동을 반복하며 과시적인 주행을 이어갔고, 갑작스러운 배기음과 타이어 마찰음은 아파트 단지를 울렸다.
한때 '폭주의 성지'로 불렸던 이 지역은 한동안 경찰의 단속과 지방자치단체의 노력을 통해 조용해지는 듯했지만, 최근 다시 튜닝 차량과 오토바이들이 밤마다 도로 위를 질주하며 주민 불안을 키우고 있다. 특히 동백죽전대로와 포은대로 주요 구간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상에서도 '잘 뚫린 루트'로 소개되며 주말 밤마다 차량들이 집결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A씨는 "밤늦게 차량들이 도로에 줄지어 서 있다가 일제히 출발하는 소리에 놀라 깨는 일이 허다하다"며 "아이들이 무서워 울음을 터뜨리는 경우도 있고, 주민들이 불면증을 호소하는 사례도 많다"고 말했다. 이처럼 용인 동백·죽전 일대 도로에 튜닝 차량과 고성능 스포츠카가 밤마다 출몰하면서 인근 주민들은 극심한 소음 피해와 교통 안전 위협에 노출되고 있다.
경찰과 지자체 등에 따르면 이 지역이 튜닝 차량과 스포츠카가 활동 무대로 자리 잡은 배경에 대해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우선 서울과의 접근성이 뛰어난 점이 크게 작용한다. 수도권 외곽에 위치한 용인은 수도권 제2순환고속도로와 경부고속도로 등이 인접해 있어 도심에서 30~40분 내에 진입이 가능하다.
또 용인시 처인구 지역은 인근 기흥·수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도시화가 덜 진행돼 차량 및 보행자 밀도가 낮은 편이고, 상시 순찰이나 고정형 감시 장비가 적은 탓에 단속 사각지대가 발생하기 쉽다. 또 이 지역의 주요 간선도로는 농어촌 지역 특유의 구조를 그대로 반영해 도로 폭이 넓고, 직선 구간이 길게 설계돼 있는 경우가 많다.
실제 지난 4월 22일에는 수도권 도심 한복판에서 심야시간 드리프트 등 난폭운전을 벌인 폭주족 42명이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무더기 검거되기도 했다. 경찰 수사 결과, 이들은 외국인 29명, 한국인 13명으로 구성된 20~40대 남성들로, 지난해 3월부터 11월까지 약 8개월간 화성, 안산, 안성, 평택, 충남 당진 등 도심 외곽에서 총 70여 차례에 걸쳐 무리를 지어 난폭운전을 반복했다. 이 중 주범으로 지목된 카자흐스탄 국적의 20대 B씨는 과속 운전 도중 조수석에서 핸들을 뽑아 창밖으로 내밀고, 이를 촬영하도록 하는 등 위험천만한 행위를 벌이기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범죄 양상이 단순한 과속을 넘어 계획적 촬영·유포와 외국인 집단 개입까지 동반하는 형태로 진화하면서 경찰과 지자체는 보다 체계적인 대응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올해 2월 발생한 드리프트 및 불법 주행 관련 사건을 계기로 일부 구간에 중앙분리대, 신호등, 규제봉, 노면 요철 등을 추가 설치했고, 카메라도 지자체 예산으로 2대 추가 설치를 의뢰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어 "야간에 갑작스럽게 출몰하는 차량 특성상 사전 포착이 어렵고, 소음 측정기 등 장비를 상시 휴대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단속이 제한적인 것도 현실"이라고 말했다.
[용인 이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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