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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1 (목)

    이슈 국방과 무기

    ‘셧다운’ 피해 수습은커녕 고통 극대화하며 ‘무기화’ 나선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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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향신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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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중지)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 마련은커녕 사업 자금 지원 중단, 공무원 대량 해고 절차 돌입 등 고통을 극대화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민주당 정치인들에게 타격을 주기 위해 셧다운을 ‘무기화’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셧다운 빌미로 ‘눈엣가시’ 제거 나선 트럼프


    셧다운 돌입 첫날인 1일(현지시간) 미 상원은 임시예산안 표결을 시도했지만, 전날에 이어 또다시 부결됐다. 다음 재표결은 일러야 오는 3일에나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나 통과 전망은 여전히 밝지 않다. 셧다운으로 인해 공무원들이 대거 강제휴직에 들어가면서 일부 공공기관과 관광명소가 문을 닫고, 법원의 재판 절차도 미뤄지거나 연기돼 시민들의 불편이 초래됐다.

    역대 대통령은 셧다운 기간에 필수 근무 인력 범위를 확대하는 등 시민 피해를 최소화하려 노력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오히려 “셧다운으로 인한 고통을 극대화하는 징벌적 조치에 나서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지적했다.

    러셀 보트 백악관 예산관리국장은 이날 미 하원 공화당 의원들에게 “하루나 이틀 안에 연방 공무원 해고를 시작할 것”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내무부 직원들은 휴직 중 대량 해고 관련 공지가 갈 수 있으니 노트북과 업무용 전화기를 집에 가져가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NYT가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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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이 시작된 1일(현지시간) 수도 워싱턴DC의 랜드마크 중 하나인 워싱턴기념탑을 찾은 관광객이 건물에 걸린 안내문을 읽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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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트 국장은 또 엑스에 올린 글을 통해 뉴욕 지하철과 터널 관련 인프라 사업 예산 180억달러의 집행을 보류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헌법에 위배되는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정책 때문이라고 주장했지만, 사실상 뉴욕주를 지역구로 둔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와 지역구가 뉴욕주에 있는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보트 국장은 좌파의 “신종 녹색 사기” 자금도 80억달러를 삭감하겠다고 밝혔다. ‘신종 녹색 사기’는 트럼프 행정부가 친환경·재생에너지 정책을 폄하하는 표현이다. 이는 민주당이 우세한 16개 주 사업에 영향을 미칠 예정이다. 사실상 셧다운을 틈타 민주당 지역구 사업의 자금줄을 끊으려 하는 것이다.

    아울러 이날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의소리(VOA) 방송을 중단하고 모든 기자들을 일시 해고했다. VOA 폐쇄 명령을 중단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온 지 이틀 만에 셧다운을 핑계로 다시 폐쇄한 것이다.

    슈머 원내대표는 “트럼프는 미국인들을 장기말로 쓰면서 나라에 고통을 가하겠다고 협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공화당도, 민주당도 ‘여론은 내 편’


    이에 민주당 지도부 역시 셧다운을 감수하더라도 트럼프 정부에 물러서선 안 된다며 의원들에게 단일대오를 요구하고 있다. 셧다운이 장기화하면 여론이 결국 트럼프에게서 돌아설 것이라는 정치적 계산 때문이다.

    피트 아길라 민주당 하원의원(캘리포니아)은 뉴욕 인프라 사업 예산 보류로 뉴저지에서 뉴욕으로 출퇴근하는 노동자들의 민심이 돌아설 것이라며 이는 “다음 달 치러지는 뉴저지 주지사 선거에서 민주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방 공무원들이 많이 사는 버지니아주의 마크 워너 민주당 상원의원도 “이들은 우리(민주당)가 반격하길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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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척 슈머 미국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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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때문에 민주당 주지사들은 과거 시민 불편을 줄이기 위해 셧다운으로 중단된 업무에 주 예산을 투입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지원하지 않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캐시 호컬 뉴욕 주지사는 이날 ‘자유의 여신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인에게 등대와 같은 존재였던 자유의 여신상 횃불이 이번에는 말 그대로 꺼질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 1기였던 2018년 셧다운 당시에는 수천명의 관광객 불편을 줄이기 위해 일시 폐쇄된 자유의 여신상을 뉴욕주 예산 지원으로 재개장 한 바 있다.

    장기화하면 미 경제 타격 …극적 합의 가능할까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상대방의 양보만 바라며 꿈쩍 않고 있지만, 셧다운이 장기화할 경우 미 경제 전체에 미칠 악영향이 커질 수 있다.

    이날 미 고용정보업체 오토매틱데이터프로세싱(ADP)가 발표한 데이터에 따르면 9월 미국 민간부문 급여 대상자 수가 3만2000명 감소했다. 시장은 4만~5만여명 증가를 예측했지만, 되레 2년 3개월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셧다운을 기회로 연방 공무원 대량 해고에 나설 경우 고용시장은 더욱 급격히 얼어붙을 수 있다.

    다만 여론 추이에 따라 극적 타결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예산안 통과의 최대 걸림돌은 ‘오바마 케어’(ACA) 보조금 지급 연장 여부이다. 민주당의 연장 요구에 트럼프 행정부는 “불법 이민자에게 의료비를 퍼주려 한다”는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 내부에서도 보조금이 중단될 경우 수백만명의 의료비가 급등해 1년도 남지 않은 내년 중간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공화당 여론전략가인 토니 파브리지오는 지난 7월 “의료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면 다음 선거에서 다수당이 민주당에 넘어갈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 때문에 공화당 온건파 내에서는 보조금을 최소 1년 더 연장하는 방안 등을 고민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워싱턴 | 정유진 특파원 sogun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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