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엔 인간과 소통 위한 기술이
"로봇과의 공존, 언제 시작될까"
2일 서울 동대문구 서울시립대에서 안무가가 휴머노이드 '모모'와 함께 무대에 올라 안무를 선보이고 있다. 김태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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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옷을 입은 남성 안무가가 양팔을 들어 올리자 휴머노이드 로봇 '모모'가 마치 안무를 이어받듯 같은 동작을 했다. 모모는 고려대와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디지스트)이 제작한 휴머노이드로, 멜라민폼 소재의 의상을 입고 기계적인 관절을 갖췄다. 유연하게 반응하며 안무가와 호흡을 맞추는 모습에, 딱딱한 기계가 아니라 인간과 소통하는 존재로 해석됐다.
2일 서울 동대문구 서울시립대 제2공학관에선 특별한 패션쇼가 열렸다. 서울시립대는 국제휴머노이드협회와 함께 미래 트렌드를 세상과 공유하는 패션쇼의 형식을 빌려, 인간과 로봇의 공존을 무대 위에 구현했다. 행사 기획을 맡은 오혜진 미국 카네기멜런대 로보틱스학과 교수는 "로봇과 함께 사는 세상은 더 이상 가능성이 아닌 '언제 시작되느냐'의 문제"라며 "공존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고민할 시점"이라고 행사 의미를 설명했다.
무대에는 이어 중국, 프랑스 휴머노이드들이 차례로 등장했다.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중국 로봇기업 유니트리의 'GO2'와 'G1'이 모습을 드러내며 손을 흔들자 관람객들도 함께 웃으며 인사했다. 특히 G1은 상체에 풍선처럼 공기를 주입할 수 있는 의상을 입어 로봇의 단단한 구조를 부드럽게 보이는 효과를 냈다. 의상 안에는 압력 감지 센서가 내장돼 사람과 물리적 상호작용도 가능하다고 주최 측은 설명했다.
프랑스 로봇기업 인챈티드 툴스가 만화 캐릭터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미로카이'는 지느러미같이 생긴 의상을 입고 무대에 올랐다. 이 의상엔 노인을 보호하고 돌봄 신호를 전달하는 기능이 숨어 있다고 했다. 무대에 모인 세 나라의 로봇들은 안무가의 손짓에 반응하거나 시선을 맞추며 마치 모델들이 런웨이를 걷는 것처럼 움직였다.
2일 서울 동대문구 서울시립대에서 안무가가 중국 로봇기업 유니트리의 휴머노이드 G1을 향해 손을 뻗고 있다. 김태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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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등장한 '철학 로봇'도 관람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사람이 "모방을 창조로 볼 수 있는 기준은 무엇인가"라고 묻자 로봇이 "단순한 유사성을 넘어 새로운 현상이 발생할 때"라고 답하자 객석 곳곳에선 감탄이 터져나왔다. 이 외에도 대화를 나누는 동안 몸을 부풀리며 정서적 교감을 시도하는 로봇, 공기의 흐름에 따라 보행하는 풍선 로봇 등 다양하고 창의적인 로봇들이 관람객들과 만났다.
이날 연단에 선 로봇 과학자 데니스 홍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기계항공공학과 교수는 로봇이 기능을 넘어 감정까지 전달하는 매개체가 될 거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지는 공학자가 로봇을 움직이게 했지만, 앞으론 로봇이 인간을 움직이게 할 것"이라고 그는 예상했다.
김태연 기자 ty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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