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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1 (목)

    이슈 취업과 일자리

    “미국 고용시장? 엔진 꺼진 무동력 하강 상태”...기묘한 미국 경제를 해석하는 흥미로운 관점들 [★★글로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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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英 다리오 퍼킨스 이코노미스트
    비농업 일자리 데이터 분석으로
    美 ‘경기침체 직전’ 시사해 눈길

    ‘파스타그릇’형 연착륙 관측도
    “얇고 넓은 형태 불황, 수시로
    변덕스럽게 찾아와 사라질 것”


    매일경제

    이미지=미국 노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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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투자자들이 미국 경제의 기묘한 현상들을 해석하는 데 도움이 될 몇 개의 관점을 매일경제가 소개합니다.

    먼저 최근 로이터통신 보도로 조명되고 있는 영국 리서치펌 ‘TS롬바드’의 거시 경제학자인 다리오 퍼킨스가 소개한 차트입니다.

    그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공포에 떨게 하는 표에 해당한다며 정부와 의료 부문 업종을 제외한 ‘근원 비농업 일자리’ 숫자의 최근 6개월 증감률이 우상향이 아닌 거의 ‘제로(0)’ 상태라고 강조합니다.

    이 지표가 중요한 이유는 지난 60년 동안 바닥에 터치다운 하는 순간 어김없이 경기 침체가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아래 차트와 붉은 점을 보면 쉽게 이해하실 겁니다.

    매일경제

    이미지 출처=다리오 퍼킨스 엑스 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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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운데 길게 표시된 음영은 역대 미국 경제 침체 구간인데 시작점에서 붉은 점(근원 비농업 일자리의 제로 상태)이 정확히 포착됩니다. 공교롭게도 차트상 맨 오른쪽의 빨간 점이 바닥을 찍을 태세인 2025년 지금의 미국 고용시장 상황입니다.

    퍼킨스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1일 자신의 엑스(X) 계정에 이 차트를 올리며 “솔직히 말해 나는 미국 경제에 대해 그렇게 비관적이진 않다. 하지만 이 차트가 바로 연준을 공포에 떨게 하는 것이다. 이들은 ‘스톨 스피드(stall speed)’ 이론을 확고히 믿고 있다”고 차트의 무게를 평가합니다.

    ‘스톨 스피드’는 항공기가 엔진의 힘 없이 무동력으로 나는 속도 상태를 가리킵니다. 거시 경제에서는 미국 성장률이 경기 부양이라는 연료와 엔진이 꺼진 상태로 착륙 직전의 무동력 하강에 빠져들고 있음을 묘사합니다.

    이 위험한 운항 상태에선 경기 부양책을 써 엔진을 다시 돌려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외부 쇼크가 출현할 때 항공기 동체가 제때 이륙하지 못하고 추락(경기 침체)할 수 있다는 게 연준 내부의 선험적 믿음입니다.

    아울러 요즘 미 연방정부가 발표하는 비농업 일자리 등 고용 지표가 워낙 들쑥날쑥하다보니 통계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경제의 성장세는 기대 이상으로 탄탄하지만 고용 시장이 최근 큰 조정을 받는 현상에 대해 대다수 경제학자가 관세보다 이민 정책에 따른 충격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미국 중앙은행장인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를 ‘기묘한 균형’(curious balance)이라고 불렀죠.

    노동 공급과 수요의 동반 둔화라는 이례적인 현상이 펼쳐지고 있는 데 대해 파월 의장은 “이민자 수 변화로 인해 노동 공급이 감소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더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트럼프 행정부의 폭압적 반이민 정책에 위협을 느낀 역내 노동자들이 두문불출하면서 노동 공급이 줄었고, 이런 가운데 관세 불확실성에 노출된 기업들이 채용 수요를 축소하고 있음에도, 실업률 데이터는 크게 튀지 않는 신기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죠.

    그런데 시장의 이 같은 묘한 긴장과 균형 조정을 3년 전 플로리다의 한 경제학자가 예고한 바 있습니다. 센트럴플로리다대(UCF)의 션 스네이스 경제예측연구소장입니다.

    그는 팬데믹 이후 미국 경제의 회복 과정을 대중이 이해하기 쉽도록 식기 그릇인 파스타볼로 비유했고 ‘파스타볼형 침체(Pasta Bowl Recession)’라는 용어를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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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스타볼 그릇 이미지 <사진=소셜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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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면적이 넓은 반면 가운데 패인 부분이 완만하고 작은 파스타 그릇 모양처럼 2022~2023년의 미국 경제는 혼합된 경제 데이터의 난립 속에 경기 침체가 있지만 심각하지 않은 수준으로 연착륙을 향해 달려갈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면 2020년에 경험한 것처럼 로켓 추진(정부의 천문학적 경기부양 조치) 같은 회복세는 없을 것이다. 우리는 파스타 그릇에 들어간 것과 같은 방식으로 침체에서 천천히 나올 것이다. 이런 식의 불황은 변덕스럽게 시작돼 사라질 것이다.”

    그의 파스타볼 모델이 주목을 받은 이유는 이런 완만한 형태의 침체 발생과 소멸 과정이 미국 경제를 치유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설명 때문입니다.

    스네이스 소장은 완만한 경기 침체가 당시 치솟는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문제로 인해 과열된 미국 경제의 수요를 바로잡는 데 의외로 좋은 처방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이론적으로 완만한 경기 둔화는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완화할 시간을 제공하는 동시에 글로벌 공급망이 안정화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동시에 제공할 수 있다.”

    그의 관점은 2025년 10월의 미국 경제 상황에서 이렇게 바꿔 표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론적으로 완만한 경기 둔화는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완화할 시간을 제공하는 동시에 트럼프발 관세·이민정책이 안정화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동시에 제공할 수 있다.”

    트럼프발 불확실성 속에서 시장 투자자들은 침체라는 공포의 단어를 실제 미국 경제의 둔화 현실보다 과장해 자기실현적 주문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자산시장의 호황 속 트럼프라는 불확실성에 대처하려는 투자자들의 머릿속에서 공포의 존재가 아닌 백신의 개념에 더 가까워 보입니다. 그 예언이 현실이 된다면 시장의 대응 방식은 울퉁불퉁하지 않고 스네이스 소장이 말한 파스타 그릇 모양처럼 넓고 골은 완만할 것입니다.

    연준도 이 같은 투자자들의 자기실현적 주문 심리를 잘 알기에 지난 9월 기준금리 결정 때 작년 9월과 같은 빅컷(0.5%포인트)이 아닌 보험성 인하(0.25%포인트)로 대처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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