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당 총재 당선, 이달 중순 취임 예정…‘과거사·영토’ 강경 발언
‘미·중 갈등’ 속 한·일 협력 중요성 의식해 현실주의 노선 선택할 듯
내각 구성 등 주목…‘셔틀외교 복원’ 이 대통령과 APEC서 상견례
웃으며 악수 다카이치 사나에 신임 일본 자민당 총재(오른쪽)가 지난 4일 도쿄 당 본부에서 치러진 총재 선거에서 당선된 후 이시바 시게루 총리와 악수를 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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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중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자민당 총재의 총리 취임이 유력시됨에 따라 ‘과거를 직시하되, 미래를 위한 협력으로 나아가자’는 이재명 정부의 투트랙 외교 기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우익 성향으로 과거사·영토 문제 등에 강경 발언을 쏟아냈던 다카이치 총재 이력으로 볼 때 양국 간 과거사 현안에 대한 불안이 커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시대 들어 무역·통상 국제질서가 급변하면서 양국이 협력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9일 다카이치 총재가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유보할 가능성이 높다는 일본 언론의 보도가 나오는 등 한·일관계가 격변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요미우리신문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한국과 중국의 반발을 초래할 것으로 보고 외교 문제화를 피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이를 두고 과거 내각 각료(경제안보담당상)로서 꾸준히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해 온 다카이치 의원과 다카이치 총리는 다른 행보를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특히 오는 21일쯤으로 예상되는 총리 선출 직후인 27~29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방일이 예정돼 있는데, 그전에 한국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되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무리하게 강행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카이치가 대외 정책에 있어 현실주의 노선을 걸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우익 강성 발언으로 인기를 얻었던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취임 이후 온건 중도 노선을 취한 것과 유사한 길을 밟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트럼프 시대 들어 급변하는 무역·통상 국제질서와 갈수록 선명해지는 미·중 갈등 구도는 한·일 공동 대응과 협력의 필요성을 높이는 요소여서 일본이 한국과의 관계를 경색시킬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카이치 총재를 밀어준 강경파가 득세할 경우 한·일관계는 경색될 수도 있다. 다카이치 총재는 지난달 토론회에서 “‘다케시마의날’ 행사에 대신(장관)이 당당히 참석해야 한다”고 했고, 2022년 야스쿠니 신사 참배와 관련해 “어정쩡하게 하니까 상대가 기어오르는 것”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세 차례의 한·일 정상회담을 통해 일본과 셔틀외교를 복원시키며 미래지향적 협력 관계를 다져왔다. 과거사 관련 국내 반발을 무릅쓰고 이전 정부 때 일본과의 합의를 준수하겠다며 경제·사회 분야 협력에 방점을 두고 우호적 관계를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하지만 신임 일본 총리가 일본군 ‘위안부’·강제징용 문제 등 과거사 현안이나 독도 등 영토 문제를 거론할 경우 대응하지 않기도 어렵다.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해 온 기하라 미노루 전 방위상이 관방장관에 거론되는 등 다카이치 내각에 우익 성향 정치인들이 전진 배치될 것이라는 예상도 불안을 키우는 요인이다.
일본 총리 선출 이후 한·일관계의 1차 관문은 오는 31일 경주에서 개최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다. 이 대통령과 새 일본 총리는 APEC을 계기로 상견례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어 다음달 일본에서 개최될 가능성이 있는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한·일 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양국 관계 정립의 본격적인 시험대를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환보 기자 botox@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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