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서울 중구 명동 KEB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미국 달러를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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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며 외환시장 변동성이 다시 커지고 있다. 지난달 말 심리적 저항선인 1400원대를 돌파한 원-달러 환율은 추석 연휴가 끝나자마자 1420원대를 뚫고 5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연휴 기간 엔화·유로화 약세와 달러지수 상승, 대미 투자협상 불확실성 등 원화 약세(환율 상승) 변수들이 한꺼번에 반영된 양상이다. 시장에선 고환율 흐름이 당분간 이어지며 외환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통화당국의 금리 정책 경로에도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10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추석 연휴 직전 마지막 거래일인 지난 2일(1400원)보다 21.0원 급등한 1421.0원에 주간거래를 마감했다. 5개월여 만에 최고 수준이다. 원-달러 환율은 연휴 기간(6~9일) 역외 거래에서 1427.8원까지 올랐던 영향이 연휴 뒤 국내 시장 개장과 함께 한꺼번에 나타나는 모습이다.
우선, 연휴 기간 일본 엔화와 유로화가 동시에 급락하면서 원화도 약세 흐름이 강화됐다. 특히 원화 가치와 동조화 경향이 강한 엔화는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아베노믹스(통화·재정 완화) 계승을 공언한 다카이치 사나에가 승리하면서 달러 대비 가치가 급락(환율 상승)했다. 일본의 적자 국채 발행은 늘고 금리 인상은 지연될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간밤 미국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153엔대 중반까지 치솟으며 약세를 보였다. 연휴가 시작되기 전인 지난 2일 147엔대에서 급등한 것으로, 지난 2월 이후 약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달러 대비 유로화는 연휴 기간 프랑스 총리가 1개월 만에 사임해 정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1.15달러대로 상승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슬금슬금 상승해 9일(현지시각) 99.5까지 높아졌다. 최근 한 달간 달러화 대비 환율은 원화가 2.38%, 엔화가 3.82%, 유로화가 1.16% 각각 뛰었다. 위재현 엔에이치(NH)선물 연구원은 “연휴 기간 엔화와 유로화의 동반 약세에 달러화가 반등한 영향을 이날 외환시장이 소화한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대내적으로는 3500억달러 대미 투자 협상의 불확실성이 원화 고유의 약세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미는 지난 7월 미국으로 수입되는 한국산 제품에 대한 상호관세율을 15%로 잠정 합의했지만 3500억달러에 이르는 대미 투자 방식을 놓고 줄다리기를 지속하고 있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대내외 원화 약세 압력이 중첩되며 원-달러 상방 압력이 높게 유지되고 있다”며 “약달러로 전환되거나 대미 투자 협상에서 우호적인 결정이 나기 전까지는 당분간 상방 압력이 우세해 1400원대 등락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전망했다. 위재현 이코노미스트는 “대미 투자 불확실성과 미국의 견조한 펀더멘털에 환율 상승 압력이 확대됐다”며 “국내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지만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어 단기적으로 원-달러 환율 상단을 1420원으로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외환시장 변동성이 장기화하면 통화당국의 금리 인하 시기에도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지난달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정책금리를 내린 뒤 한은도 오는 23일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는데, 서울 집값 오름세가 지속중인 마당에 환율 불확실성까지 커지면 금리 인하 부담이 더 커질 거라는 의견이 나온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은 금융안정에 더 오랫동안 초점을 둘 시기”라며 “연내 인하는 가능하되 시점은 11월로 미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황건일 금통위원은 지난달 23일 기자간담회에서 “올해는 시장 기대처럼 한번 정도는 (인하를) 해야 하는데 그게 10월이 될지 11월이 될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되는 상황”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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