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제분 |
기술 유출 중소기업의 신속한 피해 구제와 법적 대응을 지원하기 위해 도입된 기술분쟁조정제도가 시행 10년을 맞았지만, 실제 조정이 성립된 경우는 10건 중 2건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피해 기업이 어렵게 조정에 돌입해도 기술을 탈취한 기업이 의도적으로 절차를 지연할 경우 제도가 무력화된다는 점에서 유명무실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조국혁신당 서왕진 의원실이 13일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제도가 시행된 2015년부터 지난달까지 기술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된 조정 신청 256건 중 조정이 성립된 건은 58건(22%)에 불과했습니다.
256건 중 ‘사실확인 불가’, ‘조정 의사 없음’ 등의 사유로 기술 분쟁 조정이 중단된 것은 113건에 달했습니다. 조정안이 제시됐어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불성립’으로 종결된 조정 건은 58건으로 피해기업이 어렵게 조정절차에 돌입해도 상대 기업이 조정에 불응하거나 의도적으로 지연할 경우 이를 막기 어려운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서 의원실은 지난해 국회 산자위 국정감사에서 조명됐던 대한제분과 세븐브로이 간 ‘곰표 밀 맥주’ 분쟁을 두고 기술분쟁조정 중인 대표적인 사례라고 지적했습니다. 대한제분은 세븐브로이와 함께 2020년 5월 ‘곰표 밀맥주’를 출시했지만, 2023년 세븐브로이와 계약 종료 후 다른 제조사인 제주 맥주와 협업해 ‘곰표밀맥주 시즌 2’를 출시하며 기술 유출 분쟁이 일었습니다. 세븐브로이 측은 대한제분이 자신의 기술을 경쟁사에 전달해 사업 활동을 방해했다고 주장하며 대한제분을 중소벤처기업부에 기술분쟁조정을 신청 했고 현재 조정 절차가 진행 중입니다.
지난해 10월 송인석 대한제분 대표이사는 국회 산자위 종합국정감사에 출석해 세븐브로이와 분쟁 해결에 불성실하다는 위원들의 질타에 “3년 간 라이선스 계약을 종료하면서 원칙대로 했다고 하지만, 세븐브로이의 어려운 사정을 헤아리지 못했다”며 “최선을 다해 분쟁을 원만하게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답변했습니다.
하지만, 송 대표이사의 발언과 달리 대한제분은 제3의 회계법인이 추산한 68억 원 손해 산정을 수용하지 않았고 기술분쟁조정 답변서 제출 연기를 신청했습니다. 서 의원실은 “기술분쟁조정 답변서 제출을 교묘하게 연기하며 조정 절차에 응하지 않고 시간을 끄는 것이 전략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출처=중소벤처기업부 제출자료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서 의원은 “정부가 기술탈취 근절을 외치면서도 정작 조정 단계에서 아무런 강제 수단이 없는 것이 문제”라며 “조정 불성립 사건에 대해서는 비식별화된 사건 요지와 경과를 공표하고,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조정안에 준사법적 효력을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