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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25 (목)

    이슈 하마스·이스라엘 무력충돌

    트럼프는 이스라엘에서 ‘영웅급’ 환대받았지만,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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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향신문

    이스라엘 텔아비브 광장에서 13일(현지시간) 인질 석방 소식이 전해지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플래카드를 흔들며 “땡큐 트럼프”를 연호하고 있는 이스라엘 시민들.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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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자지구 휴전협정과 이스라엘 인질 석방을 위해 중동 방문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극진한 환대를 받았다. 이스라엘 시민들은 광장에 모여 “트럼프”를 연호했고, 이집트에서 열린 ‘가자지구 평화를 위한 정상회의’는 30여 명의 세계 정상들을 들러리 세운 트럼프 대통령의 독무대와 다를 바 없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난항이 예상되는 2차 휴전 협정의 구체적인 이행 방안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오전 하마스가 인질을 석방하기 시작한 직후 이스라엘에 도착했다. 텔아비브 광장에서 눈물을 흘리며 기뻐하던 수만 명의 이스라엘 군중들은 성조기와 트럼프 대통령의 사진을 흔들며 “땡큐 트럼프!”를 한목소리로 연호했다. 이틀 전 열린 집회에서 이스라엘 군중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야유를 보냈던 것과 대조되는 반응이었다. 텔아비브 해변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옆모습 캐리커처와 함께 “땡큐”라고 쓰여진 거대한 그림이 관측됐다. 뉴욕타임스는 “이스라엘 시민들은 인질 석방과 휴전의 공로를 네타냐후 총리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돌리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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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스라엘 텔아비브 해변에 그려진 거대한 ‘땡큐 트럼프’ 그림.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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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웅급’ 환대를 받은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 의회(크네세트)에서 “공포와 죽음의 시대가 종식됐다”면서 “이것은 새로운 중동의 역사적인 새벽”이라고 연설했다. 미국 대통령이 크네세트에서 연설한 것은 2008년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이후 처음이다. 그는 자신이 끝낸 전쟁의 개수를 기존의 7개에서 8개로 늘려 말하면서 “수 세대 후 이 사건은 모든 것이 변하기 시작한 순간으로 기억될 것이고, 지금의 미국처럼 이스라엘과 중동은 황금기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의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하는 동안 셀 수 없는 기립박수로 찬사를 보냈다. 일부 의원은 빨간색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모자를 쓰고 있었다. 네타냐후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이 만난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백악관 친구”라고 칭하면서, 그를 이스라엘에서 가장 권위 있는 ‘이스라엘상’ 후보로 추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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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스라엘 의회서 연설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화답하듯 연설 도중 이츠하크 헤르초그 이스라엘 대통령에게 “네타냐후 총리를 사면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부패 혐의로 기소된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수사는 전쟁 중 일시 중단된 상태다. 이스라엘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실각 위기에 놓인 네타냐후 총리를 구하기 위해 내정 간섭을 시도한 것이다.

    이날 오후 이집트 휴양지 샤름엘셰이크에서 열린 ‘가자 평화 정상회의’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각국 정상들로부터 박수갈채를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집트·카타르·튀르키예 등 휴전 중재국 정상들과 함께 ‘가자평화선언’에 서명한 후 “이 평화선언에 서명하기까지 3000년이 걸렸다. 믿어지는가”라고 말했다. 자신이 단순히 이스라엘과 하마스 휴전을 끌어낸 것이 아니라, 수천 년 동안 이어져 온 중동의 갈등을 해결했다는 뜻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자신이 “중동발 3차 대전을 막았다”고 자평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장황하게 연설하는 동안 이날 회의에 참석한 30개국 정상들은 그의 뒤에 병풍처럼 늘어서 있었다. 연단에 선 트럼프 대통령은 마치 출석을 부르듯 뒤에 서 있는 각국 정상들을 개별 호명하면서 한 명씩 치하했다. 특히 이날 주최국인 이집트와 트럼프 대통령을 제외하고 유일하게 연단에 설 기회가 허락된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는 “진정한 평화의 사람인 트럼프 대통령을 내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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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이집트 샤름엘셰이크에서 열린 가자지구 평화를 위한 정상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그의 뒤로 유럽과 중동 정상들이 서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크네세트와 정상회의 연설 내내 2단계 협정에 대한 구체적인 이행 방안을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팔레스타인 국가를 인정하는 ‘두 국가 해법’을 한 번도 입에 올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하마스 인질 석방과 이스라엘 철군으로 이뤄진 1단계 협정은 가장 쉬운단계였으며, 하마스 무장해제 및 정권 배제 등을 논의해야 하는 2단계 협정부터 난항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게다가 전쟁 당사자인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평화선언에 서명하지 않았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 의회 연설을 끝내자마자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하마스가 약속과 달리 사망한 인질 전원의 유해를 이날까지 돌려보내지 않았다며, 이는 합의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외교협회(CFR) 중동지역 선임 연구원인 엘리엇 에이브럼스는 “전투가 멈추고 세계의 관심이 다른 곳으로 쏠리면 (협정 이행의) 난제들은 지난 수십 년간 세계를 괴롭혀 온 문제들만큼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동 매체인 미들이스트모니터의 칼럼니스트인 자심 알아자위는 “트럼프 대통령은 아직 끝나지 않은 전쟁을 승리의 이야기로 만들고 싶어하지만, 하마스는 여전히 예측 불가능한 존재”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평화를 선언하고 전 세계의 박수갈채를 받을지 모르나, 그 뒤에 남겨진 파편들은 아직 해결되지 않은 전쟁의 잔재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워싱턴 | 정유진 특파원 sogun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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