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회 '각외 협력' 고수… 모호한 연정
차기 선거서 정권 심판론 피하려는 꼼수
다카이치 사나에(오른쪽 사진) 일본 집권 자민당 총재와 요시무라 히로후미 일본유신회 대표가 15일 도쿄 국회에서 회동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도쿄=교도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일본 집권 자민당과 제2야당 일본유신회(이하 유신회)가 연립정권 수립에 사실상 합의했다. 서명만 남은 상태다. 이에 따라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총재가 오는 21일 국회 총리 지명 선거에서 '일본 첫 여성 총리'로 선출되는 것이 확실시된다.
19일 일본 요미우리신문,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재와 요시무라 히로후미 유신회 대표가 20일 만나 연정 합의서에 서명한다.
유신회는 이날 오사카에서 상임 임원회를 열었고, 이튿날 합의서에 서명하기 전 의원 총회를 개최해 연정 참여를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유신회 의원들은 오는 21일 총리 지명 선거에서 다카이치 총재에게 투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중의원(하원) 과반(233석)에는 못 미치나 232표(자민당 196석, 유신회 35석, 자민당 출신 중의원 의장 1표) 확보가 예상돼 야당 후보들을 가뿐히 앞설 것으로 보인다. 교도는 "다카이치 총재가 첫 여성 총리로 선출되는 것이 확실한 정세가 됐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선 과반 득표로 쉬운 승부가 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자민당은 중의원 의석 3석을 보유한 우익 정당인 참정당 등에도 총리 지명 선거 협력을 요청한 상태다. 국회 총리 지명 선거는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에 달성하면 결선 투표를 치르지 않아도 된다. 야권은 결선 투표에서 다카이치 총재를 이기는 것을 목표로 후보 단일화 협상을 벌였지만, 유신회가 자민당과의 연정을 추진하면서 결렬됐다.
일본 우익 정당인 일본유신회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 요시무라 히로후미(왼쪽) 대표와 후지타 후미타케 공동대표 얼굴과 함께 '일본 재기'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일본유신회 홈페이지 캡처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그러나 서명 합의 전부터 '연정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신회가 자당 소속 의원들이 '다카이치 내각'에 입각하지 않는 '각외 협력' 형태로 연정에 참여하려 해서다. 장관만이 아니다. 차관인 부대신, 차관급인 정무관으로도 참여하지 않는다. 이 경우 내각과 연립여당 간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고, 국정 운영의 안정성이 언제든 흔들릴 수 있다. 아사히신문은 "자민당은 유신회에 정권에 동등한 책임을 지도록 하기 위해 각내 협력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자민당 요직을 거친 한 인사는 아사히에 "입각하지 않으면 불안정한 상태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신회가 각외 협력 방식을 고수하는 건 정권 비판 여론이 높아질 경우 치명상을 입을 수 있어서다. 차기 중의원 선거에서 정권 심판론이 높아질 경우를 대비해 정권과 거리를 둬 연대 책임론에선 벗어나려는 계산이다. 오사카'부'의 '도' 승격이나 비례대표를 중심 국회의원 수 감축 등 당의 숙원 사업은 자민당에 요구해 해결하되, 정권 운영에는 깊숙이 관여하지 않는 듯한 인상을 주려는 의도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국민민주당과 참정당의 부상으로 유신회 정당 지지율은 5% 수준으로 하락했다"며 "정권 운영이 미숙하다는 인상을 주면 차기 중의원 선거를 앞두고 지지율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고 짚었다.
자민당은 대신 다카이치 총재가 차기 총리로 선출되면 유신회의 엔도 다카시 국회대책위원장을 총리 보좌관으로 기용할 방침이다. 총리 보좌관은 총리 관저 내에 집무실을 두고 총리에게 정책 수립 등을 조언하기에 보통 총리 측근이나 전직 관료를 앉힌다. 다카이치 총재가 이례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이를 두고 연대 책임에서 벗어나려는 유신회에 족쇄를 채웠다는 해석이 나온다. 아사히는 "공동 책임을 요구하는 자민당과 자민당과의 일체화를 피하려는 유신회가 절충점을 모색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도쿄= 류호 특파원 ho@hankookilbo.com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