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돌며 보물 탑비·묘비 등 채탁
“학술적 가치와 예술성 모두 겸비”
흥선 스님이 기증한 ‘완주 광산김씨(1739~1805) 묘비’ 탁본. 조선 후기 두 명필가인 추사 김정희의 글씨(맨 오른쪽)와 창암 이삼만의 글씨를 함께 볼 수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조계종 탁본 명장인 흥선 스님이 전국 각지에서 40여 년간 직접 뜬 금석문(金石文·돌이나 금속 등에 새긴 기록) 탁본 자료를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했다.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은 “흥선 스님으로부터 금석문 탁본 등 총 558건 1143점을 기증받았다”고 19일 밝혔다. 탁본 자료 기증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탁본(拓本)은 돌이나 금속, 나무 등에 새긴 글씨나 그림을 종이와 먹으로 그대로 찍어내는 것을 말한다. 표면 위에 종이를 댄 뒤, 솜을 단단히 뭉쳐 천으로 감싼 ‘먹봉’을 가볍게 두드리면서 옛 기록을 복원한다.
흥선 스님은 40여 년간 전국을 돌아다니며 금석문을 채탁(採拓)해온 탁본 전문가다. 불교중앙박물관장, 경북 김천 직지사 주지 등을 역임했고, 2013년부터 조계종 불교중앙박물관의 금석문 탁본 조사 사업을 총괄해왔다. 지난해에는 대한불교조계종의 첫 탁본 분야 명장으로 지정됐다. 박물관은 “흥선 스님의 탁본은 금석문의 내용을 정확히 옮기고 조형적 아름다움까지 담아내 학술적 가치와 예술성을 겸비한 것으로 평가받는다”고 설명했다.
보물 '장흥 보림사 보조선사탑비' 탁본. 통일신라 헌강왕 10년(884)에 세워진 보조선사 지선(804~880)의 탑비다. 웅장한 조각과 균형 잡힌 글씨로 당시 석비 조형의 예술성을 잘 보여준다. /국립중앙박물관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번에 기증한 탁본은 흥선 스님이 직접 채탁하거나 감독해 만든 것으로, 삼국 시대에서 조선 시대까지 한국의 금석문을 망라한다. 이름난 승려의 행적을 기록한 탑비, 역사 기록물인 승전비, 묘비에 새긴 글 등 주제도 다양하다. 보물 ‘장흥 보림사 보조선사탑비’ ‘안성 칠장사 혜소국사비’ ‘여수 통제이공수군대첩비’ 탁본 등이 포함됐다. ‘완주 광산김씨 묘비’ 탁본은 조선 최고의 서예가인 추사 김정희와 창암 이삼만이 함께 글씨를 써, 조선 후기 두 명필가의 서체를 동시에 확인할 수 있다.
박물관은 “기증받은 탁본을 디지털 아카이브로 구축하고, 전시와 연구를 통해 금석문과 탁본의 의미를 국민과 공유하겠다”고 밝혔다.
[허윤희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