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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5 (금)

    이슈 아동학대 피해와 대책

    [단독] 8세 아이에 "확 때려야" 폭언한 교사… '아동학대 송치'에도 수업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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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초등학교 2학년 담임, '정서적 학대' 혐의
    "너한테 뭘 가르쳐야" "모르는 것도 참 많구나"
    피해 신고되자 병가… 아동, '등교 불안'에 전학
    교사, 지금은 학교 복귀 후 계속 수업 맡고 있어
    학교 "법 절차대로 처리"… '소극적 대응' 논란


    한국일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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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말 아동학대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초등학교 2학년 담임 교사가 그 이후에도 계속 학급 담임을 맡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수사 기관의 최종 처분이 내려지지 않은 데다 피해 학생이 이미 다른 전학을 간 터라 사실상 '분리 조치'도 취해지고 있는 셈이어서, 법적으로 특별한 문제는 없다는 게 해당 학교의 입장이다. 하지만 이 같은 학교의 방침을 둘러싼 논란은 불가피해 보인다. 추가 피해 발생 가능성을 경시한 채, '교사의 편'에서 소극적 대응을 하는 것으로 볼 법하기 때문이다.

    24일 이 사건 관계인과 관할 구청, 경찰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서울경찰청은 지난달 24일 아동학대처벌법 위반(아동복지시설종사자등의 아동학대가중처벌) 혐의로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 이모씨를 검찰에 송치했다. 이씨는 자신이 맡은 2학년 학급의 A(8)양을 상대로 언어폭력 등 정서적 학대를 가한 혐의를 받고 있다. 관할 구청도 비슷한 시기, 이씨 발언을 '아동학대 사례에 해당한다'고 판정했다.

    '편식' 이유로 공개 조롱까지


    A양에 대한 이씨의 폭언은 지난 5월부터 시작됐다고 한다. A양은 당시 부모에게 "수업시간에 선생님한테 혼났다"고 말했고, 부모도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선생님의 폭언' 수위는 점점 높아졌다. 그리고 6월 초, A양 부모는 이씨가 수업 중 딸에게 한 발언을 듣고 깜짝 놀랐다. "도대체 뭐 하는 짓이야. 얘네들이 아주 돌았네 돌았어." "그냥 확 때려 줘야 하는데 때릴 수가 없어서." "미친 거야? 진짜 열받네. 너희 오늘 죽었어." 수학 문제를 제대로 풀지 못한 A양 등에게 고함을 치며 내뱉은 말이었다.

    이뿐이 아니었다. 정답을 맞히지 못한 A양이 책을 덮고 가만히 있었다는 이유로 이씨는 "내가 더 뭘 가르쳐 줘야 되니, 너한테"라고 타박했다. "넌 세상에 참 모르는 것도 많구나" "문제 풀이 설명 안 하면 너 내일 내가 체험학습 안 보낼 줄 알아" 등의 말로 윽박지르기도 했다.

    '편식을 한다'며 A양을 공개적으로 조롱하기까지 했다. A양이 급식 반찬 일부를 먹지 않자 이씨는 학급 아이들에게 "너희는 급식 판에 밥과 키위, 핫도그만 주면 먹을 수 있겠니?"라고 물었다. 학생들은 "아니요"라고 대답했다. 다시 이씨는 "너희는 아마 이런 밥을 주면 '이게 뭐예요', 이럴 거야. 그런데 A는 밥만 먹더라고. 대단하지?"라고도 비꼬았다. 대놓고 A양에게 면박을 준 셈이다.

    딸의 피해 사실을 구체적으로 알게 된 A양 부모는 6월 중순쯤 학교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와 동시에 아동학대 피해를 경찰에 신고했고, 현행법에 따라 이씨와 A양의 분리 조치가 이뤄졌다. 당시 이씨는 병가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A양 학급에서는 '걔 때문에 선생님이 학교에 안 나온다'는 말이 돌았다. A양은 친구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받는 등 정서적 괴로움을 겪어야만 했다.

    결국 A양은 '등교 불안'을 호소했다. 학교생활을 계속하기 힘든 상태가 됐다. 학급 친구들을 마주칠까 두려워 학원에 다니는 것도 중단했다. 가족은 2학기 개학 전에 이사를 했고, A양은 다른 지역 초등학교로 전학했다.

    한국일보

    충청권 소재 초등학교의 한 교실 모습. 기사 내용과는 무관한 사진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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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해 교사' 다시 출근 중… 학교 "법적 문제 없다"


    병가 기간이 끝난 이씨는 지난달 초 학교에 복귀한 것으로 파악됐다. 같은 달 24일 경찰의 '검찰 송치 결정' 이후에도 학급을 그대로 맡고 있으며, 수업도 예전처럼 하고 있다고 한다. 다만 이러한 조치가 합당한지는 의문이다. 관련법상 아동학대와 관련해선 수사가 종결되지 않고 '진행 중'인 상태에서도 교원 징계 조치를 할 수 있는 탓이다. 교육공무원법에 따르면 정서적 학대 행위로 수사를 받는 교원의 경우, '학대 정도가 중대하고 정상적인 업무 수행을 기대하기 어렵다면' 임용권자가 직위해제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학교는 '법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 학교 교장은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법률 자문을 받은 뒤, 법적 절차에 맞게 처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로선 이씨의 폭언 수위가 높지 않고, 따라서 그가 정상적으로 교사 업무도 수행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일보는 이씨 입장을 직접 듣기 위해 학교의 협조를 구했으나, 학교는 응하지 않았다.

    관건은 결국 검찰의 결론이다. 관할 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아동학대로 신고됐다고 해서 무조건 직위해제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수사 기관의 처분에 따라 필요한 시점에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세운 기자 cloud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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