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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1 (목)

    이슈 검찰과 법무부

    백해룡 “수감자 불러 진술 비틀기는 검찰 고질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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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에서 지원 거부해 간이 침대도 사비로 구매”

    ‘세관 마약’ 사건에 가담한 말레이시아 운반책 중 한 명이 조현병(정신분열증)을 앓고 있어 진술의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에 대해 백해룡 경정이 26일 반박 입장을 냈다.

    백 경정은 이날 “해당 조직원의 진술은 검찰이 수사 단서 및 유죄 인정의 근거로 이미 사용했다”며 “조증도 앓고 있어 (오히려) 거짓말을 지어내지 못하고, 특정 인물과 사물을 짚어내는 데 지장이 없을 뿐더러 뛰어나다”고 했다. 또한 “조직의 부두목이 범죄 혐의를 부인하자 해당 조직원의 진술로 반박해 유죄를 입증한 적도 있었다”며 “수감자를 불러내 진술 비트는 것은 검찰의 고질병”이라고 했다. 다만 검찰의 ‘진술 비틀기’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본지는 ‘세관 마약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해 “세관 직원들이 필로폰 반입을 도왔다”고 진술한 말레이시아 운반책 중 한 명이 조현병(정신분열증)을 앓고 있었다고 보도했었다(25일 자 A10면). 백 경정은 서울 영등포경찰서 형사과장으로 있던 지난 2023년 9월 한국을 수차례 드나들며 필로폰을 밀수한 말레이시아인 운반책들을 검거해 그해 1월 27일 인천공항으로 필로폰을 반입할 때 인천 세관 공무원이 도와줬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2월 27일 김해공항을 통해 마약을 반입하다 검찰에 검거된 말레이시아인 A(48)씨는 백 경정 팀에 이런 진술을 한 3명 중 한 명이다.

    그런데 A씨는 백 경정이 주도한 인천공항 현장 검증 도중 정신 분열 증세를 호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백 경정은 그간 “(운반책들 증언이) 구체적이고 확실하다”고 해왔다. 그러나 세관 직원 연루 의혹을 제기했던 운반책 중 일부가 최근 “세관 직원들이 마약 반입을 도운 적 없다”며 진술을 바꾼 데 이어 핵심 증인이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검경 합동 수사단은 이 진술들의 신빙성을 다시 따져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 경정은 “경찰청에서 킥스(형사사법포털)를 사용하면 안 된다고 서면 통지를 했다”며 “과거 취급했던 사건 수사 자료도 볼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동부지검은 청사 10층에 마련된 백 경정 사무실에 경찰 내부망을 설치하고, 백 경정의 독자적 판단에 따라 결재권을 갖고 팀장의 권한을 행사하면서 경찰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런데 백 경정은 지난 16일 첫 출근 이후 이날까지 경찰 수사 업무를 처리하는 포털인 ‘킥스’를 사용하지 못해 수사 착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주장 중이다.

    백 경정은 검찰의 지원 부족에 대한 불만도 드러냈다. 그는 “수사 전결권을 줬다고 하는데, 이는 원래 경찰서 과장이면 가지고 있는 권한”이라며 “검찰에서 간이침대 지원도 거부해 1개당 16만원의 침대 5개를 사비로 구매했다”며 “휴게 공간도 없어서 사무실에 비치했다”고 했다.

    [강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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