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자 진솔, 민간 악단 첫 全曲 연주
2017년 시작해 내년 2번·8번만 남아
지휘자 진솔(38)은 ‘리그 오브 레전드(LoL)’ 같은 게임 음악부터 애니메이션 음악과 클래식까지 넘나드는 ‘팔방미인 음악가’로 유명하다. 그런 그가 지난 2017년부터 또 하나의 야심 찬 계획을 진행 중이다. 자신이 창단한 말러리안 오케스트라와 함께 작곡가 말러(1860~1911)의 교향곡 전곡을 해마다 연주하고 있는 것. 그는 한국예술종합학교와 독일 만하임 음대에서 공부하고 이 악단의 예술 감독을 맡고 있다.
민간 악단으로는 처음으로 말러 교향곡 전곡 연주에 나선 지휘자 진솔./아르티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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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 필하모닉부터 서울시향까지 국공립 오케스트라들이 말러 교향곡 전곡을 연주한 경우는 있지만, 민간 악단이 전곡 연주에 나선 건 사실상 처음이다. 진 감독은 24일 간담회에서 “철없는 마음에 시작한 맹랑한 도전이었지만, 무모해도 끈을 놓지 않고 도전을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세기말 빈’의 작곡가 말러의 교향곡을 까다롭게 여기는 이유가 있다. 길게는 110여 분에 이르는 연주 시간(교향곡 3번), 많게는 1000명에 이르는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규모(교향곡 8번)까지 ‘교향곡의 블록버스터’를 펼친 작곡가이기 때문이다. 진 감독은 “말러는 워낙 대편성 곡을 많이 썼기 때문에 그만큼 인력과 자본이 많이 투입되고 연주를 위해 다양한 악기를 구해야 하는 등 행정적 일도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도 말러에 매달리는 이유는 뭘까. 그는 “말러 교향곡은 원숙한 대가(大家)나 중견 지휘자·단원들만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10~40대 연주자까지 젊은 청년들도 연주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은 도전 의식을 갖고 있다”고 했다.
그의 ‘말러 장정(長征)’은 지난 2017년 2월 미완성 교향곡 10번의 1악장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코로나 기간 중에 3년간 중단되는 우여곡절도 겪었다. 그는 “연주를 위해서는 100여 명의 단원이 모여야 했기 때문에 당시 연습 자체가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2년 전 재개된 끝에 어느새 8차례에 이르렀다. 최근에는 2년 전 말러 교향곡 3번 실황 연주를 녹음한 음반(워너뮤직)도 내놓았다. 내년 교향곡 2번 ‘부활’과 교향곡 8번 ‘천인(千人) 교향곡’만 남겨놓은 상태다. 이어서 그는 모차르트부터 포레와 브리튼까지 작곡가들이 죽은 이를 추모하기 위해 작곡한 미사곡인 ‘레퀴엠’ 연주에도 돌입했다. 진 감독은 “세대·성별·나라 간 갈등과 문제들로 마음 아파하는 이들을 음악을 통해 위로하고 싶다”고 했다.
[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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