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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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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미투자 협상 진통…공급망 재편 기회 있지만 자금 조달 부담 ‘수익 불확실’[뉴스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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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향신문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월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미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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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는 29일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미 무역 협상의 최대 쟁점인 3500억달러(약 500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 패키지를 둘러싼 논의가 여전히 교착 상태에 놓여 있다. 전문가들은 외화채권 발행을 통해 재원을 조달할 경우 막대한 이자 부담이 발생할 수 있으며, 투자 수익 창출 시점도 불확실한 만큼 국가 신용등급이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경제적 부담이 큰 만큼 향후 대미 투자 과정에서 한국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외채 발행 규모는 얼마나?


    양국의 첫번째 쟁점은 몇년간 얼마씩 투자할 지다. 현재 미국 측은 향후 8년간 매년 25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측은 외채 발행하지 않고 연간 150억 달러(약 21조원)선을 검토하고 있다. 외채를 발행하지 않는 조건은 협상에서 일종의 ‘배수진’을 친 셈이다. 한국은행이 외환시장 경로를 거치지 않고 자체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 금액이 연간 150억달러(약 21조원)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미국 요구에 따르려면 외화채권을 발행해야 한다. 정책금융기관의 한국계 외화채권(KP) 발행 등을 통해 조달할 수 있는 규모가 연간 50억달러(약 7조원)인 점을 고려하면 부족분이 상당할 것으로 추산된다.

    문제는 외채를 통해 대미 투자 재원을 마련할 경우 이자 부담으로 인한 외화 유출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외채 확대로 외국인 투자자의 위험 인식을 높여 국가 부도 위험 지표인 CDS(신용부도스와프) 프리미엄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지적했다. CDS 프리미엄이 오르면 정부와 기업의 해외 차입비용 역시 함께 늘어난다.

    여기에 투자자산의 수익이 불투명할 경우 부채 상환 시점과 수익 창출 시점이 어긋나면서 재정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이자는 즉시 발생하지만 투자 수익은 불확실한 구조여서 환율 급등이나 자본유출이 겹치면 상환 여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정부도 외채 발행을 검토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제민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27일 “한국은행이 연간 150억 달러를 조달하고 외채를 50억 달러가량 발행할 경우 외채 대비 준비자산 비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시장 안정을 위해 무제한은 아니더라도 상시 통화스와프 체결 등으로 심리적 불안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통화스와프는 긴급 상황에서 달러 유동성을 확보해 외환 보유액 대비 외채 비중 확대에 따른 불안을 줄이는 수단이다.

    투자처 선정과 수익 배분 원칙은?


    투자 대상과 수익 배분도 첨예하게 양측 의견이 갈리는 대목이다. 투자 수익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외채 발행 등 위험이 큰 재원 조달 방안을 고려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에 한국은 특정 투자 분야를 결정할 때 참여를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일본은 관세협상에서 대미 투자 분야로 반도체, 에너지, 조선, 인공지능(AI)·양자컴퓨팅 등 미국의 경제안보 분야로 한정했다. 구체적인 투자 대상 선정을 위해서는 투자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했다. 투자위원회는 미국과 일본 양국 지명자로 구성된 협의위원회와 투자사업을 협의한 이후, 미 대통령에게 투자 대상을 추천하는 역할을 맡는다.

    일본은 특정 분야 자금 조달에 거부할 수 있는 재량권을 보유지만, 사전에 미국과 협의를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를 부과할 수도 있다. 결국 투자 대상을 결정하는 최종 권한은 미 대통령이어서 주도권은 미국에 있는 셈이다.

    다만, 미국 중심으로의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한국이 얻는 이득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특히, AI·양자컴퓨터 분야는 대미 수출 주력 분야와 다른 분야로 투자 기회가 확대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미국 정부가 투자에 적극적으로 관여함에 따라 사업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나 제도적 장벽이 완화될 여지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영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고위험 사업에 미국 측이 투자를 요구할 가능성도 있는 만큼 투자 의사결정 과정에서 한국 측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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