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가 2022년 3월22일 독일에서 열린 테슬라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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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주도하는 온라인 백과사전 ‘그로키피디아’가 출시됐다. 이용자들 참여로 만들어지는 위키피디아에 대항하는 인공지능(AI) 기반의 보수 성향 온라인 백과사전이다.
27일 서비스를 시작한 ‘그로키피디아 1.0’은 스타일과 형식에서 위키피디아와 유사하나 운영 방식도 불투명하고 우파적인 편향을 보인다는 평가이다. 위키피디아는 이용자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상호 수정으로 콘텐츠가 채워지는 반면, 그로키피디아는 머스크가 세운 인공지능 회사인 엑스에이아이(xAI)의 인공지능인 그록이 콘텐츠를 만든다. 위키피디아의 800만개 이상 분량인데 반해 그로키피디아는 현재 88만5천개로 콘텐츠 양도 아직 적다.
그로키피디아의 가장 큰 특징이 보수성이다. 젠더 항목을 보면, 위키피디아는 사회문화적 다양성 차원에서 설명하며 성소수자들도 포함하나, 그로키피디아는 생물학적 남녀 이분법을 강조한다. 지난 2020년 1월6일 미국 연방의사당 난입 폭동 사건에 대해서도 그로키피디아는 민주당과 언론의 과장 가능성을 시사한다. 머스크에 대해서 그로키피디아는 “인공지능 안전은 규제보다는 진실 중심 개발로 해결해야 한다” “그록은 검열을 줄이고 진실을 극대화하도록 설계됐다”는 등 머스크의 철학과 업적을 찬양하는 어조로 설명하고 있다.
그로키피디아 화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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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록에 기반하고 있어서 그록의 오류가 그대로 반영되고 있기도 하다. 머스크가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수장으로 일했던 정부효율부에 대해서는 머스크의 사임 뒤 오하이오 주지사의 공화당 후보였던 비벡 라마스와미가 후임이 됐다고 적었다. 그러나 라마스와미는 처음부터 정부효율부 공동 수장으로 일했다. 그로키피디아는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는 비비시 등의 기사를 인용했는데, 해당 기사에는 그런 사실은 언급하지 않고 있다.
그록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백인 대량학살이 벌어진다는 음모론, 반유대주의 비방 등을 전파하는 등 오류와 편향성이 문제로 지적되어 왔다. 그로키피디아도 그록의 오류와 편향이 그대로 담길 우려가 있다.
머스크가 그로키피디아를 출시하게 된 이유는 위키피디아가 자유주의 편향이라는 불만 때문이다. 머스크는 2017년까지만 해도 트위터에 “위키피디아를 사랑한다”고 밝혔으나, 그 이후 자신의 보수적인 정치 편향을 드러내면서 위키피디아에 대한 불만을 보였다.
올해 초 그는 “균형이 회복될 때까지 위키피디아의 재정을 끊어버리자”는 트윗을 올렸다. 이후 그는 위키피디아에서 축출된 창업자 등 우파 비평가들과 함께 위키피디아가 지구온난화, 백신, 가자 전쟁 등 현안에서 편향을 보인다는 목소리를 내왔다. 머스크는 지난 9월29일 그로키피디아를 구축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인공지능 차르 데이비드 삭스가 위키피디아가 “가망없는 편향”을 보인다는 트윗을 올리자, 이에 대한 답장으로 그로키피디아의 출시를 발표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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