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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이슈 이태원 참사

    “그날 국가는 없었다” 사과한 이 대통령···‘이태원 참사 3주기’ 첫 정부 공식 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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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향신문

    29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3주기 기억식에서 유가족들이 슬픔에 잠겨 있다. 문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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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29일 오전 10시29분, 10·29 이태원 참사 3주기를 알리는 사이렌이 서울 전역에 울려 퍼졌다. 묵념하는 유가족의 눈꺼풀 사이로 굵은 물방울이 연신 배어 나왔다.

    이날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10·29 이태원 참사 3주기 기억식’이 열렸다. 정부가 처음으로 유가족과 공동 추모행사를 열었다.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 행정안전부, 서울시가 공동으로 개최했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정부대표로 참석했고 우원식 국회의장, 오세훈 서울시장,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등이 자리를 지켰다. 이재명 대통령은 경북 경주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 참석해 영상으로 추모메시지를 보냈다.

    이 대통령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대통령으로서 유가족과 국민께 다시 한번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날 국가는 없었다. 사전 대비도, 사후 대응도, 책임지는 사람도 없었다”며 “국가가 존재하는 가장 근본 이유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 지키는 것이다. 이제 그 기본과 원칙을 바로 세우겠다”고 말했다

    보라색 점퍼를 입은 유가족들은 기억식 내내 눈물을 삼켰다. 한 희생자 어머니는 행사 시작 직전 오 시장을 붙잡고 “서울시장이 어떻게 연락 한 번 안 할 수 있냐”며 “내 아들 살려내라”고 오열했다. “오세훈 집에 가라”며 항의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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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10.29이태원 참사 3주기 기억식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추모사 영상이 송출되고 있다. 문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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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이재현군의 어머니인 송해진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이 연단에 섰다. 송 위원장은 “그날 국가가 기본 의무를 다했다면 159명의 희생자는 지금도 각자의 내일을 살고 있었을 것”이라며 “우리 사회는 참사를 온전히 마주하고 진정한 변화로 나아간 경험이 부족하다. 이번에는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송 위원장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절대 타협할 수 없는 국가의 책무”라며 “일상의 바쁜 행정과 현안 속에서도 이 원칙만은 잊지 말아주시길 정부에 당부한다”고 했다. 또 “지난 3년간 시민들의 관심과 연대 덕분에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이 통과되고, 오늘 정부가 함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며 “정부의 약속이 지켜지고 변화가 현실이 되는지 끝까지 지켜봐 달라”고 호소했다.

    이번 기억식에는 한국 정부 초청으로 해외 유가족 46명도 참석했다. 노르웨이에서 한국으로 유학을 왔다 목숨을 잃은 고 스티네 에벤센의 어머니 수산나는 “딸(의 유해)이 화물 번호가 찍힌 채 소포 하나로 도착했을 때 믿을 수 없을 만큼 참혹했다”며 “참사 후 1년 동안 한국으로부터 받은 건 긴 침묵뿐이었다”라고 울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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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르웨이 출신 희생자 스티네 에벤센의 부모가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3주기 기억식에 참석해 눈물을 흘리고 있다. 문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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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화문을 지나던 시민들도 발걸음을 멈추고 추모에 동참했다. 경기 부천에서 찾아왔다는 박종기씨(73)는 “젊은이들을 지켜주지 못한 게 어른으로서 늘 미안했다”며 “권력자가 국민의 생명에 무관심했던 결과”라고 말했다. 미국에서 온 김민지씨(35)는 “어제 사이렌을 안내하는 재난안전문자를 받고 기억식을 알게 됐다”며 “늦었지만 정부가 이제라도 추모식에 참여한 게 의미 있다”고 했다.

    아이를 유아차에 태우고 온 김지학씨(43)는 “왜 그곳에 갔느냐가 아니라, 왜 돌아오지 못했느냐를 물어야 한다”며 “죽어서야 변화가 생긴다면 슬픈 일이고, 죽고도 변화하지 못한다면 화나는 일”이라고 말했다. 임모씨(32)는 “평범한 사람의 아픔에 공감하는 국가를 바란다”며 “새 정부가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에 나서길 기대한다”고 했다.

    기억식에서는 배우 문소리씨의 추모사 낭독, 가수 안예은씨와 시민·뮤지컬 배우들의 추모 공연이 이어졌다. 이날 오후 7시에는 대구, 경기 수원 등에서도 3주기 추모제가 열린다.

    백민정 기자 mj10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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