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 지난달 3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문재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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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지난달 31일 20대 대선을 뒤흔든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에 연루된 민간업자에게 중형을 선고했지만 당시 성남시장으로서 불공정한 사업구조를 묵인해줬다는 의심을 받아 온 이재명 대통령의 관련성은 명확히 판단하지 않았다. 다만 법원은 이 대통령이 스스로 “민간개발 특혜를 막은 모범적 공익사업”이라고 평가해온 대장동 개발사업에 대해 “추가 이익을 확보할 기회를 단념해 성남시에 손해를 끼친 부패범죄”라고 정의하면서 이 대통령은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됐다. 이들의 유죄가 확정된다면 향후 다시 열릴 이 대통령의 관련 재판에도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장동 사업, 공정성·청렴성 현저히 훼손”…‘성남시 수뇌부’-민간업자 유착 판단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조형우)는 지난달 31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 5명에게 징역 4~8년을 각각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장기간에 걸쳐 금품 제공 등을 매개로 형성한 유착관계에 따라 벌인 부패범죄”라면서 “공정성, 청렴성과 그에 대한 사회 일반의 신뢰를 현저히 훼손한 행위로서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법원은 성남도시개발공사 직원이던 유 전 본부장이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 등이 건넨 선거 자금을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 등 ‘성남시 수뇌부’에 전달하면서 유착관계가 만들어졌다고 봤다. 이를 토대로 성남시가 김씨 등을 사업자로 내정하는 특혜를 주면서 공사가 확보했어야 할 4054억원 상당의 이익이 민간에 돌아갔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유 전 본부장이 민간업자들과 공모해 범행 전반을 주도했다면서도 “주요 사항 모두를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는 않았다”고 봤다. 당시 주요 결정을 내린 건 수뇌부였고, 유 전 본부장은 민간업자들과 의견을 조율하는 “중간관리자의 역할을 주로 담당했다”는 판단이다. 의혹이 불거졌을 때 “유동규의 개인 일탈”이라며 선을 그었던 이 대통령 주장과는 배치된다. 이 대통령은 그동안 이 사업을 “민간개발 특혜를 막고 5503억원의 이익을 환수한 모범적인 공익사업”이라고 주장해왔고, 민간업자와의 로비 의혹을 부인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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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판결에 나온 ‘수뇌부’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는 명확하지 않아 항소심에서 다툼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당시 성남시장(이 대통령)은 유동규, 정진상 등과 민간업자의 유착이 어느 정도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비교적 자유롭게 (토지) 수용방식을 결정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 대통령이 유 전 본부장 일당의 범행을 몰랐을 가능성도 열어뒀다.
이 대통령도 대장동 개발 관련 의혹으로 재판을 받아야 하는 만큼 이번 판결에선 언급을 최소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민간업자들과 따로 기소됐는데 ‘대통령의 형사상 불소추특권’을 명시한 헌법 84조에 따라 재판이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이재명도 유죄” vs “이재명은 무관” 여야 공방…‘배임죄 폐지’ 논란도
정치권은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으며 공방을 벌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단순한 민간 비리가 아니라 ‘이재명 시장 체제’가 만든 구조적 권력형 비리임을 법원이 인정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 재판을 즉시 재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여권은 “이 대통령이 대장동 일당과 무관하다는 사실이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이라며 “재판중지가 아니라 검찰이 공소를 취소해야 한다”고 맞섰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일 경북 경주 APEC 국제미디어센터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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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의 재판이 대통령 임기 중에 재개될 가능성은 사실상 없어 보이지만, 이번 판결 내용이 이 대통령 재판에 미칠 영향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근 여권이 추진하는 ‘배임죄 폐지’ 입법은 변수가 될 수 있다. 법원이 유 전 본부장 등의 배임 혐의를 인정한 상황에서 여권이 배임죄 폐지를 계속 추진한다면 이미 기소된 이 대통령 사건도 유·무죄 판단 없이 ‘면소’ 판결로 끝날 수 있다. 이번 판결을 내린 재판장인 조형우 부장판사도 선고를 마무리하며 “(국회에서) 배임죄 폐지 논의 중인데 완전 폐지하면 부작용이 예상돼 처벌 가능 영역을 대체 유형화하는 입법이 동반되고 있고,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기사를 봤다”며 “배임죄가 현존하는 한 법원은 실정법에 따라 형을 선고하고 구속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최혜린 기자 cher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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