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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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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독]파킨슨을 이긴 용기, 에이즈를 막은 혁신…뉴욕 울린 ‘제약계 노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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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뉴욕 USA 갈리앵상 시상식 현장
    마이클 제이 폭스 파킨슨 극복 헌신상
    바이오젠·길리어드·세르비에 혁신상 수상
    AI 신약개발·건강수명·GLP-1 포럼서 집중 조명


    매일경제

    3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USA 갈리앵상 시상식에서 수상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갈리앵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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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파킨슨을 지우고 싶냐는 질문을 받습니다. 저는 지금의 현실에서 이 괴물같은 병, 파킨슨이라는 가장 큰 ‘적(bully)’을 이길 준비가 돼 있습니다.”

    시간 여행을 다루는 영화 ‘백투더퓨처’의 주인공 마이클제이폭스는 최근 인터뷰에서 “파킨슨병은 내가 인내, 연민, 강인함을 가르쳐준 선물이자 축복”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파킨슨병 연구를 위한 헌신을 인정받아 3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USA 갈리앵상 시상식에서 특별상인 ‘로이 배젤로스 프로 보노 휴머니티 상’을 수상했다.

    그는 29세이던 1991년 몸이 굳어자는 신경질환인 파킨슨병 진단을 받았고, 2000년 ‘마이클 제이 폭스 재단’을 설립해 파킨슨병 연구에 25억달러(약 3조5000억원) 이상을 지원해왔다. 당시 파킨슨병 치료제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지만 지난 10년간 미국에서는 20개 이상의 신약이 탄생했다. 마이클 제이 폭스는 “갈리앵 재단의 명예 회장인 알리 위젤은 우리에게 ‘세상을 고쳐야 한다’는 사명을 남겼다”며 “우리 재단이 그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점을 기려주셔서 감사하다”고 수상 소감을 남겼다.

    이날 뉴욕 맨해튼 한복판 미국 자연사박물관은 전 세계 제약·바이오 업계를 대표하는 2000여 명의 과학자와 기업인들로 가득 찼다. 커다란 공룡 뼈대가 천장을 가로지른 거대한 로비는 ‘혁신의 무대’로 변했다. 갈리앵상 후보에 이름을 올린 것만으로도 ‘과학자로서 최고의 영예’라는 말이 오갔다. 서로의 손을 맞잡고 “질병과 함께 잘 싸워왔다”고 격려하는 모습도 곳곳에서 보였다.

    세계 최초로 치매의 원인을 직접 표적하는 치료제 ’레켐비‘를 개발한 바이오젠의 제인 그로건 바이오젠 연구총괄 부사장은 매일경제와 만나 “올해 갈리앵상 후보에 두 개 신약(레켐비·주르주베이)이 올라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레켐비는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에게 게임체인저가 될 첫 번째 생물학적 제제”라며 “우리는 바이오마커를 통해 어떤 환자가 치료에 반응하는지, 어떤 환자가 그렇지 않은지를 더 깊이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지식이 차세대 치료제 개발의 새로운 지형을 열 것”이라며 “지금은 과학이 눈앞에서 빠르게 진화하고 있는, 연구자로서 가장 흥미로운 시기”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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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자연사박물관에서 열린 USA 갈리앵상 시상식 후보자들이 수상자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갈리앵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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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후 시작된 시상식에서는 후보군이 발표될 때마다 장내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마침내 ‘올해의 의약품상(Best Pharmaceutical Product)’ 수상작으로 에이즈라고 불리는 후천성면역결핍증(HIV) 예방주사제 ‘예즈투고(Yeztugo)’가 호명되자 객석에서는 큰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다. 이 주사는 임상에서 연 2회 투여로 HIV 감염 위험을 거의 99 % 이상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레드 베이튼 길리어드사이언스 수석부사장 겸 임상개발 및 바이러스학 분야 책임자는 시상식 직후 매일경제와 만나 “HIV 예방이 진정한 의미의 성공을 거두려면 뉴욕과 서울, 그리고 전 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도달해야 한다”며 “올해만 6개 대륙에서 규제당국에 허가를 신청하거나 승인을 받았으며, 이는 길리어드의 글로벌 접근 전략이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이어 “누구나 더 적은 횟수로, 스스로 예방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예즈투고’는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약”이라고 덧붙였다.

    예즈투고의 원료의약품(API)은 국내 기업 유한화학이 공급하고 있다. 유한화학은 예즈투고의 임상 단계부터 원료를 전량 공급해왔으며, 상업용 API 물량으로만 1965억원 규모의 계약을 수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유한화학과의 협력에 대해서는 “특정 파트너십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말씀드리려면 세부 사항을 확인해야 한다”며 말을 아끼면서도 “파트너십은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의 중심에 있으며 HIV 전염병을 끝내기 위해서는 과학적 협력, 제조 협력, 정부 및 지역사회 혁신과 협력 등이 모두 작동해야 한다”고 했다.

    희귀질환 치료제 부문에서는 프랑스 제약사 세르비에의 희귀 뇌종양 치료제 ‘보라니고(Voranigo)’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슬람 하산 세르비에 신경종양학 개발총괄은 “이 질병분야는 수십 년 동안 질문만 있고, 답이 없던 영역이었지만, 오늘 우리는 협력과 헌신으로 그 한계를 넘어섰다”면서 “330명의 뇌종양 환자와 가족들이 우리를 믿었고, 그들의 희망이 과학이 되어 세상을 바꿨다”고 했다. 이어 “이번 수상은 ‘누가 먼저냐’가 아니라 ‘누가 옳은 길을 가느냐’를 증명한 순간”이라며 “우리는 사랑으로 섬기며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꿔 나갈 것”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갈리앵상이 세계적으로 주목하는 주요 기술 분야를 표방한 포럼에서는 인공지능(AI) 신약개발, 건강수명 연장, 맞춤형 체중관리 의학(GLP-1 기반 정밀 비만치료) 등이 다뤄졌다. AI 세션에서는 ‘AI는 바이오에 수학이 된 것’이라는 말처럼, AI가 복잡한 생명현상을 정량적으로 분석하고 신약 후보 발굴·임상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핵심 도구로 자리 잡았다는 점이 강조됐다.

    롱지비티 세션에서는 단순한 ‘수명 연장’보다 환자 중심의 건강수명과 삶의 질 향상을 중시해야 한다는 논의가 이어졌다. 비만 세션에서는 GLP-1 계열 약물의 부상과 함께 정밀의학 기반의 맞춤형 비만 치료가 미래 의학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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