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부터 전국에 3천㎞ 설치…재작년 '산양 떼죽음' 이후 철거 목소리
38%는 유지…지자체 설치 울타리 관리방안도 빠져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 방지를 위한 야생 멧돼지 이동 차단 울타리를 점검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지난 2019년부터 설치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차단 울타리 일부가 철거된다.
정부 ASF 중앙사고수습본부는 ASF 차단 광역 울타리 일부를 철거하는 내용의 관리 방안을 4일 확정했다.
2019년 9월 사육 돼지, 같은 해 10월 야생 멧돼지에서 ASF 발생하자 그해 11월부터 야생 멧돼지 이동을 막아 ASF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울타리가 설치됐다.
정부가 2019년 11월부터 2022년 5월까지 국비를 들여 2개 이상 시·군이 접한 지역을 중심으로 설치한 광역 울타리 연장은 총 1천831㎞이다. 이 가운데 1천600여㎞는 실제 울타리이고 나머지는 낙석방지망 등 대체 울타리다.
정부는 2021년 양돈농가 밀집지에도 113.6㎞의 울타리를 설치했다.
정부가 설치한 울타리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가 국비를 지원받아 설치한 울타리도 있다.
지자체가 설치한 울타리 연장은 약 1천50여㎞로, 전국에 약 3천㎞에 달하는 울타리가 구축돼있는 상태다.
울타리는 초기 ASF 확산 속도를 늦추는 효과를 낸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기대 효과 이상으로 과도하게 설치된 점, 장기간 유지돼 생태계 단절을 초래한 점,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주민 생활에 불편을 일으키는 점, 노후되면서 관리비가 늘어나는 점 등은 문제로 지적된다.
특히 재작년에서 작년으로 넘어가는 겨울 천연기념물이자 1급 멸종위기 야생생물인 산양이 떼죽음한 사태가 발생하면서 ASF 차단 울타리를 철거하자는 목소리가 커졌다.
산양 떼죽음에 대해 정부는 폭설을 주원인으로 보지만, 환경단체들은 ASF 차단 울타리가 폭설 속 산양의 이동을 막은 점에 주목한다.
산양 떼죽음을 계기로 이뤄진 ASF 차단 울타리 부분 개방의 효과를 분석한 국립생태원 연구 결과를 보면 울타리가 개방되지 않은 지점에서 산양 등 우제류가 울타리를 통과해 이동한 경우는 0.6%에 불과했다.
또 한국환경연구원(KEI) 연구에서는 전체 울타리를 유지했을 때나 최서단과 최남단 울타리만 남겨뒀을 때나 야생 멧돼지가 울타리를 통과해 이동할 확률이 비슷하게 나타났다.
이번에 정부는 양돈농가 99%에 내외부 울타리 등 '8대 방역시설' 설치가 완료된 점과 야생 멧돼지 ASF 확산세가 누그러진 점을 광역 울타리 철거 이유로 들었다.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야생 멧돼지 ASF 양성 사례는 55건으로 작년(전체 719건)에 견줘 매우 줄었다.
정부는 1천650㎞의 광역 울타리 가운데 설악산·소백산 등 생태계 연결성을 지켜야 할 국립공원 내에 있거나 충북 최서단과 경북 최남단을 제외한 지역에 낙석방지망·옹벽 등 울타리 역할을 하는 시설물이 있는데 중복·이중 설치된 울타리 136.6㎞(광역 울타리의 8.4%)를 내년부터 우선 철거한다.
울타리를 철거한 지역엔 위성항법장치(GPS) 포획 트랩을 배치하는 등 보완 조처를 실시하는 한편 주요 지점에 무인센서카메라를 설치해 생태계 영향을 조사할 방침이다.
또 철거된 울타리 중 상태가 양호한 것은 농가 등에서 재활용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2027년부터는 법정 보호지역이면서 ASF에 감염된 멧돼지가 통과할 확률은 25% 이하로 낮고 생태계 연결성은 75% 이상인 지역의 울타리 235.7㎞(14.5%)를 철거한다.
생태계 연결성은 보호지역과 일차식생(자연적으로 형성된 식물 집단)이 어느 정도 연결됐는지를 나타낸다.
1단계와 2단계 울타리 철거 이후 보호지역 내 ASF 감염 멧돼지 통과 확률 25% 초과, 생태계 연결성 75% 미만인 지역 등에 설치된 울타리 636.5㎞(39.0%)에 대한 철거가 검토된다.
정부는 ASF 상황과 앞서 울타리가 철거된 지역의 현황을 고려해 울타리 추가 철거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양돈농가 밀집지와 충남·전남·경남 등 ASF 비(非)발생지로 확산을 막는 방어선 역할을 하는 울타리 621.2㎞(38.1%)는 앞으로도 존치한다.
울타리가 유지되는 지역에서는 울타리에 카메라를 설치해 야생 멧돼지가 출현하면 즉시 주변 농가에 알리는 '인공지능(AI) 기반 감시체계' 시범사업도 실시된다.
이번 정부 ASF 차단 울타리 관리 방안에는 지자체가 설치한 울타리에 대한 조처는 빠졌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내년 연구 용역을 통해 지자체 설치 울타리 관리 방안을 마련해 지자체에 제시할 계획이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차단 광역 울타리 현황. [기후에너지환경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jylee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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