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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3 (토)

    이슈 질병과 위생관리

    'AI돌보미'가 24시간 간호…스마트병원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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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경제

    AI 모니터링 시스템 '씽크'는 심전도·산소포화도·맥박 등 수치를 24시간 분석하고 기준을 벗어나면 경보를 울린다. 인천백병원 간호사가 환자에게 센서를 부착하고 있다. 인천백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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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백병원 8층 간호·간병 통합병동. 김명분 씨(59)는 4주 전 발가락 교정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이었다. 매년 한 번씩 재수술을 받아온 그는 올해 병실 돌봄 방식이 작년과 확연히 달라졌다고 했다. 김씨는 "병원은 아플 때 오는 곳이다 보니 병실에 혼자 있으면 괜히 불안할 때가 있었는데, 지금은 의료진이 내 상태를 24시간 다 알고 있어 마음이 든든하다"고 말했다.

    돌봄 방식이 확 달라진 것은 지난 9월 도입된 인공지능(AI) 기반 병상 모니터링 시스템 '씽크(thynC)' 덕분이다. 환자들의 쇄골 아래에는 손바닥보다 작은 웨어러블 센서 '모비케어'가 부착돼 있고 이 센서가 수집한 생체 신호는 씽크와 연동돼 병동 중앙 모니터로 전송된다.

    이 병원이 위치한 인천 동구는 주민의 약 30%가 65세 이상인 초고령 지역이다. 노인 인구가 빠르게 늘고 필수의료 인력은 줄어드는 가운데 인천백병원은 스마트병원으로 전환하면서 진료 공백 메우기에 나섰다.

    백승호 인천백병원장은 "고령 환자가 많아 만성질환이 급성으로 악화되는 사례가 잦고 질병 이환율도 높은 편"이라며 "응급실·중환자실·뇌혈관센터 등에 과부하가 걸리지 않도록 AI를 활용해 환자 변화를 조기에 감지하고 대응 속도를 높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매일경제

    씽크는 씨어스테크놀로지가 개발하고 대웅제약이 유통을 맡고 있다. 현재 전국 1만여 개 병상에 보급됐다. 이 병원에서는 중환자실과 중증환자 전담 병동 54개, 간호·간병 통합 서비스 병동 26개 등 총 80개 병상에 적용 중이다. 기존에는 간헐적 측정과 수기 기록에 의존하던 환자 관리가 실시간 모니터링 체계로 바뀌면서 중증환자·와상환자·고령환자 등 취약군을 보다 지속적이고 신속하게 살필 수 있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씽크 도입 효과는 특히 격리병실로도 운영되는 간호·간병 통합병동에서 두드러진다. 감염 위험이 높은 환자를 돌볼 때 의료진이 보호장비를 착용할 필요가 없어 업무 부담이 줄었고 불필요한 접촉도 최소화됐기 때문이다.

    사은진 인천백병원 간호사는 "병원의 전자의무기록(EMR) 시스템과 연동돼 모든 의료진이 환자의 생체 신호 변화를 실시간으로 정확히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며 "이상이 감지되면 즉시 내과나 중환자실에 협진을 요청할 수 있어 의사결정 속도가 훨씬 빨라졌다"고 말했다.

    병원에 따르면 씽크가 보급된 이후 병동에서는 이상 징후를 조기에 인지해 대응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입원 환자의 심전도 파형에서 불규칙한 리듬이 감지돼 순환기내과 협진이 즉시 이뤄진 게 대표적이다. 또 다른 환자는 산소포화도 수치가 급격히 떨어지자 경보음이 울렸고 간호사가 곧바로 병실로 달려가 산소 공급선을 바로잡으면서 위기를 막았다. 백 병원장은 "스마트병원의 핵심은 효율이 아니라 안전 강화에 있다"며 "씽크는 입원 중 갑작스러운 돌연사를 예방하고 응급 상황 발생을 줄이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백병원은 씽크 외에도 심전도·CT(컴퓨터단층촬영)·안저 검사 등 주요 진단 과정에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을 적용해 치료 골든타임을 사수하겠다는 계획이다. 백 병원장은 "일반 심전도에서는 정상이 나와도 AI 기기를 활용하면 심장 발작 위험도를 10% 혹은 70% 수준으로 세밀하게 예측해 '심장 전문의 진료가 필요하다'는 경고를 미리 제시할 수 있다"며 "심방세동이나 뇌혈관, 안저 질환 등 주요 질환의 진단 과정 전반에 첨단기술을 도입해 환자 안전을 한층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인천 심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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