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생산' 동원도 검토 나서…"선제적 대응"
확산 기조는 아직…현지화·투자로 체질 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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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푸드 기업들이 미국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이익 보전'에 나서기 시작했다. 미국의 관세 부과 조치에 따라 수익성 악화를 방어하려는 움직임안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업계 전반으로 가격 인상이 확산되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신중론이 우세하다.직격탄 피하자
삼양식품은 최근 월마트 등 미국 유통채널에서 판매하는 불닭볶음면의 공급가를 인상했다. 미국이 지난 8월부터 그동안 무관세로 유지되던 K식품에 15%의 상호관세를 부과한 데 따른 조치다. 이에 따라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 5개입을 기존 가격보다 14%가량 오른 7.84달러(약 1만1200원)로 조정했다. 개당 2240원 꼴이다. 삼양식품이 미국에서 불닭볶음면의 가격을 인상한 건 2022년 이후 3년 만이다.
동원F&B는 현지 유통업계와 함께 참치캔과 조미김 등 주력 제품의 가격 인상과 관련된 내용을 협의 중이다. 인상폭이나 시기를 조율하는 단계인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상반기 기준 동원F&B의 전체 매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 수준으로 미미하다. 당장 수출 물량이 많지 않더라도 관세 부과에 따른 영업이익 감소 가능성을 우려한 선제적인 대응이라는 설명이다.
삼양식품이 수출하는 불닭볶음면./사진=윤서영 기자 s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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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기업의 공통점은 모두 국내 생산 기반이라는 점이다. 삼양식품은 현재 밀양1공장과 2공장, 원주공장에서 라면 전량을 생산해 미국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동원F&B의 경우 계열사 '스타키스트'의 제조 시설이 현지에 마련돼 있지만, 현재 동원F&B 제품 자체는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구조다. '직접 생산, 직접 판매'할 수 있는 시설이 부재한 만큼 관세 부담이 직접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반면 미국 현지에 생산기지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관세 안전지대'에 있다. 이에 따라 CJ제일제당과 농심, CJ푸드빌은 현지에서 판매하고 있는 제품의 가격 인상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들 업체는 향후 미국 내 가동 중인 생산 공장을 토대로 수익성 방어뿐 아니라 시장 점유율 확대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가능성이 크다.눈치싸움?
그러나 관세 부과가 곧바로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식품 제조사가 관세 부담을 고스란히 소비자 가격에 반영하기 어려운 구조라서다. 유통업체의 협상력이 강한 미국 시장에서는 제조사가 인상분을 요구해도 받아들여지지 않거나 오히려 물량이 축소되는 사례가 많다. 판매량 감소에 대한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가격을 올리는 것은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다는 뜻이다.
미국 LA의 한 H마트의 라면 매대. /사진=정혜인 기자 hij@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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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뚜기는 현재 가격 인상에 나설 단계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후발주자로 들어선 만큼 시장 점유율이 높지 않은 데다, 아직 해외 수출 비중도 크지 않다는 게 이유다. 실제로 지난 상반기 기준 삼양식품과 농심은 전체 매출 중 해외 매출이 각각 80%, 40%를 차지했다. 그러나 오뚜기는 10%대에 머물렀다. 오뚜기는 미국 현지 공장 설립을 추진하며 관세 리스크를 완화하는 등 중장기적인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스낵 본고장인 미국을 '제2의 중국'으로 삼고 있는 오리온은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오리온은 미국 코스트코를 비롯한 2000여 개 매장에 '참붕어빵', '꼬북칩', '예감' 등을 수출 중이다.
최근에는 미국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기 위해 충북 진천에 글로벌 물류허브 역할을 할 '진천통합센터' 착공에 나서기도 했다. 진천통합센터는 오리온이 4600억원의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글로벌 수출 전진기지로 만드는 핵심 프로젝트다. 오리온은 주요 시장에 안정적인 공급을 이어갈 수 있도록 글로벌 생산·물류 네트워크 강화에 집중하겠다는 구상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시내의 한 코스트코에 진열된 종가 김치. /사진=정혜인 기자 hij@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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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역시 현지 가격 인상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 대상은 미국에 김치 브랜드 '종가'와 식품 브랜드 '청정원', '오푸드' 등 다양한 브랜드를 수출하고 있다. 이중에서도 종가는 로스앤젤레스(LA) 공장을 통해 김치를 생산하고 있어 관세 타격은 제한적이다. 다만 고추장, 매운 소스 등 다른 품목은 국내 생산 비중이 높아 관세 부담이 일부 존재한다. 대상은 이를 상쇄하기 위해 메인스트림 시장 진입에 대한 투자를 확대, 한국 식품을 기반으로 현지인 입맛에 맞는 신제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관세 인상이 단기적으로는 가격 인상을 압박하는 요인이지만, 장기적으로는 K푸드 기업들의 현지 생산 확대를 촉진하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내 생산기지를 구축하면 관세 부담을 줄이는 것과 동시에 물류 효율성도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오뚜기 뿐만 아니라 SPC그룹의 파리바게뜨도 오는 2027년 가동을 목표로 텍사스에 제빵공장을 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관세뿐만 아니라 환율, 원재료 수급 등 모든 문제가 식품업계에게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현재로선 수익성보다 미국 시장 내 입지를 공고히 하기 위한 유통 파트너십 안정화에 방점을 두는 전략을 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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