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09 (화)

    이슈 증시와 세계경제

    한국 증시 프리미엄 시대를 위한 과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가운데), 오기형 코스피5000특위위원장(맨 왼쪽),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27일 서울 영등포구 KRX 한국거래소 서울사무소에서 열린 코스피 사상 최초 4000 돌파 기념행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025년 10월, 코스피가 4000을 넘어서며 한국 증시 역사의 새로운 페이지가 열렸다. 반도체 산업의 괄목할 만한 성과가 기여한 바가 크다. 하지만 2024년 말부터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 회자되기 시작해 2025년 그 중요성을 일깨웠던 기업 지배구조(거버넌스) 이슈인 상법 개정 역시 커다란 계기로 작용했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남은 과제들이 있지만 상장사의 지배구조 이슈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는 투자자들이 증가했다는 사실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만큼, 2026년에도 지배구조는 투자자가 고려해야 할 대표적인 이에스지(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이슈로 그 영향력을 키워갈 전망이다.



    시장 참여자들의 이목이 집중될 대표적인 이슈는 ‘자기주식’이다. 수개월째 자사주의 취득과 처분, 소각에 관한 상법 개정 논의가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과거에 취득해 보유 중인 자사주에 대한 처리(소각 의무화 여부)가 가장 큰 쟁점으로 보인다. 기보유 자사주의 소각에 대한 반발은 자사주를 ‘자산’이라 여기는 인식에서 비롯된다.



    회계에서 자산이란 과거의 거래나 사건의 결과로 기업이 소유하거나 통제하고 있으며, 미래에 경제적 효익을 얻을 것으로 기대되는 자원이다. 보유 중이던 자사주를 처분하는 것에 별다른 문제의식이 없었던 과거 증시 환경을 떠올려보면, 기업의 현금흐름 창출에 기여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자사주를 유동자산이라 여기는 것은 일견 타당해 보인다.



    그러나 자사주를 보유 중인 기업의 재무제표를 살펴보면, 자사주는 자기자본의 구성요소이자 자기자본의 차감항목이다. 자사주 거래의 실질은 ‘자본거래’인 것이다. 더불어 자사주는 취득과 동시에 보통주로서 갖는 특성인 의결권과 배당, 신주인수권 등 주주로서의 권리를 상실한다. 선진국에서 자사주 취득을 이익배당과 동일한 주주환원의 일환으로 해석하는 이유다.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10월21일 자기주식 소각 의무화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소득세법, 법인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발의됐다. 개정안의 핵심은 자사주 거래가 자본거래임을 명확히 하는 것으로, 사안에 따라 자사주 거래를 손익거래로 간주하는 경우가 있었던 현행 세법을 개정해 법체계의 일관성 확보하고자 한다. 주요 내용을 보면 첫째, 개인이 주권발행법인에게 주식을 매각해 얻은 이익은 의제 배당으로서 배당소득에 해당한다는 점을 명시했다. 둘째, 법인이 다른 주권발행법인에게 자기주식을 양도하고 대가로 지급받은 금액 중 당초 해당 주식의 취득금액을 초과하는 부분은 일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배당금 또는 분배금으로 보도록 했다. 셋째, 자기주식 처분으로 인한 손익이 익금 또는 손금에 산입되지 않음을 명시했다.



    법안이 통과된다면, 자사주 거래를 자본거래로 보는 회계기준과, 사안에 따라 손익거래로 간주하는 법인세법 사이의 인식 불일치 문제가 해소될 수 있을 전망이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자사주 관련 상법도 개정된다면, 한국 증시는 정상화를 넘어 프리미엄을 논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될 것이다.



    자사주에 관한 상법개정이 논의됨에 따라 자사주를 교환대상으로 하는 교환사채(EB) 발행이 활발하다. 상법 개정 전 자사주 소각 의무를 회피하고 동시에 자금을 조달하자는 취지로 보인다. 하지만 교환사채 발행이 기존 주주의 주주가치 희석을 유발할 수 있다. 세법 개정과 상법 개정 모두 한국 자본시장 선진화라는 큰 목표 하에 조속히 진행되길 바란다.



    이나예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



    ▶▶[한겨레 후원하기] 시민과 함께 민주주의를!

    ▶▶민주주의, 필사적으로 지키는 방법 [책 보러가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