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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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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손 있으니까" 도수치료 받고 쓸데없이 입원…건보 11조 '줄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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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T리포트] 건강보험 적자 공포③

    [편집자주] 지난해 의료비 지출이 116조원을 돌파했다. 건강보험 재정 적자가 심화할 것이란 우려도 많다. 당장 내년부터 적자가 시작될 것이란 전망이다. 고령화 등으로 국민들의 건강보험료 부담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건강보험 가입 시 필수로 함께 가입하는 노인장기요양보험도 마찬가지다. 이제는 지출 구조를 효율화해 지속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어떻게 하면 보험의 재정 건전성을 높일 수 있을지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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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급여 규모 추정/그래픽=김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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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강보험 재정을 탄탄하게 하려면 과잉 의료를 단속해 '빠져나가는 돈'을 줄여야 한다. 정부가 관리하는 급여 진료 외 '비급여 진료'를 통제하는 게 핵심으로 꼽힌다. 오남용 우려가 큰 비급여를 단계적으로 급여화하고 불필요하면 퇴출하는 평가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공보험의 역할 강화를 위해 실손보험 보장률 조정도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애초 비급여는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치료로 급여 대상에 제외돼 비용을 전액 환자가 부담하는 진료를 말한다. 물리치료(도수치료), 체외충격파 치료, 영양주사 등이 대표적이다. 애초 급여 진료를 보완하는 성격을 띄었지만 실손보험 확대와 맞물려 2014년 11조2000억원에서 2023년 20조2000억원으로 10년 새 규모가 두 배 가까이 커졌다. 비급여 비용을 실손보험으로 커버하면서 안 해도 되는 치료를 받는 사례가 늘고, 입원·외래 등 급여 진료가 수반돼 건보 재정에도 타격을 입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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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월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대통령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가 주최한 비급여 관리?실손보험 개혁방안 정책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사진=(서울=뉴스1) 장수영 기자



    비급여로 누수되는 건보 재정은 상당한 수준으로 추정된다. 감사원이 지난 5월 실손보험에 따른 비급여 진료가 건보 재정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5년간(2018∼2022년) 자료를 전수조사했다. 실손보험 데이터 약 3억건, 건보 데이터 약 4억건을 연계해 실손보험 유무에 따른 초과 의료 이용량과 진료비를 분석했다. 연령, 소득, 보유 질병 등을 비슷하게 매칭해 오차를 최대한 줄였다. 의학적 적정성 등 질적 평가는 배제했다.

    그 결과, 실손보험 가입자는 비가입자(또는 가입했지만 미청구자)보다 1인당 외래진료를 연간 2.33~7.7일, 입원진료는 1.54~7.05일 더 받았다. 이에 따라 총진료비가 최소 12조9400억원에서 최대 23조2800억원 초과 발생했다. 건보 재정(공단 부담금)은 3조8300억~10조9200억원, 비급여 진료비는 7조400억~8조4100억원, 본인 부담은 2조700억∼3조9500억원이 더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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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급여 관리 및 실손보험 개혁방안 주요 내용/그래픽=윤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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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는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비급여 통제를 통한 건보 재정 단속을 시작했다. 꼭 필요한 치료는 급여화해 확실히 보장하면서도 과잉·남용되는 비급여는 관리를 강화한다는 목표다.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개특위)에 이어 지난 5월부터 '비급여 관리 정책협의체' 회의를 열고 △관리급여 신설 △비급여 재평가 및 퇴출 기전 등의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협의체에 참여하는 한 인사는 "오남용되는 기존 비급여와 신의료기술처럼 새로 도입되는 비급여의 통제를 위해 이른바 '비급여 관리법'이 필요하다는 둥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면서 "관리급여는 진료비, 진료량, 가격 편차가 크고 증가율이 높은 항목을 먼저 다루고 있다"고 전했다. 관리급여는 '오남용 우려 비급여'에 본인 부담률을 90~95%로 높이고, 실손보험과 연계하지 못하게 해 과잉 진료를 차단하게 하는 게 골자로, 진료 기준·가격 등의 기준을 제시해 의료의 질을 담보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형선 국민의료복지연구원장(연세대 명예교수)는 "본인부담률이 높아는 것은 가격에 대한 경각심을 일으켜 불필요한 의료행위를 줄이게 하자는 의미가 있다. 의사 등 이해관계자의 이견을 조율해 항목을 만들어가야 한다"면서 "이에 맞춰 실손보험도 본인부담률을 50%까지는 확대하는 등 보조를 맞춰야 비급여 팽창을 억제하는 효과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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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 시내의 한 정형외과의 모습./사진=(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국회도 비급여 관리의 필요성에 동의하고 있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실 교수 출신인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감사원 보고를 인용하며 "실손보험과 비급여 진료 관리를 잘하면 연간 약 11조원의 건강보험 재정을 절감할 수 있다는 얘기"라며 "실손보험과 비급여의 결합, 불공정한 수가 구조를 방치하면서 필수의료 붕괴를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손보험과 건강보험에 허위 부당 청구가 의심되는 건이 매우 많았고, 이로 인한 실손보험의 재정 누수도 2조6000억원에 달했다"며 "실손보험 심사와 건강보험의 심사를 연계하면 허위 부당 청구가 불가능해지고 과잉 진료를 억제할 수 있는 투명 심사가 가능할 것이다. 이를 위해 건보공단이 진행하고 있는 비급여 코드의 표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림대의료원 영상의학과 외래교수 출신인 서명옥 국민의힘 의원 역시 "비급여 진료와 실손보험으로 인한 과잉 진료는 건보 재정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금융당국과 복지부, 건보공단이 함께 협의해서 개선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박미주 기자 beyo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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