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계엄군 등에 의한 성폭력 피해 증언자 모임 ‘열매’가 7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첫 재판 관련 기자회견을 마친 후 피해자를 위한 진실과 치유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성폭력 피해자 및 가족 17인은 이날 법원에서 45년 만에 국가를 상대로 첫 재판에 나선다. 한수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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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몸은 역사의 현장이며, 진실의 증거입니다.”
“나는 너다. 우리는 열매다. 우리는 서로의 길이다!”
“나는 너다. 우리는 열매다. 우리는 서로의 길이다!”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5·18 성폭력 피해자 모임 ‘열매’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은 1980년 광주에서 계엄군과 경찰에게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정신적 손해배상소송의 첫 변론이 열리는 날이다.
이날 피해 생존자들은 재판에 참석하기 위해 광주에서 서울로 올라왔다. 이들은 피해 사실을 차마 밝히지 못하고 숨진 이들을 위해 묵념하면서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김복희 열매 대표는 “오늘 우리는 과거를 돌아보기 위해 모인 것이 아니고, 개인적 감정이 아닌 헌법과 법의 이름으로 여기에 섰다”며 “우리의 요구는 단순하다. 국가가 저지른 잘못을 인정하고 그 책임을 법 앞에서 명확히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5·18 계엄군 등에 의한 성폭력 피해 증언자 모임 ‘열매’가 7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첫 재판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성폭력 피해자 및 가족 17인은 이날 법원에서 45년 만에 국가를 상대로 첫 재판에 나선다. 2025.11.07 한수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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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5·18 성폭력 피해 생존자들은 계엄군과 경찰의 성폭력을 처음으로 공개 증언했다. 피해를 당한 후 43년 만의 고발이었다. 이들이 자조 모임을 열매를 결성하고 치유와 정의 회복에 나서는 과정은 경향신문 여성서사 아카이브 플랫의 보도로도 알려진 바 있다. 이어 같은 해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성폭력 사건에 대한 국가 책임에 진상규명결정을 내렸다. 다만 배·보상이나 치유 대책을 포함한 후속 조치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생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결심한 계기는 지난해 12·3 불법계엄이다. 열매의 법률대리인 하주희 변호사는 “원고들은 비상계엄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얼어붙었다. 다시는 국민들을 향해 총을 겨누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절박한 마음으로 지난해 12월 12일 소송을 제기하게 됐다”고 밝혔다. 원고는 성폭력 피해 생존자 14명과 가족 3명 등 17명이다.
이날 회견에서 연대 발언이 이어지자 몇몇 열매 회원은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미투(나도 고발한다)’ 운동을 열었던 서지현 검사는 “5·18 성폭력 피해자들이 제 미투를 보고 용기를 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참 많이 울었다”며 “저야말로 이분들로 인해 큰 용기를 얻었다. 오늘 이렇게 우뚝 선 이들의 모습이 또 다른 피해자들에게 희망과 용기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5·18 계엄군 등에 의한 성폭력 피해 증언자 모임 ‘열매’가 7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첫 재판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성폭력 피해자 및 가족 17인은 이날 법원에서 45년 만에 국가를 상대로 첫 재판에 나선다. 2025.11.07 한수빈 기자 |
▶ ‘5·18 성폭력’ 피해자, 44년 만에 손잡고 세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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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은 “김학순이 일본군의 참혹한 성착취를 공개 증언한 이후 아시아·태평양의 수많은 피해자들이 침묵을 깼듯이, 오늘 법정에 선 용감한 피해자들도 끝내 승리할 것으로 믿는다. 피해자들의 용기, 침묵을 뚫고 나온 목소리가 정의를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1980년 당시 10대에서 30대였던 생존자들은 45년이 지난 후에야 법적 절차를 시작하게 됐다. 이날 이들은 법원 입장을 앞두고 연대자들에게서 평화와 피해 회복을 상징하는 열매를 전달받았다.
하주희 변호사는 “계엄군이 소속된 국가가 책임져야 된다는 점엔 크게 이견이 없어 보인다. 일련의 과정이 군부의 지시 하에 통제됐고, 계엄군이 폭행·협박·상해를 입히며 자행한 행위이며, 단독이 아니라 2~5인이 한 행위이기 때문”이라며 “계엄군의 행위에 대해 대한민국의 책임이 있음이 명백하다”고 밝혔다.
열매는 향후 피해자 자조모임에서 ‘5·18 성폭력 치유회복의 길을 여는 열매’로 전환해 비영리민간단체 등록에 착수할 예정이다. 윤경회 간사는 “이번 재판은 단지 법적 절차가 아니라, 국가폭력 피해자와 연대자가 함께 만드는 치유와 회복의 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 김서영 기자 westzero@khan.kr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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