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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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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브르’가 비밀번호였다니···왕실 보석 털린 루브르, 보안 업그레이드 7년 뒤에나 완료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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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실 465곳 CCTV는 432대 뿐···면적 61%가 사각지대

    2015년 “보안 강화하라” 권고 받고도 2032년에나 마무리

    경향신문

    지난달 30일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의 유리 피라미드 주변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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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이 약 1500억원 상당의 왕실 보석을 도난당한 사건과 관련해 평소 보안 관리가 허술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10여년 전 보안 비밀번호가 박물관 이름과 같은 ‘루브르’였던 사실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7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프랑스 법원이 전날 공개한 보고서는 “루브르 박물관 경영진이 보안 관리는 소홀히 하고 언론의 시선을 끄는 작품 구매와 리노베이션 프로젝트에만 집중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를 작성한 피에르 모스코비치 프랑스 회계감사원 원장은 이번 도난 사건을 “엄청난 경고 신호”라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로렌스 데 카르 현 루브르 박물관 관장 체제까지 약 8년에 걸친 박물관 운영을 조사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8~2024년 루브르 박물관은 시설 유지보수에 약 2700만유로(약 450억원)를 투입했다. 궁전 복원에는 약 6000만유로(약 1000억원)를 썼다. 반면 박물관 리노베이션과 미술품 구매에는 유지보수비를 훌쩍 뛰어넘는 약 1억500만유로(약 1800억원)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시기 사들인 미술품은 총 2754점에 달했다.

    보안 장비도 부족했다. 지난해 기준 루브르 박물관 내 전시실 465곳을 감시하는 폐쇄회로(CC)TV는 432대에 불과했다. 이는 2019년보다 약 50% 늘어난 수치지만, 전체 전시실의 약 61%가 여전히 CCTV 사각지대였다고 보고서는 짚었다. 루브르 박물관 면적은 약 19만㎡(약 6만평)이다.

    카메라 제조업체 악시스에 따르면 루브르 박물관과 면적이 비슷한 미국 디트로이트 미술관은 극장과 연주홀까지 포함해 550대 이상의 CCTV를 갖추고 있다.

    사이버 보안도 허점이 많았다. 2014년 프랑스 국가정보시스템보안국 보고서에 따르면 루브르 박물관 CCTV 네트워크 비밀번호는 박물관 이름과 같은 ‘루브르’였다. 방위산업체 탈레스가 관리하는 소프트웨어 접근 비밀번호도 회사 이름과 같은 ‘탈레스’였다. 2015년 감사에서 박물관은 보안 수준을 강화하라는 권고를 받았지만, 관련 업그레이드는 약 7년 뒤인 2032년이 돼서야 완료될 예정이다.

    지난달 19일 4인조 절도범들은 루브르 박물관 내 왕실 보석 전시관인 아폴론 갤러리에 침입해 약 7분 만에 보석 8점을 훔쳐 달아났다. 도둑 2명은 감시 카메라가 없는 갤러리 외벽에 사다리를 세우고 2층 유리창을 깨고 내부로 들어갔다. 사건 발생 이후 카르 관장은 국회에서 “우리 박물관 외곽 보안의 취약점은 이미 확인돼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최경윤 기자 ck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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