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의학자 김진목 원장과 마음치료 전문가 박정미 이사장 부부는 ‘더 늦기 전에 암 환자를 위해 아는 것, 하고 싶은 것 모두 해보자’는 생각에 파인힐병원을 만들었다. 권복기 기획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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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 울주군 상북면, 영남 알프스가 한눈에 들어오는 곳에 자리한 파인힐병원은 통합암치료를 내건 ‘암재활’ 전문 병원이다. 대한통합암학회가 선정한 1호 통합암재활 인증기관이기도 하다.
김진목 파인힐병원장은 한국 통합의학의 선구자다. 통합암치료 분야의 공로를 인정받아 2017년 세계 3대 인명사전 가운데 하나인 ‘마퀴스 후즈후’에 등재됐다.
파인힐병원은 김 원장이 20여 년 동안 쌓아온 통합의학의 노하우를 오롯이 담은 병원이다. 통합의학은 현대의학을 중심으로 과학적 근거가 있는 다양한 요법을 환자 치료에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통합의학적 암 치료는 표준치료 효과를 높이고 부작용을 줄여줍니다. 독일이나 스위스에서는 이미 정착됐지만 국내에 이를 도입한 병원은 드뭅니다.”
파인힐병원은 80병상으로 규모가 크지 않지만 50명 넘는 환자가 늘 입원해 있다. 수술, 항암, 방사선 등 ‘표준치료’를 받는 이들이 입소문을 듣고 찾아온다. 김 원장의 유튜브 채널(https://www.youtube.com/@파인힐병원-김진목TV)을 보고 찾아오는 이도 늘고 있다. 환자들은 암 치료 후유증 때문에 이곳을 찾았다가 재발이나 전이를 막을 수 있는 생활습관까지 배우고 익히는 행운을 얻는다.
파인힐병원의 적송림 아래 조성된 맨발걷기 황톳길은 입원 환자는 물론 가족들도 좋아하는 명소다. 파인힐병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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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원 환자들은 대부분 표준치료를 마친 뒤에도 최소 3개월가량 머뭅니다. 완치 판정을 받을 때까지 5년 동안 이곳에서 지낸 분도 있습니다.”
김 원장은 통합암치료에 대해 “놀라울 정도로 효과가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사례에 대해서는 말을 삼갔다. 예전에 통합의학 치료의 성과를 알렸다가 비난과 공격에 시달린 경험이 있어서다. 초기 암 환자 가운데 표준치료를 망설이는 이도 가끔 찾아오지만 김 원장은 설득해서 돌려보낸다고 했다.
“초기 암은 수술이나 항암치료 효과가 매우 큽니다. 후유증은 내가 다 잡아줄 테니 표준치료를 받으라고 설득합니다.”
김 원장은 암 환자의 교육을 위해 매주 2회 ‘수업’한다. 암의 재발이나 전이를 막으려면 생활습관을 건강하게 바꿔야 하는데 환자의 참여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필독서 10권도 선정했다. ‘비우고 낮추면 반드시 낫는다’ ‘암이 내게 행복을 주었다’ ‘암은 답을 알고 있다’ 등이다.
박정미 파인힐병원 이사장도 교육의 한 축을 맡고 있다. 그는 마음치료 전문가다. 부산대병원 통합의학센터 교수 시절 다양한 환자를 치료했다. 이곳에서 매주 마음 관련 강의를 하고 ‘앎으로 암을 치료하는 암 파인(I’m fine) 캠프’를 운영한다.
김 원장과 박 이사장은 입원 환자들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지난 6월 말 김 원장과 입원 환자들이 파인힐병원 소나무숲에서 ‘힐링 불멍’을 하고 있다. 파인힐병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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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강의에 앞서 암 환자들의 신청곡을 들려주는 작은 콘서트도 연다. 김 원장의 수준급 색소폰과 박 이사장의 피아노 연주는 암 환자들에게 큰 위안이다.
이 밖에도 파인힐병원에서는 기체조, 싱잉볼 명상, 웃음 치료, 텃밭 가꾸기, 풍욕, 헬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병원 곳곳에는 암 환자를 배려하는 김 원장과 박 이사장의 마음이 묻어 있다. 몸이 찬 암 환자를 위해 병원 침대에는 개당 수백만원 하는 ‘명품’ 온열매트가 깔렸다. 소나무로 인테리어를 마감한 찜질방도 있다. 병원 부지 안 적송림을 따라 조성한 맨발걷기 길은 환자 가족들도 좋아하는 ‘명소’다. 헬스장에 있는 미니 탁구대는 무리하지 않고 운동을 즐길 수 있게 해준다.
박 이사장은 특히 식당 운영에 진심이다. 병원을 구상할 때부터 “최고의 식당을 만들겠다”고 결심했다. 실제 환자 1인당 식사에 들어가는 하루 식자재비만 4만8천원에 달한다. 그는 환자들이 빵을 먹고 싶어 하자 직접 제빵기술을 배워 현미빵과 호밀빵을 만들었다. 병원 내 빵집 ‘엘 피노’의 시작이었다. 그래서인지 파인힐병원은 암 환자들 사이에 ‘병원 맛집’으로 불린다.
김 원장은 ‘의사에서 환자로, 다시 의사로’의 여정을 거치며 통합의학자가 됐다. 그는 레지던트 1년차 때 간염 환자를 수술하던 중 봉합바늘에 찔려 간염 보균자가 됐다. 스트레스로 아토피와 건선까지 앓게 됐다.
지난해 봄에 연 채소 바비큐 파티. 파인힐병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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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병 하나 고치지 못하는 의사”라는 자괴감 속에서 한동안 의료 현장에서 벗어나 중국과 일본의 병원을 찾아다니는 ‘만행’을 했다. 그때 일본에서 니시의학을 만나 그동안 앓던 병을 고치면서 새로운 의학에 눈떴다. 니시의학은 일본의 니시 가쓰조 박사가 창안한 생활 습관 교정 중심의 건강법으로, 식사, 운동, 생활 습관 등의 개선을 통해 자연 치유력을 높여 질병을 극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2003년 통합의학자로 현장에 복귀했다.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두 차례 병원장으로 초빙받았지만, 통합의학적 치료를 구현하는 데 많은 제약이 있었다. 직접 병원을 차려 난치병 환자들을 고쳤다. 하지만 가치를 알아주는 환자가 너무 적었다. 늘어가는 빚 때문에 병원 문을 닫았다. 몇 년 동안 낙담하며 지냈다. 그러던 어느 날 박 이사장이 김 원장을 설득했다.
파인힐병원 구내식당은 ‘병원 맛집’으로 소문난 곳이다. 1인당 하루 식재료비만 4만8천원을 쓴다고 했다. 파인힐병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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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이가 들기 전에 환자를 위해 하고 싶은 것, 아는 것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새로운 병원을 만들어보자고 하더라고요.”
두 사람은 ‘암 재활’을 전문으로 하는 병원을 만들기로 했다. 암 후유증을 완화하는 데 통합의학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2018년 파인힐병원은 그렇게 세상에 나왔다. 두 사람은 배우 한석규가 주인공으로 출연한 드라마 ‘낭만닥터’의 돌담병원이 롤모델이라고 했다. 환자를 위해서는 무엇이든 하려고 애쓰는 병원 말이다.
몇 년 동안 주말이면 적합한 부지를 찾아 많은 곳을 다녔다. 그래서 발견한 곳이 지금의 병원 터다. 무엇보다 돌로 외장을 한 건물이 눈길을 끌었다. ‘돌담병원’으로 손색없어 보였다. 부지 안의 150년 된 아름드리 적송들도 마음에 들었다. 통합의학이라는 힘들고 외로운 길을 가는 자신들을 닮은 듯해서다.
김 원장은 지금도 통합의학이 미래 의학임을 확신한다. 자신의 묘비명으로 ‘통합의학자 김진목 여기 잠들다’라고 쓰겠다고 했다. 그런 그를 지지해온 박 이사장은 “‘그의 착한 아내 여기 잠들다’라고 쓰려고 한다”며 환하게 웃었다.
울산/권복기 건강한겨레 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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