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융수도 뉴욕·런던에서
무상 대중교통·부유세 주장하는
좌파 정치인이 시장 당선돼
한국 소득불평등은 평균 범위
자산불평등 심화가 문제 원인
청년 위한 주택공급 필요해
무상 대중교통·부유세 주장하는
좌파 정치인이 시장 당선돼
한국 소득불평등은 평균 범위
자산불평등 심화가 문제 원인
청년 위한 주택공급 필요해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 당선인 [AFP =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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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금융 중심지인 뉴욕과 런던에서 모두 좌파 성향의 무슬림 시장이 연임 또는 재선에 성공했다. 표면적으로는 다문화 수용의 진전으로 보이지만, 보다 근본적으론 중산층·청년층이 체감하는 불평등 문제의 정치적 표현으로 해석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작된 돈 풀기 정책으로 자산·소득 격차가 커지면서, 이에 대한 불만이 표시되고 있다. 이에 국내서도 불평등 완화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시대적 화두로 떠오른 ‘불평등’
지난 4일 미국 뉴욕 시장 선거에서 민주당 조란 맘다니 후보가 승리했다. 맘디니 신임 뉴욕시장은 인도계 무슬림으로 스스로를 민주적 사회주의자로 칭할 만큼 강력 진보 성향이다. 공공 임대료 동결, 부유세, 무상 대중교통과 보육, 공공 슈퍼마켓 등 그의 공약들도 좌파 성향이 강하다.이에 앞서 영국 런던에서는 파키스탄계 변호사인 사디크 칸(55·노동당) 시장이 2016년부터 3연임 중이다. 두 사람은 모두 남아시아계 무슬림이란 인종·종교적 배경을 가졌고, 진보정당에 소속돼 있다. 국제 금융 중심지인 뉴욕과 런던에서 모두 ‘좌파 성향’의 이민자 출신 시장이 당선된 것이다. 그만큼 불평등 완화가 시대적 화두로 떠올랐다.
실제로 이는 우리의 현실과도 무관하지 않다.
지난달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선 여야 의원들이 경제수장인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불평등 완화에 대한 대책이 있는지 질의했다. 이에 대해 구 부총리는 “개천에서 용이 나야 한다”라며 “깊이 유념해서 관련 정부 정책을 발굴하겠다”라고 답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불평등은 크게 소득불평등과 자산불평등으로 구분된다. 이 중 소득불평등은 어느 정도는 평균적인 범위 내에 있는 상황이다.
소득이동성 통계. 소득이동성 비율이 점자 낮아지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소득계층이 고착화됨을 의미한다. 다만 아직은 30%대로 평균적인 범위 내에 있다 <국가데이터처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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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소득이동성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23년 기준 소득계층 이동은 상승이 17.3%로 하락(16.8%)보다 많았다. 둘을 합친 소득이동성은 약 34.1%다. 최바울 국가데이터처 경제사회통계연구실장은 “국제 비교 기준은 없지만, 소득 이동성이 40∼50% 이상이면 사회가 불안정한 상태로 해석될 수 있다”며 “현재의 30%대 수준은 비교적 안정적 범위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청년층의 경우 상향이동이 23.0%로 하향이동(17.4%)을 앞섰다. 2023년 청년층의 1분위 탈출률은 38.4%였다. 아직까진 그래도 기회의 문이 완전히 닫힌 것은 아닌 셈이다. 월 200만원을 버는 청년층이 열심히 일하면, 월 300만원 이상을 벌 기회가 아직은 있다는 이야기다.
한국 소득격차 줄었지만 자산 불평등 심화
문제는 자산불평등이다. 국회는 최근 이 점에 주목했다.최근 13년간 한국 사회에서 소득 격차는 완화됐지만 부동산 등 자산 격차가 벌어져 전반적인 불평등 수준은 오히려 심해졌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횄다. 이는 국회입법조사처가 ‘다차원적 불평등 지수’ 연구 결과를 발표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다차원 불평등 지수는 국회가 처음 공개하는 것으로, 불평등을 한 가지 요인으로만 분석하지 않고 소득·자산·교육·건강 등 관계된 영역을 두루 살펴 지수를 연구하고 제시한 것이다. 연구 결과 최근 13년간(2011∼2023년) 다차원적 불평등 지수는 2011년 0.176에서 2023년 0.190으로 상승했다. 분야별로 보면 소득 불평등은 점진적으로 줄고 있으나, 자산·교육·건강 등 3개 분야의 불평등은 모두 심화하는 양상을 보인다. 입법조사처는 “대한민국에서 가구 자산의 75%가 부동산임을 고려하면 가구 자산 보유액은 부동산, 특히 주택 가격 변화에 긴밀하게 연관돼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서울 아파트 전경 [사진출처=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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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층 입장에선 노력해서 월급을 200만원대에서 300만원대로 올린다고 한들, 서울 아파트 가격이 매년 수억 원씩 상승하니 좌절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결국 문제는 ‘자산격차 해소’다. 특히 자산상승에서 소외된 청년층에게 자산형성 기회를 주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대출 규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등 가격을 누르는 방식이 중심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가격 억제 정책만으로는 자산 격차를 줄일 수 없다”고 지적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청년층에게 ‘첫 자산 형성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선 3기 신도시 공급 가속화, 서울 도심 내 재개발·재건축 정상화, 청년과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한 공공분양·특별공급 확대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힘을 얻는다. 근로 의지가 있는 청년에게 합리적인 가격으로 주택을 취득할 수 있는 진입 기회가 열려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도시계획 권한 조정 등 개혁을
한 도시계획 전문가는 “서울에 주택을 대거 공급하기 위해선, 구청에 있는 인허가권을 시청에 주면서 강력하게 중앙집권적으로 도시를 개발해 나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각 구청에서 재개발·재건축 관련된 인허가권이 있다 보니, 사업이 진척이 나지 않는다는 의미다. 실제로 신속 통합기획도 각 구청의 인허가가 지연되면서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주택공급을 더욱 활발하게 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뉴욕과 런던의 변화는 결국 “노력하면 계층을 이동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다시 던지고 있다. 소득의 사다리는 남아 있지만, 자산의 사다리가 끊어진다면 계층 이동은 사실상 봉쇄된다. 청년에게 ‘살 수 있는 집’을 제공하는 정책은 단순한 주거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유지되기 위한 최소한의 계약을 재구축하는 과정이다. 구 부총리가 ‘개천에서 용 나는 정책’을 펴겠다고 한 만큼, 주택공급과 관련된 파격적인 정책을 내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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