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한시 허용 끝…의료 접근성 향상 기대
의사·약사 반발 여전…초진·약배달 쟁점 부상
시범평가 없어 논란…"공공플랫폼 도입해야"
지난 2023년 서울 중구 보아스 이비인후과병원에서 오재국 원장이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은 환자에게 전화를 걸어 비대면 진료를 보고 있는 모습.(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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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국회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 결과 브리핑에서 “그간 시범사업으로 운영돼온 비대면 진료를 제도화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비대면 진료는 2020년 코로나19 유행에 대응하기 위해 감염병예방법상 한시적으로 허용됐다. 코로나19 유행이 종식된 이후 ‘보건의료기술진흥법’상 시범사업으로 허용됐다. 약 5년간 한시적으로 시행된 셈이다.
정부와 여당이 비대면 진료에 나서는 이유는 국민의 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이는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강력히 주장하는 플랫폼 업계의 주장과 일치한다. 플랫폼 업계는 비대면 진료가 병원 이용에 시간·공간적 제약을 줄여주고 환자에게 필요한 진료·약을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의료 접근성 향상을 위해 플랫폼 업계는 초진과 비급여진료·의약품 처방, 약 배달이 허용돼야 제도가 안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선재원 원격의료산업협의회 공동 회장은 “의사가 처방한 것을 어떻게 남용이라 부를 수 있겠냐”면서 “플랫폼을 통해 오히려 가격과 진료비의 투명성이 확보돼 해외직구 같은 위험 행위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의사 단체는 비대면 진료 도입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분위기다. 의료계는 비대면 진료의 부작용으로 △진단 정확도 저하 △오진 위험 △법적 책임 부담 등을 든다. 특히 초진은 의사가 환자를 잘 모르는 상태에서 진료하는 것인데, 첫 단추를 잘못 끼워 제때 제대로 된 조치를 받지 못하면 그 부담이 의료진에게 올 수 있다고 지적한다. 김성근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환자가 병원을 방문하고 의사를 만나서 첫 번째 진찰을 하는 게 진료의 시작인데 그 단계가 없어져 버린 진료는 의료계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약 배달도 비대면 진료와 함께 허용될지도 변수다. 약 배달이 안 되면 비대면 진료를 이용한 환자가 약을 받으러 약국까지 가야 한다. 비대면 진료가 의료 접근성 향상이 목적임을 고려하면, 약 배달 없이는 ‘반쪽짜리 제도’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 약사는 약 배달을 의약품 오남용 우려와 지역 약국의 몰락 등을 이유로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이와 관련, 초진과 비급여 의약품·진료 허용은 의료법 하위법령에서 규정될 가능성이 크다. 익명을 요구한 국회 관계자는 “법에서 정해버리면 법사위에서 체계자구심사를 거칠 때 지적받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만약 초진을 허용 혹은 허용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하위법령에 예외규정을 두도록 하면 제도를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약 배달은 약사법을 개정해야 하기 때문에 당장 진행되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당정은 비대면 진료만 언급했을 뿐, 약 배달은 언급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성급히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영리 플랫폼이 아닌 공공 플랫폼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무상의료운동본부)는 영리 플랫폼 도입이 기업의 의료 진출을 금지하는 의료법 체계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는 배치된다는 점을 지적하며 공공 플랫폼 중심의 원격의료를 대안으로 주장했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약 5년간 수행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에 대한 진지한 평가는 나오지 않았다”면서 “정부가 사실상 전면 허용하다시피 한 시범사업이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제대로 공개하고 평가한 이후 다음 절차를 논의하는 것이 사리에 맞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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