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폐쇄성폐질환은 기도와 폐포에 만성 염증이 생기며 기도가 좁아지고, 산소 교환이 원활하지 않아 숨쉬기가 어려워지는 질환이다. 게티이미지뱅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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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겨울 아침, 찬 공기가 목구멍을 파고들면 괜히 기침이 늘고 숨이 더 가쁜 기분이 든다. 하지만 기침이 수주 이상 이어지고, 숨이 차거나 가슴이 답답하다면 단순한 감기나 천식이 아닐 수도 있다. 기도가 좁아지고 폐포가 손상되면서 숨쉬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Chronic Obstructive Pulmonary Disease)은 겨울철 특히 주의해야 할 대표적인 호흡기 질환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COPD 환자는 2021년 19만2,636명에서 2024년 21만7,649명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환자 10명 중 8명은 65세 이상 고령층이다. 흡연율 감소가 정체된 데다 대기오염, 고령화가 겹치면서 환자 수가 계속 늘고 있다. 문제는 진단이 늦어지면 폐 기능이 회복 불가능한 단계로 악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조기 발견과 꾸준한 관리가 곧 치료의 핵심이다.
만성폐쇄성폐질환은 기도와 폐포에 만성 염증이 생기며 기도가 좁아지고, 산소 교환이 원활하지 않아 숨쉬기가 어려워지는 질환이다. 40세 이상 성인 중 약 13.6%가 앓고 있을 정도로 흔하다. 초기에는 가벼운 기침이나 끈적한 가래, 활동할 때 숨이 차는 정도로 시작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가만히 있어도 숨이 가쁘고, 가슴이 답답하거나 ‘쌕쌕’거리는 천명음이 동반된다. 병이 진행될수록 가래량도 많아지고 일상생활이 힘들어진다. 완치가 어렵지만 금연과 흡입치료, 꾸준한 관리로 진행을 늦출 수 있다.
COPD를 일으키는 가장 큰 원인은 단연 흡연이다. 담배 연기 속 유해 물질이 기도 점막을 손상시키고 염증과 협착을 유발한다. COPD 환자의 대부분은 흡연력과 관련이 있다. 질병관리청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2023년 우리나라 성인 흡연율은 19.6%(남성 32.4%, 여성 6.3%)로 여전히 높다. 40세 이상 흡연자 가운데 만성 기침이나 숨 가쁨, 쌕쌕거림이 있다면 COPD를 의심해야 한다.
흡연 외에도 미세먼지, 직업적 유독물질, 폐 감염 등이 질환을 악화시킨다. 미세먼지에는 질산염, 황산염 같은 화학물질이 포함돼 있어 코를 거치지 않고 폐 깊숙이 침투한다. 이로 인해 염증이 심화되고, 장기 노출 시 급성 악화나 폐렴, 심지어 폐암 위험까지 높아질 수 있다.
COPD는 천식과 증상이 비슷해 구분이 쉽지 않다. 천식은 주로 젊은 층이나 비흡연자에게서 나타나며, 증상이 간헐적으로 좋아졌다 나빠졌다를 반복한다. 반면 COPD는 40대 이후 흡연자에게 주로 발생하며, 시간이 지날수록 폐 기능이 점차 떨어지는 진행성 질환이다. 강동경희대학교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안진 교수는 “COPD는 단순한 감기나 노화로 인한 기침으로 오해하기 쉬워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가벼운 증상이라도 폐기능검사를 통해 조기에 확인하면 질환의 진행을 늦추고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COPD 치료의 목적은 증상 완화, 진행 억제, 급성 악화 예방이다. 이를 위해 흡연·분진·유해가스 같은 위험요인을 피하고, 정기 진료를 통해 약물 효과와 병의 진행 정도를 모니터링해야 한다. 기본 치료는 기관지확장제 흡입요법이며, 염증 정도에 따라 흡입 스테로이드를 병용하기도 한다. 이미 폐 손상이 진행된 경우 완전한 회복은 어렵기 때문에, 예방과 조기 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독감·폐렴구균 예방접종으로 감염성 악화를 막는 것도 필수다.
COPD는 호흡기 질환이지만 심장질환, 골다공증, 우울증 등 여러 합병증을 동반할 수 있다. 병의 진행을 늦추고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한 첫걸음은 금연이다. 금연은 COPD의 자연경과를 바꿀 수 있는 유일한 요인으로, 폐기능 저하 속도를 늦추고 급성 악화 위험을 줄인다. 안 교수는 “가벼운 걷기나 스트레칭 같은 꾸준한 신체활동은 숨찬 증상을 줄이고 체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적절한 약물치료와 재활을 병행하면 폐 건강뿐 아니라 우울감이나 불안 같은 정신적 부담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2026년부터 폐기능검사(FEV₁ 검사)가 국가건강검진 항목에 포함될 예정이다. 특히 40세 이상 흡연자라면 정기검진을 통해 조기에 진단받는 것이 중요하다.
윤은숙 기자 sug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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