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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등록 청년’ 강태완 산재사망 1년···유족·시민단체 “중대재해 신속 수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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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향신문

    11일 고용노동부 전주지청 앞에서 열린 ‘고 강태완 산재사망 1주기 중대재해 수사 촉구 기자회견’에서 어머니 이은혜씨가 발언하고 있다. 김창효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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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북 김제의 한 특장차 제조업체에서 일하다 숨진 이주배경 노동자 강태완(32·몽골명 타이완)씨 사건 1주기를 맞아 유족과 시민단체가 중대재해 신속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민주노총 전북본부와 이주인권단체 등은 11일 전주 고용노동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고 1년이 지났지만 수사는 여전히 진행 중”이라며 “언제까지 2년, 3년 동안 조사만 할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철저히 수사해 경영책임자의 관리 의무 위반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씨는 지난해 11월 8일 HR E&I(현 ‘호룡’) 공장에서 무인 고소지게작업차(텔레핸들러)를 시험 운전하던 중 장비가 갑자기 움직이면서 고소지게작업차와 인근 장비 사이에 끼이는 사고를 당했다. 흉부 등 주요 부위에 심각한 상처를 입은 그는 사고 당일 숨졌다.

    한국에서 체류 자격을 얻고 취업한 지 8개월 만이었다. 경찰은 사망 8개월 만인 지난 7월 부서 관리자 2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지만 대표는 제외됐다.

    어머니 이은혜씨(엥흐자르갈·63)는 “2년이 걸릴지, 3년이 걸릴지 모른다고만 한다. 누가 잘못했는지 정말 알고 싶다”며 울먹였다. 그는 “내 아까운 아들이 죽었는데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며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지 답을 해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단체들은 이번 사고가 단순한 개인의 불운이 아니라 ‘위험의 이주화’ 구조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전체 취업자 중 이주노동자 비율은 3.2%에 불과하지만 산업재해 사망자 중 이들의 비율은 10%를 넘는다. 불안정한 체류 자격과 열악한 노동환경이 맞물리며 구조적 위험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김사강 이주와인권연구소 연구위원은 “왜 이주 청년들이 나고 자란 한국에서 정착하기 위해 자신이 살던 곳을 떠나야 하는가”라며 “낯선 지역에서 위험한 일을 하며 거주 비자를 얻기 위해 4년, 영주권 신청 자격을 얻기 위해 5년을 버텨야 하는 제도는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계는 이번 사건을 명백한 인재로 규정하며 회사의 안전관리 의무 소홀을 비판한다. 고용노동부 전주지청의 중대재해 수사는 사고 1년이 지난 지금까지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단체들은 “노동부가 시간을 끌며 사용자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 아니냐”며 “늑장 수사와 솜방망이 처벌로는 죽음의 현장을 멈출 수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전국에서 중대재해로 숨진 노동자는 589명, 올해 상반기만 287명에 달한다. 전북에서도 지난해 32명, 올해 상반기 16명이 목숨을 잃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2022년) 이후 올해 7월까지 보고된 2986건 가운데 기소된 사건은 121건(기소율 4%)에 불과하다.

    단체들은 정부에 산재 사망 사건 신속 조사와 경영책임자 엄정 처벌, 이주노동자 산업안전 대책 마련, 출입국관리법 개정과 미등록 아동 체류권 보장을 요구했다.

    이들은 “고용노동부가 더는 시간을 끌지 말고, 강태완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책임을 다하라”며 “중대재해처벌법의 취지가 현장에서 실현될 수 있도록 근본적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창효 선임기자 c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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