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아메드 알샤라 시리아 임시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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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드 알샤라 시리아 임시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1946년 시리아 건국 이후 백악관을 찾은 시리아 지도자는 알샤라 대통령이 처음이다. 알카에다 지휘관이었던 알샤라 대통령은 20년 전 이라크 내 미군 수용소에 구금돼 있었지만 이번에는 백악관에서 미국 대통령과 마주 앉았다. 외신들은 이번 회담을 알샤라 대통령이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에서 세계적 정치가로서의 변신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상징적 장면으로 평가했다.
알샤라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37분 백악관에 도착해 두 시간 가까이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을 가졌다. 평소 외국 정상과의 회담을 언론에 공개하길 즐기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회담은 언론 노출 없이 비공개로 진행했다. 알카에다 출신인 알샤라 대통령의 이력을 의식한 조치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후 알샤라 대통령에 대해 “매우 강력한 지도자다. 나는 그를 좋아한다”며 “그는 매우 힘든 과거를 보냈다. 힘든 과거가 없다면 기회도 가질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우리는 시리아의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시리아는 중동의 일부이며, 이제 중동에 평화가 찾아왔다”고 강조했다.
10일(현지시간) 아메드 알샤라 시리아 임시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회담 직후, 지지자들이 워싱턴 백악관 밖에서 알샤라 대통령을 지지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피켓에는 시리아에 대한 강력한 제재인 시저법 폐지를 요구하는 문구가 적혀 있다. UPI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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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중동 안보’·시리아는 ‘제재 유예’ 주고 받아
알샤라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대시리아 제재를 완전 해제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미 재무부 등은 이날 시리아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담고 있는 ‘시저 민간인 보호법’(시저법)의 집행을 180일간 추가로 유예하겠다고 발표하며 이에 화답했다.
2019년 바샤르 알아사드 전 독재 정권의 민간인 학살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제정된 시저법은 시리아와 거래하는 제3국의 개인 및 기관까지 제재 대상으로 삼아 시리아 정부와의 거래를 사실상 차단했다. 미국은 지난 5월 시저법의 180일 집행 유예를 발표한 데 이어 이번에 한 차례 더 유예했다. 다만 러시아·이란 정부와 관련된 거래는 유예 대상에서 제외했다. 시저법의 완전 폐지는 대통령의 행정명령만으로 할 수 없으며 미 의회 표결을 거쳐야 한다.
제재가 완화되면 시리아는 13년간 내전으로 황폐해진 시리아를 재건하는 데 필요한 자금 확보와 상품 수입 등을 재개할 수 있다. 알샤라 대통령은 회담 후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의 안정과 영토 통합, 시리아에 대한 제제의 완전한 해제를 지지한다는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가장 큰 관심사는 중동 안보다. 이스라엘과 중동 국가들의 관계를 정상화하는 아브라함 협정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도 그 대상으로 보고 있다. 또 알아사드 전 정권의 독재 기간 50년 넘게 러시아와 밀착해왔던 시리아를 친서방 세력으로 편입시킴으로써 러시아를 견제할 수 있다. 또한 이란이 시리아 영토를 통해 레바논의 대리세력 헤즈볼라를 지원하는 것도 차단할 수 있다.
시리아는 두 정상의 회담 직후 이슬람국가(IS) 소탕을 위한 국제연합에 협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함자 알무스타파 시리아 정보장관은 “시리아가 ‘IS 격퇴를 위한 국제연합’과의 정치적 협력을 위한 선언문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다만 협정의 정치적 성격을 강조하며 “군사적 요소는 포함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미국 주도로 2014년 창설된 국제연합군에는 89개국이 참여하고 있으며, 시리아는 90번째 참여국이 됐다.
알샤라 대통령은 이스라엘과의 아브라함 협정 체결에도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당장 이스라엘과 직접적 협상에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미 행정부가 이러한 종류의 협상에 도달하도록 도울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시리아는 이스라엘과 국경을 맞대고 있으며, 이스라엘은 1967년 이후 시리아의 영토인 골란 고원을 점령하고 있다.
아메드 알샤라 시리아 임시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을 위해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서쪽 출입구에 도착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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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상금 1000만달러 사나이’···정문 아닌 ‘옆문’으로 조용히 들어가
알샤라 대통령의 백악관 방문은 그가 알카에다 출신으로 과거 이라크 내 미군 수용소에 수감된 적이 있다는 점, 미국이 그에게 현상금 1000만달러(약 146억5000만원)을 내걸기도 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미국은 그가 지난 8일 미국에 입국하기 불과 이틀 전 알샤라 대통령을 테러리스트 제재 명단에서 제외했다.
2001년 9·11 테러의 배후인 알카에다와 연계됐던 그의 이력을 의식해서인 듯, 이번 회담은 ‘조용히’ 이뤄졌다. 통상 트럼프 대통령은 집무실이 있는 백악관 웨스트윙 정문에서 외국 정상들을 맞이했지만, 알샤라 대통령은 이날 옆문으로 들어와 언론을 피했다.
알샤라 대통령은 과거 알카에다 이라크 지부에서 활동했고, 2011년 시리아 내전 발발 후 알카에다 연계조직인 ‘누스라 전선’을 창설, 시리아 반군 조직을 통합해 무장단체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HTS)를 결성해 지난해 12월 바샤르 알아사드 전 대통령을 축출했다.
시리아 과도정부의 수반으로 올라선 뒤, 알샤라 대통령은 시리아 재건을 위해 온건주의와 실용주의를 표방하며 1년도 채 안 되는 기간 서방과 아랍 국가, 러시아 등을 오가는 광폭의 외교 행보를 보이며 국제적 정치인으로 면모를 과시했다. 지난 9월 유엔 총회에서 시리아 대통령으로서는 최초로 유엔 총회에서 연설해 주목받기도 했다.
☞ 반군출신 알샤라 대통령, 트럼프와 정상회담···건국 이래 워싱턴 찾은 첫 시리아 지도자
https://www.khan.co.kr/article/202511101546001
☞ 60년 만에 유엔 연단에 선 시리아 대통령 “제재 완전히 해제해달라”
https://www.khan.co.kr/article/202509251621001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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