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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9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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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5개 역사유산 학술단체 연구자들 “종묘 앞 초고층 재개발 규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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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

    12일 낮 서울 세종로 성공회빌딩 상연재에서 역사유산 관련 35개 단체 연구자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서울시의 종묘 앞 초고층 재개발 추진을 규탄하는 연대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 발표 뒤 이성주 한국고고학회장(맨 오른쪽)의 선창으로 참석한 학회·협회 관계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노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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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유산 종묘의 하늘과 시야를 가리는 고층 개발의 시도를 단호히 규탄한다.’



    한국고고학회, 한국건축역사학회, 한국미술사학회 등 역사유산 관련 35개 학술단체 연구자들이 서울시의 종묘 인근 초고층 재개발 시도에 맞서 긴급 성명을 냈다.



    이성주 한국고고학회장(경북대 교수)과 김용선 국가유산보존기술협회장 등 29개 학회·6개 협회 대표자 8명은 12일 서울 세종로 성공회빌딩 내 상연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성명서를 발표하고 “고층 건물 배치는 종묘의 가치와 존엄을 훼손하는 행위이며 우리의 삶에서 역사적 전통과 기억을 제거하고 문화적 자존심에 상처를 주는 결과를 낳을 것이기에 무분별한 개발 행위에 적극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서울 도심 종묘가 세계문화유산의 목록에 이름을 올리게 된 것은 그동안 주변 난개발을 자제하면서 경관과 함께 문화유산을 보존하려는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고층 개발은 밖에서 세계유산을 바라보는, 그리고 세계유산에서 사방을 바라보는 경관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이들은 140m 이상 초고층 재개발을 허용하는 서울시의 고시 내용을 지목해 “고층 건물이 지배적 위치로 솟아오르면 인접한 종묘 경관은 그 아래 억눌리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종묘 주변에 고층 건물을 배치하여 경관을 훼손하지 말라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위원회의 권고는 그래서 결코 쉽게 넘겨버릴 말이 아니며 문화유산 주변의 고도 상향을 결정할 때 그것을 단순히 개발 이익과 관련된 문제로만 생각해서는 안 되며 사회 전체의 과제로 생각하고 신중하게 접근해야만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고 짚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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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들은 이런 맥락에서 종묘에 인접한 지역 건물 층고를 상향하는 규제 완화를 서울시가 즉각 철회할 것, 관련 기관과 전문가 평가에 근거한 사회적 합의를 통해 건물 높이와 배치에 관한 공개 기준을 새로 마련할 것, 이런 과정이 마무리되기까지 종묘 경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고층 건물 인허가를 전면 중단할 것 등을 요구했다.



    회견에 나온 이연경 한국건축역사학회 홍보이사(연세대 건축공학과 부교수)는 “종묘는 국가유산이자 세계유산으로서 등재 당시의 가치를 지켜야 하는, 보존 강도가 가장 높은 유산”이라며 “세계유산은 유형적인 건물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모든 삶과 문화, 자연까지 포함하는 것이기에 종묘 앞 고층 건물은 그늘이 지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유산으로 가치를 인정받은 경관을 훼손하는 것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국내 역사유산 연구자들이 세계유산 앞 재개발에 반대하는 연대성명을 낸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이성주 한국고고학회장은 “앞으로 여러 학계 관계자들과 공동 학술대회를 추진해 종묘 관련 논란에 대해 심층적인 견해를 표명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날 성명에는 29개 학회(무형유산학회, 부산고고학회, 비교민속학회, 실천민속학회, 역사교육학회, 역사문제연구소, 영남고고학회, 조선시대사학회, 중부고고학회, 한국건축역사학회, 한국고고학회, 한국고대사학회, 한국구석기학회, 한국대중고고학회, 한국도시사학회, 한국목간학회, 한국미술사학회, 한국민속학회, 한국사연구회, 한국상고사학회, 한국신석기학회, 한국역사교육학회, 한국역사민속학회, 한국역사연구회, 한국역사학회, 한국중세고고학회, 한국청동기학회, 호남고고학회, 호서고고학회)와 6개 협회(국가유산기능인협회, 국가유산수리기술자협회, 국가유산보존기술협회, 국가유산수리협회, 한국국가유산실측설계협회, 한국문화유산협회)가 참여했으며, 역사학, 인류학, 민속학 관련 학회들이 추가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11일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바깥의 개발 규제를 완화한 서울시 조례 개정이 유효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시의 세운상가 개발계획 자체를 인정한 취지는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최 장관은 이날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 나와 “대법원은 시의 조례 개정 절차가 적법했다고 판단한 것이지 (세운상가) 개발계획 자체를 인정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시 조례 개정이 적법하다는 판결은 존중하지만, 종묘 가치를 보존하기 위해 문체부가 방법을 강구하는 건 판결에 배치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지난 7일 허민 국가유산청장과 함께 한 종묘 앞 기자회견이 세운상가 개발 자체를 반대한다는 취지는 아니라며 “종묘 보존과 개발을 조화롭게 하는 것이 책임 있는 행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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