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 14세 교황이 지난 3일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고(故) 교황 프란치스코와 사망한 추기경 및 주교들을 위한 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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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가톨릭 주교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민자 추방 정책을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는 레오 14세 교황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최초의 미국인 교황으로 선출된 레오 14세 교황은 이민자 가정 출신으로, 최근 반이민 정책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12일(현지시간) 미국 볼티모어에서 열린 미국가톨릭주교회의 연례 총회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공격적인 이민자 추방 정책을 비판하는 성명이 압도적 지지를 얻어 통과됐다고 보도했다.
주교들은 성명에서 “무차별적인 대규모 추방에 반대한다”며 “이민자를 향한 비인간적 언사와 폭력이 끝나기를 기도한다”고 밝혔다.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은 언급되지 않았다.
주교들은 “이민 단속 문제로 국민들 사이에 두려움과 불안이 확산하는 것을 우려한다”며 “이민자 혐오적 논쟁과 악마화에 슬픔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어 “구금시설의 열악한 환경과 사목 지원 부족, 임의로 법적 지위를 잃은 이민자들, 자녀를 학교에 데려다주다가 체포될까 두려워하는 부모들”을 언급하며 이민자들이 처한 어려움을 지적했다.
이번 성명은 지난달 멕시코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텍사스주 엘패소의 가톨릭 신자들이 이민자들이 쓴 100통이 넘는 편지를 레오 14세 교황에게 전달한 것을 계기로 이뤄졌다. 이 자리에서 레오 14세 교황은 엘패소의 마크 J 자이츠 주교에게 이민자 추방 문제에 대해 미국 주교들이 단합한 메시지를 내주길 원한다고 말했다.
NYT는 이번 성명이 ‘특별 메시지’의 형태로 나왔으며, 주교단이 연례회의에서만 발의할 수 있어 발표되는 경우가 흔치 않다고 전했다. 마지막 ‘특별 메시지’는 2013년 나왔다.
11일(현지시간) 미국 볼티모어에서 미국 가톨릭 주교회의 연례총회가 열리고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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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프란치스코 교황 선종 후 새로운 교황으로 취임한 레오 14세 교황은 미국인 교황이라는 점과 함께, 이민자 가정 출신이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교황 선출 직후, 인구조사 기록에 그의 외조부모가 흑인 혼혈을 뜻하는 ‘물라토’나 ‘흑인’으로 기재돼 있다는 사실이 언론에 보도돼 화제가 됐다. 취임 후 레오 14세 교황은 “나도 이민자의 후손이자 직접 이민을 선택한 사람”이라며 모든 이의 존엄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레오 14세는 지난 4일 미국이 구금한 이민자들의 처우에 대해 “깊이 반성해야 한다”며 “수년간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살아온 많은 이들이 지금 일어나는 일로 깊은 영향을 받고 있다”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레오 14세 교황은 이민 당국이 구금된 이민자들과 목회자들의 만남을 금지한 것에 대해 “구금된 사람들의 영적 권리 또한 고려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NYT는 레오 14세 교황이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에 비해 정치적 입장을 표명하는 것에 소극적이기는 하지만 꾸준히 이민자들에 대해 지지를 표명해왔다고 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민자를 추방하고 멕시코와 미국 국경 사이에 벽을 쌓겠다고 한 것을 두고 “벽을 쌓는 것에만 집중하고 다리를 짓지 않는 사람은 기독교인이 아니다”라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자 추방 정책은 미국 가톨릭에도 위협이 되고 있다. 가톨릭 신자의 3분의 1이 히스패닉계인 상황에서, 신자들은 이민세관단속국에 체포될까 봐 미사에 참석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 가톨릭 주교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반이민 정책에 반대의 목소리를 내왔다.
☞ [기자칼럼] 미국인 교황, ‘신의 한 수’ 될까
https://www.khan.co.kr/article/202505192000001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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