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홍장원 11개월만에 법정 대면
洪 “尹, 싹 다 잡아 정리하라 해”
윤석열 전 대통령이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특수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사건 첫 공판에 출석해 있다. 2025.09.26 사진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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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계엄 선포 직후 “윤석열 전 대통령이 ‘싹 다 잡아들여라’라고 지시했다”고 증언한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내란재판 법정에서 윤 전 대통령과 대면했다. 2월 탄핵심판 법정에서 두 차례 대면한 이후 11개월 만이다.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 심리로 열린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재판에선 지난해 12월 3일 오후 10시 53분경 윤 전 대통령이 홍 전 차장의 비화폰으로 전화를 걸어 1분 24초간 통화한 기록이 제시됐다.
이때 어떤 대화를 나눴냐는 특검의 질문에 홍 전 차장은 “(윤 전 대통령이) ‘봤지?’라고 했고, ‘싹 다 잡아들여서 정리하라’는 말과, 국정원에도 대공 수사권을 지원해 주겠다는 내용, 국군 방첩사령부를 지원하라고 강하게 말씀하셨던 것이 기억 난다”고 했다. 홍 전 차장은 “‘봤지’라고 물은 건 계엄 선포한 방송을 봤느냐고 물어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 통화에서 누구를, 왜 잡아들이라는 건지는 윤 전 대통령이 설명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동안 윤 전 대통령은 “간첩들을 잡아들이라고 한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는데, 이날 홍 전 차장은 “윤 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간첩이란 말은 들은 적이 없다”고 증언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홍 전 차장에 대한 증인 신문은 다음 재판에서 하기로 했다.
탄핵심판과 마찬가지로 이날 재판에서도 체포자 명단이 적힌 이른바 ‘홍장원 메모’의 신빙성을 두고 특검과 윤 전 대통령 측의 공방이 오갔다.
윤 전 대통령은 특검이 제시한 메모에 대해 “초고가 지렁이(글씨)처럼 돼 있다. 보좌관을 시켜서 만들었다고 하는데, 초고 자체가 이거(홍장원 메모)하고 비슷하지 않다. 보좌관이 제대로 불러주는 대로 썼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특검은 “보좌관이 대필했지만, 실질적인 작성자는 홍 전 차장이다. 홍 전 차장이 사후적으로 내용을 확인하고 가필까지 해서 완성한 메모”라고 반박했다. 공방이 계속 이어지면서 재판부가 “왜 이렇게 흥분하시냐”고 하자 윤 전 대통령은 “흥분하는 게 아니고, ‘홍장원 지렁이’ 치면 기사도 많이 나온다”고도 했다.
한편 이날 오전 재판에서는 노재헌 전 특전사 법무실장이 증인으로 나왔다. 윤 전 대통령은 노 전 실장에게 “군인들끼리 얘기하면서 군 관계자를 인원, 요원이라고 할 수 있는데 국회의원을 인원, 요원이라고 하는 경우가 있냐”고 직접 물었다. 이에 노 전 실장은 “군에서 인원은 통상 사용 안 하고 부대원이란 말을 사용한다. 요원이라는 말도 잘 사용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송혜미 기자 1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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