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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1 (목)

    이슈 미술의 세계

    트럼프 ‘셧다운’에 미뤘던 이건희컬렉션 첫 국외전 15일 미 워싱턴서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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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물화의 실력자로 꼽혔던 김인승이 1965년 그린 ‘붉은 원피스의 여인’.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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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21년 이건희(1942~2020) 삼성그룹 회장 유족이 나라에 기증한 고인의 수집미술품 컬렉션(이건희 컬렉션)이 지난 3년간의 국내 순회전에 이어 국외 전시 나들이에 나선다.



    이건희컬렉션을 소장해온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은 기증품 국외순회전의 첫 전시 ‘한국의 보물: 모으고, 아끼고, 나누다’(Korean Treasures: Collected, Cherished, Shared)를 미국 워싱턴 D.C.의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National Museum of Asian Art)에서 15일(현지시간) 개막식과 함께 시작해 내년 2월1일까지 연다고 14일 발표했다.



    두 기관은 이날 함께 낸 보도자료를 통해 이 전시에 18세기 조선의 대화가 겸재 정선의 명작 ‘인왕제색도’를 비롯한 국보 7건과 보물 15건 등 172건 297점의 국립박물관 소장 고미술 작품과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한 박수근과 김환기, 김인승 등 한국근현대미술 대가들의 작품 24점이 나온다고 알렸다. 원래 전시는 지난 8일 개막할 예정이었으나, 미국 공화당의 트럼프 행정부와 민주당의 정치적 대립에 따른 연방정부의 셧다운(일시 업무 중지) 사태로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이 임시휴관하면서 개막 날짜가 미뤄졌다. 12일(현지시간) 연방정부 업무가 재개되면서 전시장도 다시 문을 열어 예정보다 일주일 늦게 특별전을 개막하게 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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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희 컬렉션 첫 국외순회전이 열리는 미국 워싱턴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 ‘프리어 갤러리’란 과거 명칭으로 널리 알려진 뮤지엄이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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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순회전은 1970~80년대 국립박물관의 ‘한국미술 5000년전’ 이래 가장 큰 규모의 한국문화특별전으로 꼽힌다. 두 기관은 보도자료에서 “삼국시대부터 20세기에 이르기까지 면면하게 흘러온 한국 미술의 창의성과 혁신을 보여주는 자리”라면서 “한국 대중문화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미국 관객들이 K(케이)-컬처 원형을 발견하고, 과거와 현재를 관통하는 한국 문화의 힘과 혁신을 느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전시는 조선시대 책가도 병풍으로 한국의 수집 문화를 살펴보는 것으로 시작한다. 근현대시기까지 다양하게 수집한 여러 장르의 미술품들을 통해 한국 문화사의 중요한 흐름을 짚어 나가는 얼개다. 유교 성리학에 바탕한 양반 선비들의 절제된 삶과 사유를 담은 조선시대 서원과 사랑방 내부의 책, 그림, 가구 등이 우선 눈길을 돋우며 뒤이어 등장하는 조선 왕실의 화려한 미술품들이 대비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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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세기 조선의 대화가 겸재 정선이 말년 그린 걸작 ‘인왕제색도’.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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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교미술 영역에는 삼국시대 금동불과 섬세한 고려시대 사경본, 필력 넘치는 조선시대 불화 등이 나와 불교예술 장인들의 개성과 조형의지를 보여준다. 도자기 영역은 고려시대 청자부터 조선시대 청화백자까지 다채로운 수집품들을 망라해 도자 기술 발전 과정을 살펴볼 수 있게 했다. 조선시대부터 근현대에 이르는 그림 명작들로 한국 회화사의 흐름까지 드러낸 뒤 서두 책가도 병풍을 재해석한 말미 공간에서 이땅의 수집 전통을 되새기는 구도로 전시는 마무리된다.



    주요 출품작들 면면이 다채롭다. 조선시대 서화로는 실경산수의 대가 정선의 ‘인왕제색도’를 비롯해 18세기 인물의 내면까지 그려냈던 초상화 대가 이명기의 ‘조항진 초상’, 자연의 섭리를 담은 김홍도의 ‘추성부도’가 내걸린다. 최근 세계적 인기를 얻은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배경 그림으로 유명해진 궁궐의 ‘일월오악도’, 15세기 막 창제된 한글 활자로 석가 일대기를 인쇄해 당대 조선 왕실의 불교신앙열을 짐작게 하는 ‘월인석보’도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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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시대 불교공예품인 법고대.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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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교미술로는 삼국시대의 ‘금동보살삼존입상’, 금물로 정성껏 불경글씨를 쓰고 풀이그림까지 그린 고려시대의 사경본 ‘대방광불화엄경 권15’, 불교 신앙과 의례를 보여주는 조선시대 ‘사직사자도’, 불교의식용 북을 올려놓는 사자상 받침대인 법고대 등이 출품된다. 고려청자의 상감기법과 비색을 보여주는 ‘청자 상감구름학무늬 그릇’과 조선시대 순백자를 대표하는 ‘天(천)·地(지)·玄(현)·黃(황)’ 새겨진 백자 사발, 기형과 그림이 어우러진 ‘백자 청화 산수무늬병’ 등의 도자 명품들도 줄줄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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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장 김환기가 1973년 그린 대작 ‘산울림 19-II-73#307’.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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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근현대미술 명품 24점은 전시의 또 다른 눈대목이다. 굴곡진 한국 근현대사의 경험에 서구 미술의 영향을 투영해 새 시각 언어를 찾으려는 모색을 보여주는 작품들이다. 국립미술관 쪽은 “전통 한국화 혁신을 담거나 근대기 서구적 회화·조각 장르를 독창적으로 재해석하고 접목하려한 작품 등을 엄선해 한국 동시대 미술의 다양한 층위를 소개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3.7m의 8폭 병풍으로 서구와 전통 화풍이 뒤섞인 백남순의 1936년작 ‘낙원’과 채용신의 1932년작 ‘부인초상’ 등 일제강점기 작품들을 필두로 박수근의 대작 ‘농악’과 이응노의 ‘구성’, 김환기의 ‘산울림’, 변관식의 ‘금강산 구룡폭’, 박생광의 ‘무속3’ 같은 거장들의 60~80년대 작업과 정광호 작가의 1997년작 ‘나뭇잎’ (1997) 등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매체와 실험의 노력을 보여주는 작업이 망라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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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포스터.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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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은 미국 스미스소니언 산하 기관으로, 사업가 찰스 랭 프리어(Charles Lang Freer)가 아시아 미술품을 기증해 1923년 문을 열었다. ‘프리어 갤러리’란 옛 명칭으로 더 유명한 이 박물관은 미국에서 최초로 한국미술품을 전시한 곳이다. 내년 1월 22~23일에는 한국미술과 수집을 주제로 국제 심포지엄을 열 예정이다. 국립박물관문화재단도 인왕제색도 부채, 달항아리 키링, 반가사유상 미니어처 같은 재단의 인기 문화상품 ‘뮷즈’를 국외 전시사상 최초로 들고 나가 현지 박물관에서 전시, 판매할 예정이다.



    순회전은 내년에 미국 시카고박물관(Art Institute of Chicago:내년 3월 7일부터 7월 5일까지)과 영국 런던 영국박물관(British Museum:내년 9월 10일부터 2027년 1월 10일까지)으로 옮겨간다. 시카고와 런던에서는 현지 개최 기관의 관객 특성을 반영해 일부 전시품을 새로 구성하고 전시 연출도 차별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앞서 이건희 기증 컬렉션 국내 순회 전시는 지난 2021년 첫 기증품 소개 전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국립중앙박물관과 지방국립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 10개 도시 지방미술관에서 계속 이어지면서 누적 관람객 262만명 기록을 세웠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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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화가 박수근이 타계 직전까지 그렸던 말년의 대작 ‘농악’.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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