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개발 홍보 선심성 예산
지난 총선 때도 무분별 증액
"급조된 예산 상당수는 불용
꼭 필요한 사업의 예산 줄어"
12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야 의원들이 정부를 상대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 질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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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17일부터 내년도 예산안의 세부 심사에 돌입한다. 특히 내년에는 지방선거가 예정돼 있어 여야가 슬그머니 지역 발전을 내세운 선심성 예산을 끼워 넣을 가능성이 우려된다. 선거용 예산이 늘어나면 다른 사업의 우선순위가 조정될 수밖에 없어 민생에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이날부터 예산안조정소위원회(예산소위)를 가동해 정부가 편성한 728조 원 규모의 예산안 사업들을 감액하거나 증액하는 작업에 나선다. 예산소위에서 확정된 예산안은 예결위 전체회의에 상정돼 본회의로 넘어간다. 예산소위 논의 과정이 사실상 예산 심사의 최종 관문이다.
문제는 전국 단위 선거가 있는 해의 예산안 심사는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휘둘렸다는 점이다. 총선이 있던 2024년도 예산안이 대표적이다. 나라살림연구소는 당시 예산안 통과 직후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지역구 선거 전략으로 국회의 예산심의권을 활용하는 구태가 더욱 심각해졌다"고 비판했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 특정 지역의 도로 개발이나 종교단체 지원 예산이 무분별하게 증액됐다는 이유였다. 이런 예산들은 지역구 현수막을 통해 유권자에게 홍보되는 터라 '현수막 예산'으로도 불린다.
'현수막 예산'이 늘어날수록 다른 사업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통상 국회는 정부가 편성한 예산안 총액을 기준으로 감액한 규모에 비례해 증액한다. 2024년도 예산안 심의 땐 지역 개발 사업의 예산이 늘어난 대신 건강보험 정부 지원금 등 예산이 줄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급조된 현수막 예산 상당수는 실제 집행되지 못해 불용 예산으로 남는 편"이라며 "국민 전체에 꼭 필요한 사업이 추진되지 못해 기회비용을 날리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역점 사업도 지방선거를 앞두고 논쟁이 격화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13일 여당 주도로 '농어촌 기본소득' 사업 예산을 정부안보다 2배로 늘린 3,410억 원으로 증액해 의결했다. 매달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으로 15만 원을 지급하는 사업 대상 지역을 확대하려는 목적에서다. 여당은 또 내년 지역화폐 발행 지원 예산인 1조1,500억 원을 반드시 사수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경제를 살리는 길은 단순한 돈 풀기로는 불가능하다"(김도읍 정책위의장)고 맞서고 있다.
올해도 막판 '소소위 심사' 재현될까
예산 심사가 진통을 겪으면서 예산 국회 일정에도 먹구름이 꼈다. 국회는 예산안을 법정 시한인 다음 달 2일까지 처리해야 한다. 하지만 아직 예비 심사조차 마치지 못한 상임위원회도 있다. 국회 운영위원회는 대통령실 특수활동비 규모를 둘러싸고 여야가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기획재정위의 경우 정부 예비비를 놓고 여야 기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여야가 보름간 심의를 마치지 못하면 올해도 막판 '밀실 심사'로 예산안이 처리되는 관행이 재현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는 법정 시한이 임박하도록 예산안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비공식 협의체인 '소소위'를 통해 담판을 지어왔다. 예산소위의 소위원회라는 뜻의 소소위는 예결위원장과 여야 간사,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이 참여하는 협상 테이블인데, 법적 근거가 없다. 회의록이 남지 않아 '깜깜이 심사'라는 비판을 받는다.
세종=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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