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스 전투기 F-35B.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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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35 전투기가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이스라엘 외교의 핵심 키워드로 떠올랐다. 사우디아라비아 실권자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18일(현지시간) 백악관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F-35 전투기 구매 등에 관해 논의할 예정인 가운데, 이스라엘이 조건으로 사우디-이스라엘의 국교 정상화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미국 온라인매체 액시오스는 15일 이스라엘 당국자를 인용, 이스라엘 정부가 최근 트럼프 행정부에 F-35를 사우디에 판매하려면 이스라엘과 국교 정상화가 전제돼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당국자는 “미국이 외교적 성과 없이 사우디에 F-35를 제공하는 것은 실수이며 역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1기 시절 최대 외교 성과로 꼽히는 아브라함 협정을 사우디 등 다른 중동 국가로 확대하려고 하는 가운데, F-35 판매를 사우디와 이스라엘 국교 정상화의 지렛대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사우디가 조만한 아브라함 협정에 가입하기를 바란다”며 사우디와 F-35를 포함한 무기 거래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빈살만 왕세자와의 회담에서 사우디와 이스라엘 국교 정상화는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아브라함 협정은 트럼프 대통령 1기 집권 시절인 2020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수단, 모로코가 이스라엘을 공식 인정하고 수교한 것을 가리킨다.
지난 5월 13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의 왕궁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악수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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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35는 적의 탐지를 피할 수 있는 스텔스 기술을 장착한 최첨단 전투기로, 중동에서는 이스라엘만이 보유하고 있다.
미국이 사우디에 F-35를 판매한다면, 미국과 이스라엘이 수십년간 중동에서 고수해온 이스라엘의 ‘질적 군사 우위’(QME)를 보장하는 정책이 폐기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미국이 이스라엘에 제공하는 군사 장비가 주변 아랍국가에 판매하는 무기보다 항상 첨단이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2020년 UAE가 이스라엘과 국교를 정상화한 뒤 미국이 UAE에 F-35를 공급하기로 합의하면서 이 원칙이 한차례 흔들렸지만, 바이든 행정부가 UAE와 중국과의 관례를 우려해 이 계획을 보류하면서 실현되지 못했다.
이스라엘 관계자는 “사우디가 UAE보다 이스라엘에 훨씬 가깝다. F-35가 사우디에서 이스라엘까지 비행하는 데 몇 분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중동 지역 군사적 우위를 양보하는 대신, 사우디가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 요구를 완화하길 원하고 있다. 사우디는 아브라함 협정 가입 조건으로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과 수립를 위한 로드맵에 합의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스라엘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 측은 트럼프 대통령이 빈살만 왕세자와의 회담에서 이러한 요구 사항을 완화하도록 압력을 가해, 수개월 내 국교 정상화에 대한 로드맵이 도출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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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성향 매체 하레츠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팔레스타인 문제에서 작은 양보라도 하는 순간, 연립정부가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네타냐후에게 이스라엘의 QME를 포기하고 아랍 국가에 F-35 판매를 승인하도록 허용하는 것이 ‘팔레스타인’이라는 단어를 꺼내는 것보다 훨씬 수월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번 회담에서 사우디의 아브라함 협정 가입의 물꼬가 트일 가능성은 낮다고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은 내다봤다. AP통신은 행정부 내부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말까지 합의가 성사될 수 있다는 낙관론이 신중하게 제기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단기간에 빈살만 왕세자를 설득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16일 네타냐후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가자지구 평화구상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표결을 하루 앞두고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에 대한 반대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하려는 모든 시도에 반대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평화구상에는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으로 가는 ‘신뢰할 수 있는 경로’를 만들 수 있다는 문구가 명시돼 있다.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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