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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9 (화)

    이슈 국방과 무기

    우크라, 프랑스 라팔 전투기 100대 산다는데… 비용은 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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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팔 전투기 1대당 1462억 원 추산
    우크라는 러시아 동결자산 활용 원해
    러 소송 가능성에 EU는 결론 못 내려
    우크라, 전투기 대금 미지급 가능성도


    한국일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17일 파리 엘리제궁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파리=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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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가 17일(현지시간) 프랑스 라팔 전투기 100대를 구매하기로 했다. 자국 방어 능력을 강화하는 차원으로 향후 10년에 걸쳐 인도받을 예정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비용을 누가 대느냐’의 문제는 확정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와 프랑스는 유럽연합(EU)에 동결된 러시아 자산을 쓴다는 계획이지만 향후 소송 가능성 등을 우려한 EU가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이다. 프랑스의 최첨단 전투기인 라팔은 중동과 아프리카를 포함한 해외 군사작전에 투입됐으며 1대당 가격은 1억 달러(1,462억 원)로 추산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프랑스를 방문 중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빌라쿠블레 공군기지에서 향후 10년간 라팔 전투기를 최대 100대 구매하는 내용의 의향서에 서명했다. 여기에는 프랑스가 현재 개발 중인 대공 방어 시스템 'SAMP-T'와 무인기(드론), 탄약을 공급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마크롱 대통령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는 엄청난 규모로 우크라이나 군 재건에 필요한 수준”이라며 “프랑스는 우크라이나를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싶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역사적 합의”라고 평가하며 “우크라이나는 프랑스의 지원을 소중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양국의 이번 합의는 러시아의 소극적 태도로 미국이 중재하는 휴전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가운데 이뤄졌다. 우크라이나 영토의 19% 이상을 점령한 러시아는 돈바스 지역의 최대 격전지인 포크롭스크 장악을 눈앞에 두고 있다.

    러시아 동결자산 활용에 EU 난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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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7일 파리 인근 빌라쿠블레 공군기지에서 '프랑스의 라팔 전투기 100대를 우크라이나에 인도'하는 내용을 담은 의향서에 서명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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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제는 라팔 전투기 100대를 구입할 자금 조달 방안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로이터는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의 동결자산을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지만 EU는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022년 2월 이후 EU에 동결된 러시아 중앙은행 자산은 2,100억 유로로 대부분 벨기에 소재 중앙예탁기관(CSD)인 유로클리어에 예치돼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이중 1,400억 유로를 2년간 우크라이나에 무이자로 대출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향후 러시아가 소송을 제기하거나 종전 후 러시아가 반환을 요구하는 경우 법적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동결자산을 관리하는 벨기에 등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실제 러시아는 최근 동결자산에 손을 댈 경우 벨기에를 공격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EU는 러시아 동결자산을 기반으로 우크라이나에 군사 자금을 지원하려고 하는데 (EU 회원국의 반대로) 이 계획이 무산된다면 더 쉬운 대안은 없다”고 진단했다. 최악의 경우 우크라이나가 프랑스에 전투기 대금을 지급 못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프랑스 대통령실인 엘리제궁이 이날 “의향서는 구매 계약이라기보다는 정치적 약속”이라고 밝힌 것도 이 같은 사정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조종사 훈련에 최소 3년… 당장 투입 불가능


    우크라이나의 라팔 전투기 구매는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초에는 라팔 이전 세대 전투기인 미라주 2000을 인도받았다. 이에 라팔 전투기가 우크라이나로 인도되더라도 당장 투입은 불가능하다. 조종사 훈련 기간 등을 감안하면 실전 배치에 최소 3년이 걸리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한 듯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라주 전투기로 연습 비행을 해본 조종사들은 라팔 전투기 조종법을 빠르게 습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를린= 정승임 특파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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