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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9 (화)

    [사설] 절대평가 무색한 영어 불수능, 수험생 혼란 어쩔 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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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일보

    7일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학교 600주년 기념관 천년홀에서 열린 종로학원 2026 정시 합격 가능선 예측 및 지원전략 설명회를 찾은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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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 당국의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영어 영역 난이도 조절 실패로 대입 전형 전반이 혼란에 빠졌다. 영어 영역 채점 결과, 1등급 비율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확인되면서다. 정부는 수능에서 차지하는 변별력을 낮추고 사교육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영어 영역을 2018년부터 절대평가로 전환했는데, 이러한 취지도 무색해졌다. 킬러문항 배제 이후 2024년 불거진 난이도 조절 실패에 이어 또다시 재현된 '수능 난이도 참사'가 아닐 수 없다.

    교육부의 2026학년도 수능 채점 결과에 따르면, 영어 영역 1등급 비율은 3.11%로 상대평가 1등급 비율(4%)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는 절대평가 전환 이후 가장 낮은 비율로, 지난해와 비교하면 반토막(6.22%)에 불과하다. 서열을 매기는 대신 자격시험 성격을 강화한 절대평가 취지에 비춰 보면 터무니없이 낮은 수준이다. 김창원 수능 출제위원장이 지난달 시험 당일 "난도 조절이 잘 이뤄졌다"고 자신했던 말과도 배치된다. 이 정도면 공교육이 아닌 사교육에 의존하라고 수험생 등을 떠민 꼴이 아닌가 싶다. 굳이 영어 실력 하향 평준화 논란을 잠재워가며 절대평가를 유지할 명분도 흐려졌다.

    역대급 영어 불수능으로 수시전형 탈락자는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예년에 비해 영어 1, 2등급을 받는 수험생이 2만 명 이상 줄어들 것으로 추산되는데, 수능 최저학력 기준에 미달하는 사례도 급증하면서다. '사탐런' 현상으로 경쟁이 심해진 인문계열 수험자 부담이 더 커졌다는 점도 문제다. 수시 대거 탈락은 정시 경쟁률을 크게 끌어 올릴 것이고, 장기적으로는 사교육 의존도를 더 키울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교육부 대응은 5일 뒤늦게 '출제 전 과정에 대한 면밀한 조사'를 약속한 정도에 그쳤다. 교육 당국은 수험생 혼란만 불러온 영어 영역 평가 방식을 포함해, 걸핏하면 난이도 조절에 실패하는 수능 시스템 전반에 대한 개선책을 내놔야 한다. 관행적인 '유감 표명' 사과와 미봉책만으론 55만 명의 수능 응시생을 혼란에 빠트린 책임을 무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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