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 간 회담이 열린 가운데, 미국 에이비시(ABC) 뉴스의 메리 브루스 기자(왼쪽 앞줄 5번째)가 질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장관, 그리고 에너지기업인 GE버노바 관계자가 서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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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앞에서 ‘카슈끄지 암살’에 대해 질문한 기자를 질책하며 “그런 일은 생긴다”고 말해 논란이 되고 있다. 빈살만 비판 칼럼을 썼던 워싱턴포스트 기자 자말 카슈끄지는 2018년 튀르키예 이스탄불에 있는 사우디 영사관에서 살해당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 백악관에서 열린 빈살만 왕세자와의 회담에서 “많은 사람들이 그(살해당한 언론인)를 좋아하지 않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트럼프는 질의응답 과정에서 에이비시 방송 기자가 “미국 정보당국은 카슈끄지 암살을 왕세자가 지휘했다고 결론 내렸다. 왕세자 방문에 9·11 유가족은 격노하고 있다”며 말을 꺼내자, 말을 중간에 끊고 “어디 기자냐”고 물었다. 기자가 “에이비시”라고 답하자, 트럼프는 “에이비시는 가짜 뉴스다”라고 일축하는 한편 “놀라운 일들을 해 온 이 신사분(왕세자)에 대한 질문에 답변하자면, 당신이 거론한 누군가(살해당한 언론인)는 극도로 논쟁적인 인물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를 좋아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그 사람을 좋아했건 안 했건 간에, 그런 일은 생긴다”고 말했다. 이어 빈살만 왕세자를 가리켜 보이며 “하지만 그(왕세자)는 아무것도 몰랐다. 그러니까 그 문제는 넘어가자”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빈살만 왕세자는 카슈끄지 암살에 대해 몰랐다’고 주장한 것은 2021년 미국 정보기관이 내린 결론과는 모순되는 것이다. 당시 미 중앙정보국(CIA)이 공개한 보고서는 빈살만 왕세자가 카슈끄지 암살 작전을 승인했다고 결론지었다. 사우디 정부는 처음에는 살해 의혹을 부인했고, 나중엔 본국으로 송환하려던 과정에서 ‘실수’로 카슈끄지가 살해당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카슈끄지가 매우 잔혹한 방법으로 살해된 사실이 언론 보도를 통해 밝혀져 논란이 커졌고, 미국과 사우디 관계는 급속히 냉각됐다.
이날 회담서 트럼프 대통령은 “그런 질문을 해서 손님을 당황하게 만들 필요는 없다”며 질문한 기자를 질책하기도 했다. 트럼프가 답변을 하는 동안 빈살만 왕세자는 손을 맞잡고 주무르며 귀를 기울였다. 이후 답변을 자청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카슈끄지 죽음을 조사하기 위해 모든 올바른 조치를 취했다”며 “시스템을 개선했고, 그런 고통스럽고 큰 실수(huge mistake)는 다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충격적이라는 반응이다. 뉴욕타임스는 “‘그런 일은 생긴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뉴스거리가 많은 백악관 회담 중에서도 가장 놀라운 발언이었다”라고 썼다. 워싱턴포스트의 제이슨 레자이언 언론자유담당자는 “그리 멀지 않은 과거에 우리 동료 중 한 명이 살해당했다. 그건 그냥 덮어두거나 잊어버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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