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0도로 접을 수 있는 삼성디스플레이 플립형 폴더블 '플렉스 인앤아웃'.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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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디스플레이가 BOE로부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특허 사용료(로열티)를 받기로 합의한 것은 시장 선도에 대한 자신감을 밑바탕에 두고, 실리를 챙기겠다는 현실적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분쟁은 삼성디스플레이가 2022년 BOE를 상대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소하면서 시작됐다. BOE가 특허와 영업비밀을 침해하고 있기 때문에 수입금지 조치를 내려야 한다는 게 골자였다.
ITC는 특허의 경우 침해를 인정하면서도 수입금지는 불필요하다고 판결했다. 미국 내 산업이나 소비자들에게 미칠 영향과 무관하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영업비밀 건에 대해서는 침해를 인정했고 수입금지 조치도 내려야 한다고 예비판정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ITC에 제출한 서류를 보면 스마트폰 뿐 아니라 8.6세대 정보기술(IT) OLED, 올레도스(OLEDoS) 등에 대해서도 기술 침해를 주장했고, ITC는 삼성 주장 대부분을 인정했다.
삼성에 유리한 판결이 나오면서 BOE는 코너에 몰린 것으로 보인다. 소송이 3년 동안 장기간 이어지고, 대상도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패소 사례가 나오자 부담이 컸을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로 삼성 쪽 손이 서서히 들리면서 양사 협상은 급물살을 탄 것으로 전해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BOE도 중국 내부에서 삼성디스플레이 특허 문제로 중단된 사업이 많은 것으로 안다”며 “중국 정부 지원을 받는 회사이기 때문에 현금을 지불하더라도 빠른 합의를 내심 원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디스플레이 업계에서는 삼성디스플레이가 BOE를 끝까지 밀어부칠 것이란 관측도 있었다. BOE가 중국 밖으로 OLED를 수출하지 못하도록, 일례로 애플에 OLED를 공급하지 못하게 끝까지 소송을 제기할 것이란 전망이었다.
하지만 삼성은 애플과의 관계, 중국 내 사업 등 경영환경을 종합할 때 또 로열티를 받는 것이 현실적으로 낫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한 디스플레이 전문가는 “특허 사용을 완전히 막도록 결론 나는 소송은 거의 없다”면서 “양측이 서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미국과 중국에서 수 차례 소송전을 이어온 만큼, 유불리를 합리적으로 계산해 합의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은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BOE로부터 각각 50%, 30%, 20% 비중으로 아이폰용 OLED를 공급 받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BOE를 막아 얻는 이익보다 고객사인 애플 사업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것이 장기적 관점에서는 나을 수 있다. 또 BOE를 벼랑 끝으로 몰아칠 경우 중국 정부나 산업계와의 관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번 합의는 중국 디스플레이 업계에 기술침해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CSOT와도 미국에서 OLED 특허 소송을 진행 중이다. CSOT 소송에는 BOE가 합의했던 '다이아몬드 픽셀 구조' 관련 특허가 포함돼 있다. BOE가 이들 특허에 대한 사용료를 지불한다는 것은 삼성의 지식재산권을 인정한다는 의미여서, 같은 중국 업체인 CSOT로서는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시야를 좀 더 넓히면 이번 합의는 삼성디스플레이 모기업인 삼성전자와 BOE 관계 개선 기폭제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는 TV용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공급망 다변화를 위해 BOE와 거래 확대를 추진해왔다. 삼성디스플레이와 BOE 간 특허갈등이 시작되자 BOE는 2023년부터 중국에서 삼성전자와도 특허소송을 진행했다. 삼성전자는 BOE와 LCD 거래를 중단하는 대신 LG디스플레이, 대만 AUO의 LCD 구매 비중을 높이는 것으로 대응했다. LG디스플레이가 올해 광저우 LCD 공장을 다른 중국 패널 업체인 CSOT에 매각하면서 CSOT LCD 패널 구매 비중이 크게 높아졌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가 CSOT로부터 가장 많은 22%의 LCD 패널을 수급했다.
김영호 기자 lloydmind@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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