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수 인텔리빅스 대표·aSSIST 석학교수·CES2025·2026 혁신상 심사위원 |
미국 실리콘밸리가 다시 소란스럽다. 오픈AI가 내부적으로 '코드 레드(Code Red)'를 발령했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경고가 아니라 인공지능(AI) 패권이 기술 경쟁에서 비즈니스모델(BM) 경쟁으로 이동했음을 알리는 신호다.
이번 사태의 충격은 구글의 '제미나이 3'가 초래했다. 이 모델은 GPT-5.1을 리더보드에서 밀어낼 만큼 강력한 추론 능력과 '딥 싱크' 기능으로 시장을 놀라게 했다. 여기에 앤트로픽의 B2B 중심 BM 전략, 중국 오픈소스 모델(Qwen)의 글로벌 다운로드 1위라는 변수까지 등장하며 오픈AI의 기술 우위와 사업 지속성마저 흔들리고 있다.
오픈AI는 즉각 대응했다. 광고·쇼핑 에이전트·헬스케어 AI 등 확장형 프로젝트를 보류하고, 핵심 거대언어모델(LLM) 경쟁력과 수익구조 강화로 전략을 전환했다. 이는 샘 올트먼 스스로가 “이제 AI는 기술만으로 지배할 수 없는 시장”임을 인정한 셈이다.
흥미로운 것은 2022년 구글이 챗GPT 때문에 '코드 레드'를 발령했던 장면이 3년 만에 뒤바뀌었다는 사실이다. 당시 챗GPT는 구글 검색을 위협했고, 검색광고라는 구글의 핵심 BM을 흔들었다. 그 충격은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을 다시 호출할 만큼 컸다.
그리고 2025년, 역전된 코드 레드의 주인공은 오픈AI가 됐다.
그 의미는 명확하다. AI 기술은 이미 상향 평준화되었으며, 승부는 '기술'이 아닌 'BM 설계'로 이동했다는 것이다.
구글은 AI를 새로운 상품으로 판매하지 않는다. 오히려 AI로 기존 매출 구조를 재설계해 돈을 번다. 검색 AI는 광고 수익을 키우고, 워크스페이스(Workspace) AI는 구독 매출을 확대하며, 클라우드·안드로이드 AI는 록인을 강화해 사용자 생태계를 고착화하고 있다.
반면 오픈AI는 모델 판매, API, 생성형 서비스 확장을 시도했지만, 대규모 투자 대비 수익성은 아직 미완성 상태다.
앤트로픽은 이 틈을 노려 대중 확산 대신 B2B API 기반의 구조적 BM을 선택했고, 낮은 비용·높은 수익성·빠른 기업 채택률이라는 실질적 성과를 얻고 있다.
즉, AI 패권은 지금 '누가 더 뛰어난 모델을 만들었는가'에서 '누가 AI로 돈을 버는 구조를 설계했는가'로 이동하고 있다.
최근 빅테크들이 자체 AI 칩 개발(오픈AI, 구글·TPU, MS·Maia)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AI 산업의 패권 경쟁이 빠르게 바뀌고 있는 것이다.
'가장 똑똑한 모델'이 아니라 '가장 효율적으로 돌릴 수 있는 인프라'와 즉시 현금을 만들어내는 AI 에이전트 개발이 승자의 조건이 됐다. 또 특정 산업 데이터를 학습한 도메인 특화 AI는 인간이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해결하며 고부가가치 구독형 BM을 생성하고 있다. 고객 데이터를 활용한 초개인화 AI 기반 비즈니스 모델은 이미 신성장동력으로 자리잡았다.
결국 과시적 기술 경쟁의 시대는 끝났다.
이제 승부는 특정 산업의 비효율을 해결하고, 이를 유료 솔루션으로 만들어 수익 구조를 구축하는 기업에게 돌아간다.
이런 점에서 AI 경쟁은 '기술력'에서 '수익성 창출·BM 설계 역량'으로 완전히 이동했다고 볼 수 있다.
오픈AI의 '코드 레드'는 한국의 AI 기업들에도 명확한 메시지를 던진다. 빅테크들의 무한 투자를 쫓기보다는,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하는 무모한 투자를 지양하고 '도메인 특화 AI'와 '재무적 자립성'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변화는 '기술 혁신가'에서 '수익 창출 사업가'로의 리더십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 AI 기업들 역시 기술력 과시보다, 시장 수요에 최적화된 '황금알을 낳는 BM'을 찾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다.
최은수 인텔리빅스 대표·aSSIST 석학교수·CES2025·2026 혁신상 심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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