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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1 (목)

    [ET시론] 반복되는 '연말 택시대란'…모빌리티 플랫폼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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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자신문

    송진우 우버택시 코리아 총괄.


    연말이 다가오면서 도로에는 택시 행렬이 이어지고 도심 곳곳 택시 승강장 앞에 두꺼운 코트나 패딩을 여민채 택시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줄이 생긴다. 밤이 깊을수록 기온은 내려가고 택시 줄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다. 우리가 매년 마주하는 연말 풍경, 이른바 '택시대란'이다.

    단순히 '연말이라 사람이 많아서'라고 설명하기는 어렵다. 우리나라는 수요·공급 균형을 맞추기 위해 택시 총량제를 운영한다. 평상시 과잉 공급을 막는 안전장치가 되지만 연말처럼 특정 시기에 수요가 집중되면 구조적으로 공급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심야 시간대 택시 운행률이 떨어지는 것도 늘 거론되는 문제다. 늦은 밤에는 취객이 몰리고 사고 위험이 커져 많은 택시 기사는 건강과 안전을 고려해 심야 운행을 피하게 된다. 시민 입장에서는 가장 택시가 필요한 시간에 가장 잡기 어려운 역설적인 상황에 직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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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텍시 면허대수 현황과 서을 개인택시 시간대 운행률.(자료: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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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택시대란 해결책이 되는 플랫폼

    연말에 택시 배차 성공률을 높이는 것은 택시 플랫폼에게 매우 중요한 과제다. 애플리케이션(앱)이 아무리 편리해도 정작 택시가 잡히지 않으면 플랫폼으로서 가치를 잃게 된다. 구조·제도적 허들 때문에 단순히 택시 수를 늘려 문제를 해결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연말, 특히 심야 시간대에 배차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플랫폼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수요가 몰리는 시점에 더 많은 기사가 도로로 나오도록 설득하려면 '힘든 시간을 감수할 만큼 투명하고 합리적 보상'이 전제돼야 한다. 저렴한 수수료, 수요가 몰리는 시간때 제공하는 추가 인센티브와 같은 실질적 혜택은 기사에게 분명한 동기 부여와 배차 성공률을 높이는 마중물이 된다. 플랫폼이 가진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활용해 어느 지역·어느 시간에 공급이 부족한지 분석하고, 이에 맞춰 공정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게 택시대란 해소를 위해 가장 현실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첫 번째 역할이다.

    두 번째 기사의 운행 환경과 승객의 편의를 함께 개선해야 한다. 필자는 지난해 가을부터 시간이 날 때마다 직접 택시를 운행하며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 실제 체감한 경험과 인공지능(AI)·빅데이터 분석을 결합해 연말·심야 운행을 좀 더 예측 가능하고 안전하게 만드는 것도 플랫폼이 가져야 할 사명이다.

    또, 연말 회식과 중요 약속이 있는날 미리 차량을 예약하고 택시에 여러명이 함께 탑승할 때 경유지를 미리 설정할 수 있도록 플랫폼이 지원한다면 연말 택시를 보다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해외 사례 '탄력 요금제' 가능성

    플랫폼은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수요·공급에 빠르고 정교하게 대응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해외 성공 사례를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 대표적인 예가 실시간 수요·공급을 요금에 반영하는 '탄력 요금제'다.

    탄력 요금제는 택시 기본요금에 특정 시간·지역 수요와 공급 상황을 반영해 이용료를 조정하는 방식이다. 미국·호주·영국에서는 31일 타임스퀘어 볼드롭 카운트다운 행사, 테일러 스위프트 공연이 있어도 탄력 요금제를 통해 공급을 실시 유도해 수요·공급을 빠르게 맞추고 있다. 아시아 주요 국가도 수요가 몰릴때 요금을 올리고, 수요가 적을때 낮추는 방식으로 배차 효율을 극대화하고 있다.

    한국은 미터기 기반 요금 체계를 유지해 해외 사례를 그대로 도입하기 어렵다. 우버 택시는 미터제와 현행법상 요금 상한선을 전제로 한국 시장에 맞는 배차 방식을 설계했다. 법·제도 틀 안에서 실시 변하는 수요·공급에 최대한 근접하게 대응하고 기사에게 “이 시간대 이 지역으로 가는게 유리하다”는 신호를 데이터로 전달하려는 시도다. 변화하는 수요와 공급에 맞춰 배차 효율을 끌어올리는 일, 그 정교함을 높여 가는 것이 플랫폼의 역할이다.

    ◇연말 심해지는 불법 택시 문제도 해소해야

    K콘텐츠의 큰 인기와 연말 여행 특수가 겹치며 연말에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교통 시스템에 어려움을 느끼는 외국인은 연말 심야에도 공항과 길가에 서서 택시를 잡는 경우가 많은데, 문제는 '흑차'와 같은 불법 영업 택시의 표적이 되기 쉽다는 점이다.

    불법 영업 택시에 탑승한 외국인 승객은 사고가 날 경우 적절한 보상을 받기 어렵고, 바가지요금으로 인한 피해를 입을 가능성도 크다. 최근 외국인을 대상으로 불법 영업 택시 사례가 늘고 있으며, 일부 외신은 이를 한국 택시·교통 시스템 전반의 문제로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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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한 외국인 관광객 추이.(자료:법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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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러한 불법 영업 행위는 외국인 승객의 불편을 넘어 국가 이미지와 직결하며, 장기적으로 관광 산업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외국인이 자국에서 쓰던 것과 비슷한 방식으로 안전하게 택시를 이용하고 기사와도 언어 장벽을 줄이며 더욱 편리하게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 플랫폼이 앞장서 고민해야 한다.

    연말 택시대란은 일회성 해프닝이 아니다. 우리 도시 이동 인프라가 안고 있는 구조적 과제를 드러내는 시험대다. 복합적인 요인이 얽혀 있는 만큼 어느 한 주체의 노력만으로는 해결이 어렵다. 올해 연말에도 많은 이들이 택시를 기다리며 추운밤을 보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기다림이 매년 똑같이 반복되지 않도록 플랫폼과 정책, 현장 목소리를 더 정교하게 연결하는 작업을 멈추지 않아야 한다. 그것이 모빌리티 업계에 몸담고 있는 필자가 연말마다 스스로에게 던지는 숙제다.

    송진우 우버택시 코리아 총괄

    〈필자〉 글로벌 모빌리티 및 IT 분야에서 폭넓은 경험을 보유한 전문가로 2023년 10월 우버 택시 코리아 총괄(GM)로 합류했다. 우버 택시에 합류하기 전, 배달의민족 베트남 사업 총괄을 역임하며 해외 시장에서의 전략적 성장과 운영을 이끌었으며, 맥킨지 경영 컨설턴트, 대우건설 상무를 거쳐 KDB인베스트먼트 이사로 재직했다. 송진우 총괄은 연세대에서 경영학 학위를 취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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